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에 갈채… 죽음의 산업 으로 성장 원하나 [뉴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화디펜스에서 열린 K9 자주포 폴란드 수출 출고식에서 K9 자주포 등 한화디펜스 장비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2022.10.19. 연합뉴스
K-방산에 쏟아지는 찬사? 방위산업은 죽음의 산업
최근 대한민국 언론과 경제 평론가들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K-방산’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비극적인 전쟁들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산 무기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동유럽의 안보 불안을 파고든 한국산 전차와 자주포가 극찬을 받았고,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분쟁 속에서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전례 없는 수출 호조를 기록했다.
실제 2025년 대한민국 방위산업 수출액은 154억 달러(약 21조 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6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이다. 최근 5년간의 누적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제4위의 무기 수출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점유율에서는 미국(58%) 다음으로 단독 2위(8.6%)다. 프랑스와 이스라엘을 동시에 추월한 수치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의 도약과 연간 200억 달러 수주를 목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전준범 국방부 국방인공지능기획국장과 패트릭 메이슨 미국 육군부 방산수출협력 부차관보가 5월 15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5.15 국방부 연합뉴스
정부와 주류 언론, 그리고 내로라하는 경제 평론가들은 연일 샴페인을 터뜨린다. 과거 총 한 자루 제대로 만들지 못해 원조에 의존하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무기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위치에 올랐다며 한껏 자부심을 높인다. 침체된 한국 경제를 구원할 유일한 ‘미래 먹거리’이자 신성장 동력이라는 찬사가 사방을 메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축제의 소음 속에서, 생명과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없이 무너진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무기 수출 계약서의 천문학적인 액수 뒤편으로, 불타오르는 도시와 피 흘리며 울부짖는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타국의 비극과 죽음, 파괴와 재난을 이용하여 성장의 열매를 따 먹는 이 기묘한 호황을, 우리는 언제까지 ‘대박’이라는 천박한 단어로 포장하며 환호해야 할까. 명백한 ‘살상 도구’를 ‘방위산업’이라고 치장하며 이를 동력 삼아 성장주의 강성대국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행보는 우려스럽다. 지금 우리는 ‘죽음을 파는 국가’가 될 것인지, ‘평화를 확산하는 국가’가 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무기산업은 분쟁과 갈등을 기회로 이윤을 창출한다. 무기를 만들어 파는 이들에게 평화와 안정은 도리어 사업상의 위기다. 이들의 사업이 성공하면 할수록 세계에는 더 많은 죽음과 고통이 찾아온다.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전쟁과 불안을 바라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세계는 안전할 수 없다. 전쟁을 통해 이윤을 얻는 방위산업이 본격적인 전쟁장사꾼이 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이에 대해 이미 정범진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말은 바로 합시다, ‘방위산업’은 무기산업입니다.” 주제로 강하게 비판했다.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32)
한화오션은 5월 27일(현지시각) 개막한 캐나다 최대 방산 전시회인 캔섹(CANSEC) 2026 에 참여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위한 막바지 활동을 펼쳤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 정승균 부사장(왼쪽)이 빅터 피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에게 최신예 잠수함인 KSS-III 모델을 소개하는 모습. 2026.5.31. 한화오션 연합뉴스
살상무기 수출이 미래의 먹거리 인가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수출 액수만이 아니다. 방산의 생산유발 효과는 무려 46조 원에 달하며, 고용유발 효과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일반 제조업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일반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5% 안팎에서 맴돌 때, 방위산업은 12%가 넘는 고수익을 올린다.
한국 무기가 세계 시장을 사로잡은 비결로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미국의 무기만큼 치명적이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가성비’. 둘째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계약 후 불과 몇 달 만에 무기를 찍어내 정확히 배달하는 ‘납기 준수’. 셋째는 북한과 대치하며 오랜 기간 무기를 개량하고 대량 생산 체제를 유지해 온 역설적인 ‘준전시 상태의 이점’이다.
국가 안보를 돈과 일자리, 그리고 효율성의 성장논리로만 바라보는 이들에게 방위산업은 완벽한 효자 상품 이다. 그들에게 무기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또 하나의 고도화된 공학적 소비재 일 뿐이다. 실제로 한화, 풍산, 현대자동차, LIG넥스원, 한국씨앤오테크를 비롯하여 물대포 장갑차를 만드는 대광화공, 최루탄을 판매하는 대지정공,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 등 국내 군수산업체들은 대규모 무기전시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국제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수주액은 나날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 경제학의 언어는 가장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질문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있다. 그 무기가 어디로 가서, 누구를 향해 발사되며, 지구 생태계에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무기는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다. 국경 너머 누군가의 살을 찢고, 피를 뿌리며, 생명을 살해하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된 살상 도구 이다. 우리가 수출한 미사일과 총탄이 날아가 닿는 곳은 가뜩이나 전쟁의 참화로 신음하는 비극의 현장이며, 그곳에서 가장 먼저 부서지는 것은 평범한 인간의 존엄성이다.
전쟁은 가장 강력한 기후파괴자
기후위기와 전쟁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그 둘은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다. 성장주의, 자원 쟁탈, 국가 패권 경쟁이라는 욕망 구조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시에 전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전쟁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기후 정의도, 지속 가능한 문명도 불가능하다.
