세계 150대 금융사, 산림파괴 기업에 1경 투자…뱅가드·블랙록 정책 없어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환경단체 글로벌 캐노피가 14일(현지시각) 발표한 포레스트 500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50개 주요 금융기관이 2024년 산림벌채 위험 기업들에 총 8조9000억달러(약 1경2400조원)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640억달러(약 1201조원)는 산림보호 약속이 전혀 없는 기업들에 투자됐다.
글로벌 캐노피가 발표한 포레스트 500 보고서/글로벌 캐노피
뱅가드, 660조 산림벌채 최대 투자…블랙록·JP모건과 2200조원 투입
보고서는 ▲소고기 ▲코코아 ▲커피 ▲가죽 ▲팜유 ▲펄프·제지 ▲대두 ▲고무 ▲목재 9개의 산림벌채와 연관된 원자재의 생산·가공·조달·거래에 관여하는 500개 기업을 분석했다. 글로벌 캐노피는 이들 기업이 전 세계 산림벌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뱅가드와 블랙록, JP모건체이스 3개 기관만으로도 500개 기업에 총 1조6000억달러(약 2225조원) 이상이 투자됐고, 뱅가드와 블랙록은 공개된 산림벌채 관련 정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JP모건체이스는 팜유에만 제한적으로 정책을 두고 있어 투자 규모에 비해 환경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6170억달러(약 858조원)로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뱅가드는 아마존에 1492억달러(약 207조원), P&G에 385억달러(약 54조원), 코스트코에 359억달러(약 50조원)를 각각 투자했다. 이들은 모두 포장재, 팜유, 소고기, 대두 등 산림벌채에 의존하는 원자재를 공급망에서 대량 사용하거나 유통하는 기업들이다.
글로벌 캐노피는 뱅가드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며 야심 찬 산림벌채 정책을 세우고 노출된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모니터링하고 관여함으로써 급속한 변화를 이끌 수 있지만, 명확한 정책이 없는 상황 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금융기관들이 산림보호 약속 없는 기업들에 4010억달러(약 557조원)를 지원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1510억달러(약 209조원)로 2위, 프랑스가 570억달러(약 79조원)로 3위를 차지했다./글로벌 캐노피
정책 보유율 45%→40% 하락…10년 개선 추세 역전
포레스트 500 보고서는 금융기관들의 대응 의지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 대상 150개 금융기관 중 60%인 90곳은 산림벌채 관련 정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 보유율은 2023년 45%에서 40%로 떨어져 지난 10년간의 개선 추세가 역전됐다.
특히 뱅가드, 블랙록, 스테이트 스트리트, 캐피털 그룹 등 23개 금융기관은 2014년 글로벌 캐노피가 포레스트 500 평가를 시작한 이후 10년 넘게 단 한 번도 산림벌채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반대로 독일 알리안츠, 인도네시아 라키아트 은행, 영국 로이드뱅킹그룹 등 11개 기관은 새로 정책을 도입했다. 미국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 독일 DZ뱅크, 미국 피프스서드뱅코프 세 곳은 기존 정책을 아예 삭제했고, 일곱 곳은 정책 수준이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을 보유한 60개 기관도 실제 이행은 형식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곳은 45%인 27곳, 정책 위반 기업들에 관여(engagement) 절차를 둔 곳은 53%인 32곳에 그쳤다. 이 중에서도 일정 기간 내 개선되지 않으면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압박하는 곳은 17곳뿐이어서 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보고서는 산림벌채 정책이 없는 금융기관 중 71%가 원주민 토지 침해나 강제 노동 등 산림벌채와 관련된 인권 정책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행, 블랙록, 일본 정부연금투자기금(GPIF)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됐다.
글로벌 캐노피는 금융기관들이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면 전환 금융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시킬 것 이라며 산림벌채는 해결 가능한 위기로, 2030년까지 산림을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