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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선거관리 개판 사태 의 뿌리…정당한 분노, 어긋난 방향

선거관리 개판 사태 의 뿌리…정당한 분노, 어긋난 방향
[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4일 새벽 부정선거 등 손팻말을 든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4 연합뉴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신성한 권리는 투표권이다. 그런데 투표소에 찾아온 유권자가 투표용지가 없어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이 상황은 선거관리 개판 사태 라고 부를 만하다.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할 국가 기관이 가장 기본적인 행정조차 수행하지 못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일시적인 무능이나 행정 착오가 아니다. 문제의 뿌리는 훨씬 더 깊고 구조적인 곳에 있다. 현재 선관위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고 대법관과 고위 판사들이 전국 각지 선관위의 핵심 보직을 겸직하며 운영하는 구조다. 선거를 감시해야 할 독립 기관이 사법부 고위 엘리트들과 인적·조직적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조희대 대법원과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그토록 신성시하며 강조하던 사법부 독립 이 낳은 기만적 결과와 연결돼 있다. 그들이 외치던 독립의 실체는 민주적 통제나 시민의 감시로부터의 격리였다.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어떤 외부의 감사나 제도적 통제도 통하지 않으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도 않는 성역이 된 셈이다. 독립된 선관위가 그동안 보여준 행태는 참담했다. 지난 선거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투표용지를 소쿠리 등에 담아 날랐고, 자녀 부정 채용과 고용 세습 의혹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감사는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다. 이러한 무책임의 역사는 사법부 고위 엘리트들이 보여온 행태와 닮아 있다. 뇌물을 받고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은 정황이 포착되었던 판사들도 법관의 독립 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징계를 면했었다. 사법부와 선관위가 한몸처럼 융합되면서, 그들만의 성벽을 쌓고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는 엘리트 카르텔의 양상이다. 더구나 조희대 대법원이 보여온 행보는 분노를 더욱 키운다. 조희대 대법원은 윤석열의 명백한 내란 행위를 막아서지 않았고, 오히려 법적 절차를 빌미로 윤석열을 일시적으로 풀어주었다. 지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일종의 사법 쿠데타 를 시도했고, 현재에는 의도적으로 새 대법관의 임명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막아서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 공식적으로 임기가 끝났거나 퇴임했어야 할 노태악이 여전히 중앙선관위원장이라는 핵심 직위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선거관리 개판 사태 가 단순한 우연이나 일시적 실수가 아니라, 사법·선관위 엘리트 카르텔의 의도적인 방치나 구조적 묵인 아래 발생했다는 지적과 비판이 가능한 이유다.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따라서 이번 선거관리 개판 사태 를 마주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터뜨리는 항의와 불만에는 분명한 정당성이 존재한다. 참정권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불가침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안일한 관료주의와 극도의 무능 탓에 헌법적 권리를 빼앗긴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군중 속에는 정당한 불만과 분노를 넘어서 혼란스러운 정치적 요소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한편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 것에 분노한 상식적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 목적과 계산을 품고 극우적 음모론을 설파하는 세력들도 목격되고 있다. 함께 기도하는 기독교 청년회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유 같은 연예인들을 지목하며 왜 여기에는 선결제 커피를 안 보내냐 고 시비걸고 악플을 다는 움직임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태극기와 성조기의 물결, 그리고 전한길, 모스탄, 황교안 같은 인물들의 등장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온 이들 윤어게인 극우 세력과 인플루언서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설치고 있다. 불만과 분노는 구조적 모순을 파고들기보다, 가장 단순하고 자극적인 프레임을 제시하는 곳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부정선거를 기획하면서 이번 사태가 일어났고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음모론적 주장은 오늘날 청년 세대가 가장 밀접하게 소비하는 인스타그램, 인터넷 커뮤니티, 숏폼, 자극적인 밈(Meme)과 짤 등을 통해서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잠실7동 투표함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2026.6.5. 연합뉴스 복잡한 사회적 모순을 외부의 적 과 내부의 배신자 라는 이분법으로 명쾌하게 정리해 주는 이 조잡한 음모론은 반복해서 유포되고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그래서 어느새 단순한 가짜 뉴스를 넘어 청년들에게 세상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나름의 총체적이고 일관된 세계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극우적 음모론이 일베(일간베스트) 를 넘어서 더 많은 주류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년들의 일상적인 모바일 공간으로 깊숙이 번지는 현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관측되어 왔다. 