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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유능한 대통령의 양면성

유능한 대통령의 양면성
[칼럼]
나는 한 학교의 교장으로서, 동시에 리더십을 연구하는 현장연구자로서 민주적 유능함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래 고민해왔다. 학교라는 조직에서도 유능함은 단순한 업무 처리 능력이 아니라, 권한을 어떻게 나누고, 구성원들의 참여를 어떻게 조직하며, 갈등을 어떻게 다루는가와 깊이 연결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는 최근 한국 정치에서 민주적 유능함의 한 모델을 이재명 대통령에게서 찾고자 했다. 그런데 그 탐색은 곧 한 가지 중요한 사실로 이어진다. 대통령제에서 유능함은 단순한 행정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구성과 행사 방식이라는 정치적 문제라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 스타일을 설명하는 가장 자주 쓰이는 말은 ‘유능함’이다. 현장을 직접 챙기고,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며, 지시와 점검을 반복하고, 정책의 결과를 숫자와 성과로 확인하려는 스타일은 분명 현대 국가운영에서 강력한 장점이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무능한 정치, 책임지지 않는 행정, 늦게 반응하는 관료제에 지쳐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직접 전면에 나서는 대통령은 국민에게 신속함과 통제감, 해결 가능성의 이미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 유능함은 언제나 양면적이다. 유능한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동시에 모든 문제를 대통령에게 모으는 권력의 중력장을 만든다. 대통령제는 본래 정치적인 제도이다. 단순히 행정부 수반을 뽑는 장치가 아니라, 한 사람에게 국가의 상징성과 집행권력, 국민적 대표성을 집중시키는 제도이다. 다시말해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민주적 권력자이지만, 동시에 임기 동안 강력한 단일 행위자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대통령제는 언제나 공화국 안의 군주적 요소를 품는다. 문제는 대통령이 실제로 군주가 되느냐가 아니라, 제도 자체가 대통령에게 군주적 기대를 부여한다는 데 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언론은 대통령의 한마디를 기다리며, 관료제는 대통령의 지시를 가장 강한 행정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정책발표가 끝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 지점에서 흔히 간과되는 것이 내각 구성원, 특히 장관의 성격이다. ‘장관은 정치인인가 관료인가’라는 연구물은 장관이 단순한 행정 집행자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지는 행위자임을 강조한다. 대통령제에서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는 관료적 위치에 머무르기보다,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고 정치적 책임을 분담하는 정치적 주체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전면적 개입이 강화될수록 장관은 정치적 판단을 수행하기보다 대통령의 의지를 실행하는 관료적 역할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이는 곧 내각 전체의 정치적 자율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키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 대통령의 전면형 직무 스타일은 바로 이 대통령제의 본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뒤에 물러나 조정하는 대통령이기보다 앞에 서서 문제를 정의하고, 속도를 정하고, 책임의 방향을 설정하는 대통령에 가깝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쟁점은 선명해지고, 행정은 긴장하며, 지지층은 결집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정책의 방향을 만들고,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국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 효과가 곧 민주적 성숙을 뜻하지는 않는다. 때로 강한 효과는 강한 위험을 동반한다. 첫 번째 위험은 제도적 매개의 약화이다. 대통령이 모든 사안의 전면에 서면 국회, 정당, 내각, 관료제, 지방정부, 숙의기구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물론 대통령은 최종 책임자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방식은 책임정치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책임의 제도적 분산을 약화시킬 수 있다. 좋은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아는 체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모르는 것을 제도가 보완하고, 대통령의 판단을 다른 권력기관이 견제하며, 대통령의 의지가 공적 절차 속에서 걸러지는 체제이다. 대통령의 유능함이 제도의 유능함을 대체하는 순간, 공화국은 한 사람의 업무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두 번째 위험은 정치를 행정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점은 행정적 실행력에 있다. 그러나 국가는 지방정부보다 복잡하고, 대통령의 정치는 행정관리보다 훨씬 더 깊은 갈등을 다룬다. 국가의 문제는 단순히 빠르게 결정하고 집행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가치가 대립하며,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배제감을 느낀다. 정치는 바로 그 갈등을 다루는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유능한 행정가의 언어로 정치를 처리하려 할 때, 반대는 비효율로 보이고, 숙의는 지연으로 보이며, 절차는 성과를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보이기 쉽다. 세 번째 위험은 직접민주주의적 대통령의 등장이다.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연결되는 이미지를 강화할수록 정당과 의회라는 중간매개는 약해진다. 국무회의 생중계, 역사상 가장 유튜브를 잘 활용하는 대통령의 SNS 의견표명 등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직접 듣고 직접 해결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직접성은 민주주의의 심화일 수도 있지만, 포퓰리즘적 권력구성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 정당, 의회, 언론, 시민사회, 전문가 집단, 숙의기구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면, 국민의 뜻은 쉽게 대통령의 뜻으로 번역되고, 대통령의 뜻은 다시 국민의 뜻으로 정당화된다. 