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규제에는 어떤 정책이 뒤따라야 하는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2024년 기준 전체 가구수는 2229만 4400가구인 데 비하여, 주택 수는 2293만 9800호로서 주택보급률은 이미 102%를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전체 가구의 43.11%에 해당하는 961만 301가구가 무주택 상태이고, 1주택 가구는 942만 4524가구로 42.27%를 차지합니다. 즉 무주택 가구와 1주택 가구를 합친 비율이 전체 가구의 85.38%입니다. 그리고 2주택은 248만 1515가구로 11.13%, 3주택 이상자는 77만 8060가구로 3.5%입니다. 그런데 전체 가구의 3.5%에 불과한 3주택 이상자가 전체 주택 수의 37%에 해당하는 855만 2246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2주택 이상 소유자의 잉여 주택이 1103만 3761호입니다.
소수가 주택 대다수를 독점하고 그 잉여 주택으로 이익을 얻는 지금의 상황은 경제학에서 지적하는 ‘지대추구 행위’에 해당합니다. 지대추구(地代 追求, rent seeking)란 ‘새로운 부(富)’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부’를 빼앗는 약탈적 경제행위를 뜻합니다.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인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현상, 즉 로비 · 약탈 · 방어 등으로 경제력을 낭비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면허나 권리를 선제적으로 취득함으로써 독점적 지위를 얻어 그 뒤부터는 별다른 노력 없이 초과수익을 얻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약탈적 지대’(地代)를 얻기 위해 비생산적 경쟁을 벌이는 행위를 ‘지대추구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연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오는 5월9일로 종료한다는 입장을 확인하며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매도하라는 메시지를 내는 가운데 서울 일부 지역에서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2026.2.3. 연합뉴스
토지, 주택과 같이 공급탄력성이 낮은 대상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지대 추구 행위는 전체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 못하는 비생산적 행동입니다. 한편 이러한 주택의 독점으로 인한 이익은 절반에 가까운 무주택 가구의 ‘주택을 소유할 자유’를 약탈함으로써 얻게 된 ‘지대’(rent)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는 ‘주택을 소유할 자유’가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하는바, 소수가 주택을 독과점하는 행위는 무주택 가구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들이 우리 헌법의 경제적 자유에 ‘다주택을 소유할 자유’가 포함된다고 부르짖는다면, 그것은 타인의 권리를 약탈할 자유를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은 늑대를 위한 자유는 양에게 죽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조지프 스티글리츠 10). 따라서 이러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조치는 대한민국헌법 제119조 제2항에 부합하는 합헌적인 행위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19조 ②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주택을 규제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적 선의(善意)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을 규제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무주택자로 하여금 주택을 소유하게 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주택을 규제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최근 이재명 정부의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 및 보유세 강화 정책으로 매물이 쏟아진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다주택 규제정책에 부정적인 어느 커뮤니티에서의 대화입니다.
■디매인 라이프■ 2026.02.04. 22:24
부동산)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집값이 내리나요?
2821AKKE 디매입문 (1:1채팅)
그분께서는 왜 이렇게 집값 잡는다면서 다주택자 얘기만 하는 거에요?
다주택자가 판다→(다주택 세금이 많으니) 무주택자가 사야 하고,
그건 무주택자가 1주택자 되는 것을 권장한다 같은데
무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는거랑 집값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집 살 만한 돈이 없는 전월세 임차인들이 그런다고 갑자기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요?
왜 매일매일 다주택자 어쩌고만 하는 거에요? 제가 모르는 게 있남..
[BEST 댓글]
런린ee
다주택자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서 갈라치기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절대 집값 잡을 생각 없음요. 갈라치고 서로 싸우게 해야 본인들 권력 유지가 되니까요.
이연희
부동산 떡락 가나요?????
랄뽕곰
기본적으로 투자적인 마인드로 여러 채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주택이 쉬우면 자본이 몰리고 집값이 올라가죠
→2821AKKE : 매물로 나온 게 팔리고 거래 수가 늘어야 의미가 있는 거 아닌가요?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더라도, 그걸 무주택자가 받아줘야 하는데 지금 그게 현실적인가요?
