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기후 공시 없애려다 제동…주주들 ‘석유 투자 수익성 검증’ 압박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BP의 기후 공시 축소 시도가 주주들에 의해 저지됐다. / 출처 = Unsplash
BP(LSE: BP)의 기후 공시 폐지 결의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23일(현지시각) BP는 영국 서리주 선버리온템스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기후 공시 의무를 폐지하는 특별결의안 두 건을 상정했지만 모두 통과시키지 못했다. 주주 과반이 기존 공시 유지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주주, 기후 공시 축소 시도 제동
BP 이사회는 2015년과 2019년 주주결의로 도입된 자발적 기후 공시 의무를 폐지하는 안건을 이번 주총에 상정했다. 해당 공시는 운영 배출량 관리, 파리협정 부합 전략, 저탄소 투자 계획, 임원 보수와 기후 지표 연계 등 회사 고유의 기후 대응 전략을 상세히 공개하는 내용이었다.
이사회는 최근 각국에서 의무적 기후 공시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존 자발적 공시가 사실상 중복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정 공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주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안건 모두 가결 기준인 75%에 크게 못 미치는 약 47% 수준의 찬성에 그쳤다.
신임 의장 앨버트 매니폴드 선임안은 81.8% 찬성으로 통과됐다. 통상 이사 선임안이 100%에 가까운 지지를 받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쟁점은 탈탄소가 아닌 ‘투자 타당성’
이번 주주 반발의 핵심은 기후 목표 자체가 아니라, 석유·가스 투자 확대 전략이 실제로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에 대한 검증 요구였다.
갈등은 BP 이사회가 주주행동주의 단체 팔로우디스의 결의안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팔로우디스는 화석연료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BP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유지할지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법률 자문을 근거로 해당 안건을 의제로 올리지 않았다.
이 결정은 주주 권리 문제로 번졌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의결권 자문사는 반대 권고를 내렸다. 리걸앤드제너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LGIM) 등 주요 기관투자자도 이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다른 기후 단체가 제출한 안건은 주총에 상정됐다. 호주계 단체 ACCR이 제안한 ‘업스트림(upstream) 투자에 대한 자본 배분 기준 공개’ 결의안은 약 25%의 지지를 확보했다. 이는 BP에서 경영진이 반대한 주주 결의안 가운데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찬성률이다.
ACCR는 이번 결과에 대해 투자자들이 BP의 석유·가스 투자 확대 전략과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주주들과 협의하고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배경에는 전략 변화가 있다. BP는 2025년 저탄소 투자를 전체 설비투자의 5% 미만으로 줄이고 석유·가스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은 탈탄소 속도에서 벗어나, 화석연료 투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로 이동했다.
기관투자자 내에서도 입장은 엇갈렸다. BP 지분 약 2.98%를 보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경영진을 지지했다. 다만 표결 결과는 공시 유지와 투자 전략 검증을 요구하는 쪽이 더 많았음을 보여준다.
셸 주총으로 확산…공시 기준 재편
이 같은 압박은 셸(LSE: SHEL)로 이어지고 있다. 팔로우디스와 약 1조2000억유로(약 2077조원) 자산을 운용하는 21개 기관투자자는 5월 19일 셸 주총에 유사한 결의안을 제출했다.
셸 이사회는 해당 안건을 의제로 채택했지만 반대를 권고했다. 현재 공시 수준으로 충분하며 특정 시나리오에 구속되는 것은 적절한 지배구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BP 주총 결과를 두고 신임 경영진 체제에서 처음 열린 주총에서 기후 공시 축소 시도가 주주 반발에 부딪혔다”며, 주요 투자자들이 공시 축소와 이사회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