전쟁은 인간에 대한 학살을 넘어, 지구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가는 최악의 환경 파괴 행위이다.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화석연료 배출량의 최소 5.5%를 차지한다. 이는 비군사 항공 부문 전체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한다. 만약 전 세계 군사 부문이 하나의 국가라면,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거대한 오염원은 국제기후협약과 탄소 감축 의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모두 군사 부문 배출량을 의무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자가 가장 적게 책임지는 모순적인 구조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전 후 최초 18개월간 군사 작전과 연료 소비 등으로 생성된 총 CO₂ 배출량은 약 1억 8000만 톤에 달한다. 이는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루마니아 같은 국가의 연간 배출량을 훌쩍 넘는 수치다.
탄소 배출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쟁은 생태계 자체를 초토화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자연보호구역의 3분의 1에 달하는 900곳이 전쟁터가 되었고, 대기·토양·수질 오염 사례가 1000건 이상 확인되었다. 폭발한 전차와 파괴된 연료 저장고에서 유출된 석유가 지하수를 오염시켰고, 로켓에 포함된 수은·납 등 중금속이 강을 파고들었다. 카호우카 댐 폭파는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 손상을 남겼으며,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포격은 유럽 전체를 방사능 악몽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무기 자체의 탄소 발자국 또한 충격적이다. 전투용 지프차는 임무 1회당 260kg의 CO₂를 배출하고, F-35 전투기는 2만 7800kg, B-2 폭격기는 무려 25만 1400kg을 배출한다. 한국이 수출하는 K9 자주포, K2 전차, 천궁 미사일 등의 무기들이 작전에 투입될 때마다 지구 대기에는 탄소가 쌓인다. 한국의 2020년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88만 톤으로, 국내 공공 부문 전체 783개 기관의 배출량(370만 톤)보다 많다.
더 깊은 모순은 재정 배분에서 드러난다. 2025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61조 2000억 원에 달하지만, 탄소중립 예산은 그 5분의 1 수준인 12조 5000억 원에 불과하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써야 할 돈이, 오히려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무기에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생태학자들은 전쟁을 ‘생태학살(에코사이드, ecocide)’이라고 규정한다. 무기를 팔고 전쟁을 가능하게 돕는 일은 인간을 죽이는 동시에 강과 숲, 토양을 죽이는 거대한 죽임의 사슬에 공모하는 일과 같다. 총성이 울리는 곳에서는 기후 협상 테이블이 설 수 없으며, 전쟁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 자체를 무너뜨린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5월 20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방산 포럼에서 양국 방산기업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5.20. 연합뉴스
군수산업은 전쟁을 부추긴다
방산 수출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흔히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는 오래된 격언을 들이댄다. 압도적인 무기 강국이 되어야만 평화를 지킬 수 있고, 무기 수출은 우리 방산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변명이다.
하지만 평화의 관점에서 이는 철저한 역설이자 거짓 신화이다. 내가 무기를 늘리면 주변국은 위협을 느끼고 더 많은 무기를 사들인다. 군수산업이 지향하는 규모의 경제 는 자국 군대의 수요만으로는 충족되지 않기에, 필연적으로 국경을 넘어 무기를 팔아치우는 구조를 만든다. 결국 우리가 무기를 더 많이 수출할수록 세계의 군사적 긴장과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된다.
이것은 결국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생명을 경시하며 얻은 이윤은 결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전 세계가 군비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한반도의 안보환경 역시 더욱 위태로워질 뿐이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방을 압도하는 무기의 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할 수 있는 신뢰 체제와 군축(군비 축소)을 통해 이루어진다. 파괴의 도구를 쥐고 흔들며 평화를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K-방산’이 아니라 K-평화 를 수출하는 나라로
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퇴임 연설에서 군부와 방위산업체, 정치권이 결탁한 이익공동체인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 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들은 전쟁의 지속과 군비 확장을 필요로 하며, 그 본성상 갈등을 먹고 산다. 긴장이 완화되면 무기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지금 이 군산복합체의 길을 걸어가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 맹목적인 성장주의 신앙에서 벗어나 ‘성숙사회, 생태적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물질적 팽창과 이윤을 위해 죽음의 산업까지 정당화하는 국가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국민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지도 못한다.
지난 5월 30일,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베르네에서 기후 운동가들이 가스 대신 미래를 이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6.5.30. 로이터 연합뉴스
우선 정부는 방위산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미래 먹거리’ 담론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설령 안보적 이유로 무기 생산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자랑스럽게 광고하며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무기 수출은 국익이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엄격한 평화적·인도주의적 기준에 따라 최소화되어야 마땅하다.
나아가 우리는 무기가 아닌, 갈등을 조정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K-평화’와 ‘K-민주주의’ 모델을 수출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뤄낸 우리의 소중한 경험을 살려, 국제사회의 분쟁을 중재하고 생태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평화와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무기를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평화를 잘 만드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자 품격 있는 국가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우리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돈과 무기의 힘으로 세상을 압박하는 강성대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비록 거대하지 않더라도 생명을 존중하고 지구촌의 모든 존재와 공존하는 평화의 나라가 될 것인가.
유정길 불교환경연대녹색불교연구소 소장
타인의 비극에 기생하는 풍요는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다. 인간과 자연, 생명에 대한 폭력이 일상화된 체제 속에서는 누구도 진정으로 평화로울 수 없다. K-방산 의 화려한 숫자에 눈멀어 생명의 가치를 잊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타국의 하늘을 피로 물들일 무기 대신, 상처받은 지구를 치유할 생태적 지혜를 나누는 대한민국을 꿈꾸자. 죽음의 행진을 멈추고 생명평화의 길로 대전환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가장 소중한 사명이다.유정길의 생명정치 ecogil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