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사법 개혁만 되뇌는 민주당과 지지자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치, 특히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 검찰·사법 개혁 은 지난 몇 년 거의 신앙에 가까운 의제가 되어버렸다. 민주당이 이를 주도하는 데에는 분명한 역사적·구조적 맥락이 있다. 검찰의 권한 비대화, 권력과 언론·사법의 밀착, 기득권 중심의 법 체계 등은 명백한 개혁의 대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이 정치 행위자 역할을 해온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정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개혁의 정당성이 절대적이라고 해서, 그 개혁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착각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 민주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 상당수는 이 선을 넘었다.
검찰·사법 개혁이 유일한 정치 가 되어버린 비극
민주당 지지층은 마치 검찰·사법 개혁만 완수되면 한국 사회에 어떤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처럼 믿어왔다. 모든 정치적 에너지가 이 하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시민들의 구체적인 삶을 바꿀 다른 진보적 의제들은 늘 나중에 구석으로 밀려났다.
차별금지법: 2007년 처음 발의된 뒤 19년째 사회적 합의 라는 장벽에 막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 이상이 제정에 찬성함에도, 민주당은 표 계산과 개혁 우선순위를 이유로 매번 외면했다.
노동권 강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 절실한 과제들은 기업의 부담 이라는 논리에 희석되었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 중립 선언은 화려했지만, 실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는 OECD 최하위 수준(재생에너지 비중 약 9%)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반복은 단순한 우선순위 조정이 아니라, 사실상 다른 모든 진보 의제를 무시하는 구조로 고착되어 왔다.
정체성 정치 라는 낙인과 민주당의 내로남불
여기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기묘한 이중잣대가 드러난다. 이들은 정의당을 향해 노동을 버리고 젠더나 소수자 인권 같은 정체성 정치 에만 몰두해서 망했다 고 힐난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에게 묻고 싶다. 검찰, 언론, 사법 개혁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는 믿음이야말로 민주당 지지층만의 폐쇄적인 정체성 정치 가 아닌가?
진보 정당은 생존을 위해 외연을 확장해야 했다.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 노동자 계급이 줄어들고 플랫폼 노동, 여성 노동, 이주 노동 등 노동의 형태가 다변화되면서 젠더, 소수자,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부차적인 의제가 아닌 진보 정당이 반드시 다뤄야 할 핵심 의제가 되었다. 노동권과 소수자 인권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차별받는 성소수자가 일터에서 겪는 부당함은 노동의 문제이며, 기후 위기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의 삶은 환경의 문제다. 진보의 가치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자신들만의 개혁만 장땡 이라 외치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진보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검찰개혁의 방향을 두고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주선으로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던 6명의 법조인과 교수들이 자문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제21대 대선: 단일 의제 집착이 드러낸 편협함
그 극단적 사례가 바로 2025년 제21대 대선이었다. 정의당 권영국 후보는 민주당이 회피해온 차별금지법, 기후정의, 노동권 강화 등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반응은 차가웠다.
검찰·사법 개혁 공약이 없으니 기득권과 한 패다 국민의힘 2중대다 정무감각이 없다 왜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나고 조국혁신당이 그 자리를 차지했는지 알겠다 노회찬 정신 잊은 거냐 는 식의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당이 주도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개혁은 장애물 취급을 받았다. 이는 민주당이 그토록 비판해 온 검찰의 권력 독점 과 다를 바 없는 의제 설정권의 독점 이자 진보 헤게모니의 독점 이다.
정말 검찰·사법 개혁 한다고 사회가 진보하는가
과연 검찰 시스템을 뜯어고친다고 해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들이 절로 해결되는가.
임금 격차: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약 31%)는 2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검찰 개혁이 이 격차를 줄여주는가.
노동 양극화: 비정규직 비중이 37%를 넘나드는 현실에서 검찰 권한 축소가 이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가.
기후 재난: 폭염과 홍수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에게 사법제도 개편이 실질적인 방패가 되어주는가.
대답은 명확하다. 아니다. 검찰·사법 개혁은 공정한 사회를 위한 입구 일 뿐이다. 민주당이 이를 절대화할수록 한국 정치의 상상력은 메말라가고, 정치는 시민의 삶에서 멀어진다.
남은 질문은 단 하나
민주당이 진정 대안 세력임을 증명하고 싶다면, 검찰개혁 이후의 정치 를 보여줘야 한다. 지지층 또한 자신들의 신념이 다른 개혁의 싹을 밟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정치는 누구의 고통을 먼저 닦아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개혁 완수 가 아니라 내 삶을 바꾸는 다양한 개혁들이 공존하는 나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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