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동시 방한 …이재명 정부 국제 위상 확인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함께 대한민국을 찾는다.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가 바야흐로 국제 외교무대로 떠오르게 됐다.
이 소식을 알린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한 직후 트루스 소셜을 통해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며 둘 다 APEC에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리곤 나는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할 것이고, 시 주석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에 오기로 합의했다 라고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25년 9월 19일 사진 합성. [AFP=연합뉴스]
트럼프-시진핑,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
미중 정상 동시 방한, 2012년 이후 13년만
미국과 중국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건 2012년 3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이 참석한 후 13년 만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대좌하는 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이며 지난 1월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후 처음이다. 이번 경주 회동은 관세와 무역, 공급망 전쟁이 치열하고, 대만·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지속되는 시점에 이뤄지는 데다, 트럼프의 방중과 시진핑의 방미를 앞둔 전초전 의 성격을 띠고 있어 그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한국-미국-일본의 남방 3자 연대 에 맞선 북한-중국-러시아 북방 3자 연대 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북핵과 한반도, 북·러 군사 협력 등의 문제를 놓고 두 정상이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동북아 질서가 신냉전 으로 향할지가 드러날 걸로 보인다. 경주 회동은 글로벌 무역과 안보의 향방을 가늠할 주요 이벤트로 주목받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자신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5.09. 19 [출처. 트럼프 투루스 소셜 계정]
트럼프 방중, 시진핑 방미 앞둔 전초전
미중 정상 통화…초반 협상 분위기 양호
미중 협상의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후 양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 관세, 반도체·희토류 등 전략 자원의 상호 수출통제, 중국의 러시아 원유 구입 및 러시아 지원 의혹, 펜타닐 규제,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등을 놓고 전방위로 부딪혀 왔다.
그러나 2시간에 걸친 통화를 통해 두 정상은 몇몇 사안에서 타협점 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을 통해 시진핑과의 통화를 매우 생산적이었다 면서 무역, 펜타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필요성, 틱톡 매각 승인을 포함한 매우 중요한 이슈들에서 진전을 이뤘다 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 기자들을 만나서도 매우 좋은 대화였다 고 말했다. 시진핑도 트럼프와의 통화를 실용적이고, 긍정적이며, 건설적이었다 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전했다. 미중 관계의 성격에 대해선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 라고 했으며, 시진핑은 매우 중요한 관계다. 미중 양국이 공동 번영할 수 있다 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중 관계 안정‧화해 위한 무대 경주
한국 이재명 정부 국제 위상 확인 성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양국이 어떤 진전 과 합의 를 이뤄낼지가 최대 관심사이지만, 트럼프와 시진핑의 동시 참석을 성사시킴으로써 미중 관계의 안정과 화해를 위한 협상 무대를 마련한 건 그 자체로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성취다. 물론 두 정상이 경주 회동에서 미중 관계의 안정과 화해를 위한 일정한 합의를 실제로 이뤄낸다면 대립하는 두 초강대국인 미중 사이에 끼어 운신의 폭이 극도로 협소해진 한국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미중 정상의 방한은 이재명 정부의 국제적 위상 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APEC이란 다자회의 형식을 빌기는 했지만,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가 양호 하다는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뭣보다 이재명 정부를 흔들려는 한미일 내 극우 세력의 입지를 약화하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 현재 관세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문제를 두고 한미 양국 정부가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고, 힘의 논리를 앞세운 미국의 강압적 협상 태도에 대한 한국내 반미 여론이 급속히 확산 중인 점이 아직 변수로 남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도착하고 있다. 2025. 09. 03 [AFP=연합뉴스]
시진핑 방한, 한중 관계 정상화 메시지
1992년 수교 이후 최악 한중 관계 복원?
시 주석의 방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임 윤석열 정권의 무모한 탈중국, 반중국 정책으로 1992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인 한중 관계를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를 중국 최고지도자가 행동 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난 6월 출범 이후 한중 관계를 복원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세심한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를 내건 이 대통령은 한일(8월 23일 도쿄), 한미(8월 25일 워싱턴D.C.)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 안정화에 이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 기조를 다지면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한국에 대한 중국의 불신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8월 25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다 라면서 종전처럼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 이란 안미경중 의 접근을 지속하긴 어렵고 미중 전략경쟁에서 불가피하지만 동맹인 미국의 편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 을 폈지만, 중국에 대한 배려 도 잊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중국 불신 완화 노력 결실
미국 편 현실론 속 중국에 대한 배려도
이 대통령은 8월 21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권의 대만 문제 개입 정책에 오로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에 기초해 각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고, 8월 24일 기내 간담회에선 대한민국은 특정 몇몇 국가와만 외교를 해서는 살 수 없는 나라다 라면서 우리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이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하고 살 수가 있는가. 중국과 절연하지 않아서 제가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에서의 친중은 해야 한다 고도 했다.
또한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도발 저지에서 한반도를 넘어서는 중국 저지로 바꾸는 주한미군 유연성과 동맹 현대화 와 관련해 (미국이) 유연화에 대한 요구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 라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 미국 순방 기간 중인데도 이 대통령이 한중 수교 33주년 기념일인 8월 24일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해 시진핑 주석에게 친서를 보내고,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명동 등 극우 세력의 혐중 시위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는 무관한 깽판 이라며 엄중 단속을 지시했던 일도 중국의 불신을 누그러뜨리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2025.8.25 [공동취재] 연합뉴스
일본서 출발해 미국 거쳐 중국 접근 수순
이재명, 23일 유엔서 민주 한국 복귀 선언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출발해 미국을 거치는 수순을 택하면서 한미일 극우 세력이 낙인찍은 반일, 반미, 친중, 종북 이미지를 걷어냄으로써 이 대통령이 중국에 접근 할 공간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미중 정상이 경주 회동에서 미중 관계 안정화 에 합의한다면, 이 대통령의 운신 폭은 더 넓어질 수 있다.
그 토대 위에서 북핵과 북러 협력 대응, 한반도 평화 문제 등을 다룰 북미 대화와, 시간은 꽤 걸리겠지만 남북 대화 재개의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초미의 관심사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이번 APEC 계기에는 어렵고, 빨라야 내년 초 트럼프의 방중 때나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은 유엔 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이 대통령은 23일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 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이재명 정부의 외교 비전과 인류의 평화‧번영을 위한 기여 방안을 밝힌다. 24일에는 한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이 대통령은 모두의 AI(인공지능) 란 주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를 주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