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경고 기후, 국가 신용등급 하방 압력”…PF도 상한선 제약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후변화가 국가 신용등급의 하방 리스크로 본격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Fitch Ratings)는 3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기후 리스크가 향후 수십 년간 다수 국가의 신용등급에 중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도 이상 등 기후 변수의 국가 신용등급 영향 분석. 전통적 거시 변수 대비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유럽중앙은행(ECB)
119개국 분석…사이클론 노출국 부채 30% 더 높아
피치는 ‘기후취약성 신호(Climate Vulnerability Signals·Climate.VS)’를 도입해 2030~2050년 국가 신용 프로파일의 기후 노출도를 0~100점으로 평가했다.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를 종합 반영하는 방식이다.
2050년 기준 119개국 중 약 절반이 50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기후 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70점 이상은 신용등급이 최대 세 단계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피치는 주요 화석연료 수출국과 물리적 리스크에 노출된 소규모 국가를 가장 취약한 군으로 지목했다. 2035년까지는 7%만이 50점 이상이지만, 이후 화석연료 수요 감소와 기온 상승, 극단적 기상현상 증가가 맞물리며 신용도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기후 충격이 재정 지표에 미치는 영향과도 맞물린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최근 공개한 프리프린트(학술지 게재 전 논문)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열대성 사이클론에 노출된 국가는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30% 높았다. 사이클론과 고온 현상의 복합 효과로 GDP는 약 10%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차입 비용도 상승했다. 28개국에서 최소 1bp(베이시스포인트), 고위험 국가는 약 5b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 이후 반복되는 채권 발행 과정에서 비용 증가가 누적된다는 설명이다.
파리협정 이후 기후요소 반영 확대…전통 변수 영향은 여전
기후 충격이 부채 지표와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신용평가사의 등급 산정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실제 유럽중앙은행(ECB) 연구진이 124개국을 대상으로 S&P글로벌레이팅스, 무디스, 피치레이팅스, 모닝스타DBRS 등 4대 평가사의 등급을 분석한 결과,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기후 요인이 점진적으로 등급에 반영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온도 이상과 자연재해 빈도가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는 반면, 탄소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배출 집약도를 낮춘 국가는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나타났다. 화석연료 수익 의존도가 높거나 부채 부담이 큰 국가는 파리협정 이후 더 낮은 등급을 받았고, 구리·리튬·코발트·희토류 등 에너지 전환 핵심 광물 수출국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연구진은 기후 변수의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더라도, GDP 성장률이나 재정수지 등 전통적 등급 결정 요인에 비해 그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국가 등급이 상한선”…PF 4%만 주권 초과
국가 신용등급은 해당 국가에서 조달되는 프로젝트 자금의 사실상 상한선으로 작동한다. S&P글로벌레이팅스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전체 프로젝트 파이낸스(PF) 포트폴리오 가운데 국가 등급을 초과한 사례는 11건으로 4% 미만에 그쳤다. 이 중 9건은 무조건적·철회 불가능한 외부 보증에 따른 신용대체였으며, 순수하게 구조적 요인만으로 주권 등급을 상회한 사례는 2건뿐이었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외환 통제 위험이 핵심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외화 송금이나 환전을 제한할 경우 프로젝트가 달러 표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을 반영하는 이전·태환(Transfer & Convertibility·T&C) 리스크다.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더라도 주권 리스크가 등급의 상한선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럽중앙은행(ECB) 연구진은 기후 리스크가 국가 등급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향후 자산 가격의 급격한 재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국채를 보유한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