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산골마을 오염시킨 산업 폐기물 불법 매립 [환경]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주민들이 불법 성토된 농지에 고인 침출수를 살펴보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외와마을)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밀 만큼 오지이면서도 청정한 마을이었다. 연로하신 토박이 어른들이 절대다수이고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귀촌한 은퇴자들이 구순하게 살고 있었다. 그랬던 내와마을이 한순간에 변해 버렸다. 악덕 사업자가 중금속 폐기물로 불법 성토를 했는데 몇 개월째 방치되면서 숨쉬는 것과 물 마시는 일조차 힘들어진 것이다.
바람이 불면 악취와 미세먼지가 날리고, 오염된 빗물이 맑았던 하천으로 흘러들며, 침출수가 지하수까지 오염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더욱이 상수도 시설이 안 돼 주민들이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지하수가 오염될 수밖에 없어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내와리는 살기 좋은 전원 마을이었는데 불법 성토로 망가지고 있다.
포크레인 작업자가 반입된 다양한 오염토를 섞어서 깊이 매립하고 있다.
사업자의 만행, 울주군은 무사안일 직무 태만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은 돈벌이에 눈먼 사업자의 악행과 이를 사전에 막아야 할 담당공무원들의 무사안일 직무태만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시행하는 양질의 농지 성토라고 속였다. 마을 주민들은 사업자의 설명을 철석같이 믿었고, 2월부터 시작된 공사가 진행되면서 여러 차례 미심쩍은 상황이 눈에 띄어 민원을 넣었으나 담당 공무원들은 관리 감독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민원이 처음 들어갔을 때 관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사업자 편의를 계속 봐주는 바람에 조기에 막을 수 있었던 불법매립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키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주민들이 강력히 요구해 지난 3월 초 울주군 자원위생과에서 현장 시료를 채취해 성분 분석을 하였는데도 중금속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1차 매립을 완료하고 더 넓은 부지에 더 많은 산업폐기물을 매립하는 2차 공사를 진행했다.
1차 및 2차 매립 과정에 자행된 불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업자는 일부 토지만 사전 신고를 했을 뿐 신고 또는 허가받지 않고 매립한 면적이 더 넓다. 매립된 농지 전체 규모는 1.65㏊(약 5000평)나 된다. 매립 높이도 심한 경우 4~5m에 이른다. 최초 신고시에 제출한 성분 분석서와 실제 반입한 토사의 성분은 전혀 다르고, 들여온 토사도 종류가 제각각이었다. 성토한 면적, 반입한 토사량, 토사의 오염 등이 신고한 내용대로 되지 않아 그야말로 무법천지의 공사가 두 달 넘게 진행됐다. 그 과정에 울주군의 관리 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산업폐기물 등을 태운 재, 하수 처리를 한 곳에서 나온 쓰레기, 그리고 반드시 소각되어야만 하는 폐기물까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다량 반입돼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불법 성토된 곳의 흙더미는 4~5m 높이에까지 이른다.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충격적인 토양 오염이 확인되어 2차 매립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너무나 충격적인 중금속 오염흙 불법 매립
고약한 악취가 풍기자 주민들은 계속 민원을 넣었다. 4월 말쯤 환경단체에도 이런 실태를 고발했다. 그제야 울주군은 불법 매립공사를 멈춰 세우고 지난달에야 다시 현장을 찾았다. 뒤늦게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중금속 오염 수치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구리 16배, 아연 11.6배, 니켈 6.8배, 카드뮴 6배, 납 4배, 비소 2.4배 등이었다. 담당 공무원도 놀라고 주민과 환경단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바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입구에 차량통행 금지 현수막을 걸었다. 5월 13일 불법매립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했을때 지역언론 기자들은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달려와 현장을 취재하고 상세한 보도를 했다. 취재 기자들은 불법매립 현장을 둘러 본 뒤 며칠동안 몸에서 악취가 달아나지 않거나 두통이 가시지 않거나 피부 가려움증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2차 매립지에 각종 산업폐기물과 중금속 오염물질을 매립한 사업자가 과연 1차 매립지에는 양심적으로 양질의 토사를 묻었을까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1차 매립지 성토 성분 조사를 요구하게 됐다. 역시나 충격적이었다. 니켈 20배, 아연 12배, 구리 10.6배, 카드뮴 2.5배, 납 2.96배... 도저히 농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수치가 1차 매립지 성분 조사에서도 나왔다.