→랄뽕곰 : 무주택자가 받아줄 수 있는 지점과 다주택자가 다주택을 견디지 못하는 지점(세제 등)이 맞물리면 가격 하락이 이뤄진다는 게 정부의 정책입니다.
→DEEDS : 토허제에 대출도 막아놓고 무주택자가 어떻게 줍줍을 하나…눈가리고 아웅다웅…20억짜리 15억에 던져도 받는 건 가두리 안 소수란다…
(https://cafe.naver.com/dieselmania/46751000?art=ZXh0ZXJuYWwtc2VydmljZS1uYXZlci1zZWFyY2gtY2FmZS1wcg.eyJhbGciOiJIUzI1NiIsInR5cCI6IkpXVCJ9.eyJjYWZlVHlwZSI6IkNBRkVfVVJMIiwiY2FmZVVybCI6ImRpZXNlbG1hbmlhIiwiYXJ0aWNsZUlkIjo0Njc1MTAwMCwiaXNzdWVkQXQiOjE3NzExNTk0OTYzMzZ9.9G9D7P4y-rtnqS6Zm4kNoGIiPeK5ri1VqQ5UH1qnXCA)
위 대화는 표현이 거칠고 수준이 낮아 보이지만, 아주 의미 있는 지적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주택 규제로 매물이 쏟아지더라도 무주택자가 그것을 매수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종전 20억 원짜리 아파트가 15억 원으로 하락하더라도, 현재의 대출규제 정책으로 인해 대출 없이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위 대화에서 ‘가두리 안 소수’(아이디 DEEDS)가 바로 대출 없이 매수할 수 있는 현금 부자들입니다. 그렇기에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것과 무주택자가 1주택자 되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아이디 2821AKKE)라는 질문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위 지적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가두리 안 소수’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다주택자 규제와 거래량 감소, 그리고 그 후과(後果)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 및 보유세 강화 정책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일시적으로 호가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로써 ‘집값 안정’이라는 정부의 목표는 달성된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매물이 시장에서 모두 소진될 수 있을까요? 집값을 더 떨어뜨릴 거라는 정부의 강한 메시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설령 대출 없이 매수할 수 있는 현금 부자라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그 매물을 매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매체결 강도는 가격 상승을 예상한 ‘탐욕’이 가격 하락의 ‘공포’를 압도할 때 강해지며, 반면 가격 하락의 공포에 압도된 탐욕은 매물을 방관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영끌 매수, 즉 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했던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났던 이유는 집값이 곧 급등할 거라는 전망과 그에 따른 탐욕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향후 집값이 계속 하락할 거라고 예상하는 상황에서라면, 매매체결 강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고 거래량은 계속 감소할 것입니다. 더구나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목표 아래에 대출규제 정책을 펴고 있기에, 설령 집값이 충분히 하락해도 무주택자 대부분은 집을 사지 못합니다. 이 상황에 이르게 되면, ‘다주택자를 왜 규제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거래량 감소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금까지 신규 분양시장을 이끌었던 주된 힘은 다주택자의 매수세였습니다. 따라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거래량을 감소시키고, 거래량 감소는 분양시장의 냉각과 건설경기의 침체로 이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연쇄적 사태를 막기 위해 역대 보수당 정부가 다주택자의 추가매수를 독려했던 것이고, 심지어 민주당 정부 아래에서도 보수적 관료들이 종전의 관행을 유지했던 것입니다. 즉 보수당 정부는 다주택자의 추가매수에 따른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경기부양의 지렛대로 삼았던 것입니다.
다주택 규제를 통해 ‘집값’이라는 지표는 하락함에도, 거래량 감소로 인해 미분양이 속출하고 건설회사는 도산에 이르며, 막상 무주택자의 주택 소유 비율은 나아지지 않고 정체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도대체 ‘다주택 규제를 뭐 하려고 했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히고, 현 정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주택 규제에는 어떤 정책이 뒤따라야 할까요?