이때 민주주의는 다수의 참여가 아니라 지도자와 대중의 직접 접속으로 변형된다. 네 번째 위험은 유능함의 도덕화이다. 유능한 대통령은 자신이 옳다고 믿기 쉽고, 지지자는 유능함을 도덕적 정당성으로 해석하기 쉽다. 일을 잘한다”는 평가는 어느 순간 그러므로 밀어붙여도 된다”는 허가로 바뀐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능력은 절차를 대체하지 못한다. 좋은 의도도 견제받아야 하고, 빠른 결정도 설명되어야 하며, 성과를 내는 권력도 제한되어야 한다. 공화국에서 가장 위험한 권력은 무능한 권력만이 아니다. 스스로 유능하다고 확신하며, 그 유능함을 이유로 더 적은 견제를 요구하는 권력 역시 위험하다. 다섯 번째 위험은 비주류 출신 대통령의 권력의지가 제도적 재구성이 아니라 개인적 재건축으로 흐를 가능성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통적 민주당 주류의 계보 안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주변부와 비주류의 경로를 통해 중앙권력에 도달했다. 이 경로는 그에게 강한 생존감각과 현실정치적 감각을 부여했다. 동시에 기존 질서를 그대로 계승하기보다 새롭게 재배열하려는 권력의지를 낳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권력의지가 나쁜가 좋은가가 아니다. 정치에서 권력의지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의지가 공화국의 제도적 갱신으로 이어지는가, 아니면 대통령 중심의 새로운 집중으로 귀결되는가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0 최형익의 대통령제 논의를 빌려 말하면, 대통령제는 너무나 정치적인 제도이다. 그것은 단순한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구성, 대표성의 형성, 견제의 제도화, 민주주의의 긴장을 다루는 체제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직무 스타일을 평가할 때도 일을 잘하는가”만 물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 유능함이 제도를 강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제도를 대통령에게 종속시키는가”이다. 그 결단이 민주적 책임을 강화하는가, 아니면 반대를 우회하는가”이다. 그 직접성이 시민의 참여를 넓히는가, 아니면 대통령과 대중의 즉각적 접속을 통해 중간제도를 약화시키는가”이다. 이 지점에서는 보다 일반적인 공화주의적 기준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이나 성과만으로 통치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행사되는가이다. 정책이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의회가 약화되고, 정당이 대통령의 지시기관처럼 변하며, 관료제가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조직이 되고, 시민사회가 찬반 동원장으로 변한다면 그것은 민주적 통치의 성숙이 아니라 제도적 빈곤이다. 민주주의에서 결과는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와 권력의 분산, 견제의 작동 역시 결과의 일부이다. 권력은 효과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뿐 아니라,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현실정치의 관점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스타일은 이해 가능하다. 비주류 출신 정치인이 집권한 뒤 기존 권력구조를 재편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권력은 비어 있지 않으며, 누구도 순수하게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 기반을 넓히고, 반대세력을 약화시키며, 통치연합을 새로 구성하려 한다. 이 과정은 도덕적 순수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 권력투쟁이 누구의 자의적 지배도 허용하지 않는 제도로 귀결되는가, 아니면 새로운 대통령적 지배를 낳는가. 리더십 연구자로서 볼 때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전면형 유능함’은 한국 대통령제의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드러낸다. 가능성은 우리가 일년 동안 목도하고 있는 것처럼, 무기력한 관료제와 느린 정당정치, 책임 회피의 행정문화 속에서 대통령의 직접성은 국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직접성이 제도적 숙의와 권력분립을 약화시키고, 유능함이 견제의 필요성을 낮추는 명분이 되며,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연결된다는 이미지가 정당과 의회를 우회한다면 대통령제는 민주적 책임정부가 아니라 선출된 군주정의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유능한 대통령을 칭찬하거나 비판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유능함을 제도화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 내각의 책임으로 작동해야 할 영역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회와 정당이 대통령의 성과를 보조하는 조직이 아니라 독자적 대표성과 견제능력을 가진 권력기관으로 작동해야 한다. 시민과 대통령의 직접 접속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숙의와 대표, 절차와 검증을 우회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대통령제의 핵심 질문은 누가 더 유능한가”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유능한 권력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이다. 무능한 권력을 제한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유능한 권력을 제한하는 일은 어렵다. 성과가 있고, 지지율이 있고, 현장 장악력이 있고, 국민적 기대가 있을 때 견제는 쉽게 발목잡기로 보인다. 바로 그 순간이 공화국의 시험대이다. 민주주의는 무능한 지도자를 막는 제도일 뿐 아니라, 유능한 지도자가 자신을 제도보다 위에 두지 못하게 하는 체제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 스타일은 한국 대통령제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불러낸다. 우리는 유능한 대통령을 원하는가, 아니면 유능한 민주주의를 원하는가. 전자는 한 사람의 능력에 기대지만, 후자는 제도의 능력에 의존한다. 전자는 빠르게 움직이지만, 후자는 느리게 견제한다. 전자는 국민에게 시원함을 주지만, 후자는 시민에게 자유를 준다. 대통령제는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제도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유능함 역시 행정의 언어가 아니라 권력의 언어로 읽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유능한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볼 수 있다.정용주 서울천왕초교장 jyj@mind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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