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위기 오세훈, 국무회의 참석으로 국면 전환 시도? [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14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오 시장은 서울의 주택시장 상황을 정부에 직접 전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지만,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정치적 프레임을 선점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오세훈, 11개월 만에 국무회의 참석
불쑥 부동산 발언 하려고 했지만…
한성숙 총리 대토론회 있으니까요
6·3지방선거 유세에서 당선되면 국무회의에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혔던 오 시장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배석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5선 연임 뒤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회의 규정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배석할 수 있다. 해당 일정은 서울시청 출입 기자들에게도 주간일정 으로 사전에 공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정책 관련 국민 의견 수렴계획 이라는 주제로 부처 보고 및 토론이 마무리되는 도중, 오 시장은 불쑥 총리님, 저 서울시장이 말씀을 좀 드려도 되겠느냐 며 발언을 신청했다.
이에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 건에 대해서는 국민 대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14일 국토교통부, 금융과 관련해 15일 금융위원회, 세제와 관련해 16일 재정경제부가 토론을 연다 며 (이 사안과 관련된 토론은 지금까지 진행된 얘기들로) 넘기면 좋겠다 고 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님이 주실 의견은 서류로 받도록 하겠다 며 공개 발언 기회는 주지 않았다. 국무회의 규정에 따르면 의장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배석자가 국무에 관해 발언할 수 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서울시가 준비한 보고서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오늘 발언 기회를 안 주실 것 같으니 그 보고서로 대체하겠다 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 보고서를 내시면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금 공급 물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해 현황 보고도 넣어 달라 고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4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후 이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의안 심의를 위해 비공개로 전환하기 직전, 오 시장에게 당선을 축하드린다 며 오랜만에 오셨는데 간단하게 인사 말씀을 하시라 고 발언권을 줬다.
이에 오 시장은 오늘 아쉬운 것은, 회의가 여러 차례 준비돼 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국무회의에서 여러 위원님 모시고 그간 서울시의 주택행정 관련해… 라며 재차 부동산 얘기를 꺼내려 했고, 이 대통령은 그 얘기는 나중에 하시라 며 만류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보고서에 불편한 내용도 들어있지만, 꼭 일독해서 다양한 의견이 균형 있게 채택됐으면 좋겠다 며 말씀드릴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고 했다.
미묘한 신경전 연출, 정치적 계산?
윤석열 실형으로 커진 사법 리스크
오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그 시점을 봤을 때,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앞서 오 시장은 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6월 첫 국무회의와 같은 해 8월 을지훈련 계기 국무회의에 배석한 바 있다. 이번 국무회의 참석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이자,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거의 1년 만에 국무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지난 1일 5선 임기가 시작한 오 시장이 지난 7일 열린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엔 참석하지 않고, 이날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콕 집어 참석한 부분은 대통령이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오 시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에도 4·7 보궐선거 이후 열린 첫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해 장관들과 코로나19 방역 대책, 부동산 정책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언론은 서울시장과 국무위원들의 설전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번에는 발언 기회를 제한하면서 국무위원들과 공방으로까지 번지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두고 언론들이 보도를 쏟아내면서 오 시장으로서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를 받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또 국민의힘이 오 시장 패싱(배제)은 천만 서울시민에 대한 입틀막 이라고 공세를 펴면서 마치 발언권을 얻지 못한 피해자 처럼 비치도록 유도한 것도 오 시장으로선 부수적인 효과다.
이례적으로 서울시청 출입 기자들을 모아놓고 국무회의 브리핑을 한 것 역시 오 시장의 정치적 노림수를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된다. 그는 시청 브리핑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무회의에서 패싱된 것 아니냐 는 기자 질문을 받고 국무회의는 갑론을박이 있어야 하는 자리인데 보고서만 전달하고 발언할 기회를 갖지 못해 상당히 섭섭했다 며 다만 이를 의도적인 패싱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최대한 거부감 없게 잘 전달해 드리고 싶었는데, 관철되지 못해서 매우 안타깝다 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 국무회의 대정부 건의 사항 브리핑 을 하고 있다. 2026.7.14. 연합뉴스
여권 일각에선 오 시장의 행보와 관련, 전날(13일)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선고받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 시장이 국무회의를 통해 이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부각하며 향후 재판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오 시장은 이미 자신의 사건을 여당에 의한 정치 사건 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공방으로 몰기 위한 포석을 깔아둔 상태다. 오 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사건 은 2021년 4·7 보궐선거 때 사건으로 이재명 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그는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은 민주당의,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특검법을 토대로 정치에 종속된 검사들에 의해 기소된 것 이라며 공세를 펼친 바 있다.
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만 확정돼도 정치 생명이 끊길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오 시장 입장에선 사건을 정치화하는 게 재판부 압박 등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특히 전날 재판부가 윤석열과 명태균 씨의 무상 여론조사에 대한 암묵적인 의사 합치에 대해 인정하면서 오 시장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높이는 것은 사건을 정치적 공세 대상으로 활용하기에도 용이하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결과가 나오는 13일 명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7.13. 연합뉴스
이날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인 서영교 의원과 염태영·송재봉 의원,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였던 박주민 의원 등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서울의 윤석열 오세훈에게도 법의 철퇴가 내려져야 한다 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 시장을 향해 불법으로 얻은 서울시장직이라면 이제는 내려놔야 한다 면서 법원은 신속하고 엄정한 판결로 서울시민의 선택을 왜곡한 대가가 얼마나 무거운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