온라인 공간에서 냉소와 혐오를 배양해 온 이들은, 결정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12.3 내란을 거치면서 마침내 모니터를 박차고 나와 거리에서 직접 행동하는 조직화된 물리 세력으로 진화했다. 이번 선거관리 개판 사태 가 더 심각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혐오와 왜곡된 세계관으로 무장한 극우 세력에게, 이번 사태는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과 현실적 근거를 쥐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이 더 넓은 일반 대중과 접촉하고 결합할 수 있는 거대한 정치적 플랫폼이 마련된 셈이다. 현재 잠실의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 자발적 으로 모여든 수많은 시민들은, 부정선거를 조직적으로 외치는 극우 세력과 간헐적으로 노선 갈등이나 충돌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 수일째 호흡하며 서로의 감정과 논리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시작했다. 이 장면은 과거 촛불시위의 초창기를 기묘하게 뒤틀어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광장에 모인 초기 시민들은 기존 정당의 깃발 이나 기성 정치세력의 개입을 극도로 거부하며 순수한 시민 행동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위가 장기화되고 대중적 연대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그들은 정치적 주체로 성장하여 결국 스스로 깃발을 만들어 들고나와 거대한 사회변화를 이뤄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가 계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8. 연합뉴스 지금 잠실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그 조직화의 문법을 극우 반동의 방향으로 고스란히 뒤집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만약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장기적인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난날 우리가 겪었던 12·3 친위 쿠데타보다도 더 심각하고 파괴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12·3 친위 쿠데타는 권력의 최상층부가 주도한 전형적인 위로부터의 반동 이었다. 국가 기구와 물리력을 총동원해 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분명 극도로 위험한 사태였다. 하지만 더 공포스럽고 위험한 것은 아래로부터 반동 일 수가 있다. 권력 기관이 아니라, 어제까지 우리 옆의 이웃이었던 보통 사람들이 직접 소수자를 공격하고 억압의 능동적인 주체로 돌변하는 상황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잔인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진보적 활동가들의 기억 속에서도 흔히 가장 아득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은 경찰에 강제로 연행되던 순간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시민들 한가운데 홀로 고립되어 차가운 눈총과 저주, 날아오는 돌팔매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순간들이다. 실제로 지금 잠실에서는 흥분한 시민이 경찰관에게 중국인 아니냐 고 욕설을 퍼붓고 밀치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이처럼 아래로부터 대중운동을 낚아챈 교활한 극우 정치세력이 국가 권력을 다시 장악하여 위로부터의 폭력 과 아래로부터의 행동 이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갈 때, 체제의 억압과 민주주의의 탄압은 가장 효과적이고도 파괴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다. 1930년대 유럽을 피로 물들였던 파시즘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정민철의 인스타그램  그렇기에 지금 선거관리 개판 사태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들의 교두보를 넓히려는 극우 세력의 행태를 우리는 더욱 서늘한 마음으로 보게 된다. 동시에 여기서 부정선거 구호와 성조기는 나오지 말게 하자 는 잠실 현장의 목소리는 반갑다. 우리는 지금의 사태를 단순히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가 도대체 왜 이토록 처참하게 엉망이 되었는지, 책임자는 누구인지 철저하고 투명한 진상 규명이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정조사와 특검 등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 선거의 공정성과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대다수 시민들이 그 필요를 인정한다면, 재투표나 재선거도 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 당선 이후에는 재선거 요구를 접어버리고, 조희대 대법원의 책임 등은 절대 말하지 않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재명의 책임 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행태는 정말 기막히다. 이것은 행정적 비용이나 시간, 특정 정파의 유불리를 계산하며 판단하거나 눈치를 볼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나아가 모든 시민의 참정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선거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개헌을 비롯한 법적·제도적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장애인들이 투표소에서 겪어야 했던 구조적 장벽을 허물고, 투표권을 사실상 박탈당해 온 불안정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반영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정당한 불만과 분노가 극우의 음모론을 태우는 땔감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길을 찾아내는 일이다. 타자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서로를 보듬는 연대를 바탕으로 희망을 제시하는 더 총체적이고 일관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모든 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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