이런데도 울주군 자원위생과는 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는지 의문이다. 공무원들은 검사 방법의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만 하고 농지관리팀에 일을 맡겨둔 채 자원위생과 직원들은 여전히 현장에 나와보지도 않고 있다.
침출수 오염 실태는 참혹하기만 하다.
오염된 침출수는 소류지(작은 못)로 흘려들고 있다.
악취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곳을 둘러본 전문가는 많은 오염 현장을 둘러봤지만 이곳은 가히 최악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울주군은 선제적인 행정 대집행을
정작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야 하는 담당자들은 절차 운운하며 현장을 계속 방치해 두고 있다가 장마를 앞두고 걱정이 커져만 가는 주민들의 계속된 요청에 방수포 작업을 위해 환경전문가를 대동해 지난 10일 현장을 찾았다. 오는 25일쯤 장마가 시작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 일정을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2차 매립지만 작업 예정이고 1차 매립지는 제외됐다. 같은 업체가 불법매립을 자행해 장마 전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같은데 1차는 폐기물 관련 민원이 먼저여서 경찰에 의뢰한 수사 결과를 보고 차후 대책을 세우겠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그리고 방수포만 덮어둔다고 오염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땅속 지하에는 수많은 물길들이 얼키설키 있고 이미 오염된 침출수들이 근처 하천으로 농지로 스며들고 흘러들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차수막을 설치하고 포집된 오염수는 정화시켜 방류해야 한다.
더 확실한 방법으로 투수성 반응벽체라는 공법도 있다. 오염된 매립지를 빙 둘러 정화기능이 있는 반응벽체를 세우면 오염된 침출수가 여과되면서 깨긋하게 정화되어 방류가 되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하여도 담당관계자는 방수포만을 그것도 전체가 아닌 2차 매립지만 고집하며 작업할 업체를 찾고 있다. 이것은 반쪽짜리 보여주기식 또는 달래기식 공사로 밖에 볼 수 없다.
보도를 보고 걱정이 되어 현장을 찾은 토양 및 수질 전문가는 수많은 오염 현장을 봐 왔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불법매립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중금속 물질에 심각하게 오염된 토사를 다른 곳으로 그냥 반출하는 것은 오염원의 이동일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전문가는 정밀 조사를 토대로 엄격한 토양 정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가 아닌 주민의 눈높이로 봐도 당연한 수순이고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처리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기간이 걸리는데 지주나 사업자는 그럴 능력이 없어 보인다. 아니 악덕 사업자는 처리할 능력이 있어도 못한다고 버틸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주민들의 건강권과 생존권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울주군은 공무원 스스로의 귀책 사유로 벌어진 불법매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내와리 주민들은 불법매립에 의한 1차 피해 못지않게 2차 피해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울주군은 2차 피해 방지와 주민건강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즉시 실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은 선제적으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고 하루라도 빨리 원상복구하고 사업자에게는 형사책임 및 구상권 청구와 민사책임을 물어야 한다.
행정대집행을 하려면 또다시 시간이 걸릴 것이 자명하다. 그 사이 하루하루 오염되는 공기와 지하수를 지키는 작업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차수막 설치와 방수포 작업 등을 일부가 아닌 전체 불법매립지로 확대하여 하루라도 빨리 진행시켜서 더 이상의 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하여 울산의 9대 시장으로 당선된 김상욱 시장 당선인이 14일 울주군청 알프스홀에서 울주군민들과의 대화를 가졌다. 건의서와 그간의 사건요약서를 들고 찾아가서 발언 기회를 얻어 내와리 농지 불법 성토에 대해 알리고 울주군과 시가 힘을 합쳐 해결 방안을 찾고 차후 시정과제로 삼아 원천적으로 불법 매립을 근절시키는 방안도 모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임 기간에 불법매립 행위를 막지 못한 이순걸 군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임됐다. 바로 주민과의 면담을 요청하였고 빠른 시일내에 자리를 갖기로 했다. 앞으로도 군정을 계속 책임지고 이어가려면 내와리 환경을 원상 복구하는 일부터 최우선으로 해결할 것을 마을 주민들은 강력히 촉구한다.
불법 성토된 흙더미의 높이는 4~5m에 이르기도 한다.
손선희 시민기자 chamimar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