거래량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요컨대 ‘집값 하락’이라는 지표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집값이 떨어져도 막상 무주택자가 집을 살 수 없다면, ‘집값 하락’은 선거용 선전 문구에 불과합니다. 즉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집을 못 사는 것은 네가 능력이 없기 때문이야”라는 개인적 비난으로 귀결된다면, 다주택 규제 정책은 그 목적을 상실한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집값을 떨어뜨리면서도 거래량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대출규제 정책’을 폐기하는 것입니다. 즉 무주택자가 매수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로써 ‘무주택 가구의 주택 소유’라는 다주택 규제정책이 의도했던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종전 대출규제 정책의 목적, 즉 유주택자가 주택담보 대출로 주택을 추가로 매수하는 것은 어떻게 막을까요? 그것은 ‘3주택 이상의 소유 금지’를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막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1가구 1주택 원칙’을 천명하고, ‘법인의 주택소유 금지’도 아울러 입법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입법이 대한민국헌법 제119조 제2항에 합치되는 것임은 물론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민간 임대사업을 공공영역으로 흡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첫 번째 방책과 마찬가지로 주택시장의 거래량을 확대할 것입니다. 독일의 부동산 회사 보노비아가 2024년 기준 55만 채를 가지고 있고, 이들이 올리는 임대료를 저지하기 위해 베를린 시민들이 ‘주택공유화 운동’을 벌였다가 실패했다는 사실은 누차 강조하였습니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시장을 독점한 지배자가 어떤 결과를 낳는가에 대한 깨우침을 이미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주택에 관해서라면 이를 공공화하고 최소한의 이윤으로 운영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래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임대사업자의 주택을 단계적으로 인수하고, 다시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임차인에게 인수시키는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것은 베를린 시민운동이 추구했던 주택공유화 프로젝트와 같은 취지이며, 뉴욕시가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을 대규모로 확대한 프로젝트입니다. 뉴욕의 어포더블 하우징은 중저소득층 주민이 ‘affordable’, 즉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 민간 협력 주택지원 제도입니다. 뉴욕시 주택보존개발국(HPO)에 따르면, 1만 가구에 제공되는 어포더블 하우징에 2024년 600만 가구가 신청했다고 합니다(2025년 5월 15일자 미주중앙일보). 만약 위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공공임대 정책이 확립된다면, 전 세계에 모범이 되는 주택정책 모델이 될 것입니다.
주택정책이 성공하려면 ‘1주택자’의 지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주택 가구는 42.27%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주택정책이 성공하려면 ‘1주택자’의 정치적 지지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1주택자가 ‘다주택 규제’에 당연히 동의할 거라고 가정하는 것은 오류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을 차지하는 절대적 지분이 주택입니다. 따라서 다주택 규제로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1주택자에게도 간접적인 박탈감과 손실을 주게 됩니다. 결국 그들이 다주택 규제정책의 대의에 동의했다가도, 만약 그 정책에 혼선이 생기면, 즉 주택시장과 건설경기가 침체하고, 무주택 소유 비율이 정체함으로써 정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난국에 빠지면, 1주택자 역시도 정부를 비난하는 대열에 나설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다주택 규제정책을 성공시키려면, 1주택자를 정치적 동반자로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 위와 같은 거래량 촉진정책을 통해서 지나친 가격 하락을 막고 적정수준의 가격 유지를 도모해야 합니다. 둘째 ‘집값 하락’이라는 박탈감을 상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것은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제 완화’입니다. 적어도 국민평형 이하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부동산 세금을 전면적으로 폐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1가구 1주택’은 국가가 국민에게 보장해야 할 권리이므로, 1주택자에 대한 기본권제한은 최소화하는 게 옳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 1주택자의 정치적 지지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고 고삐 풀린(unfettered) 시장은 ‘선택할 권리’보다 ‘착취할 권리’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의 저작 의 몇 문장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한 사람의 자유가 종종 다른 사람의 부자유가 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종종 다른 사람의 자유가 희생된다는 것이다(30). … 자유롭고 고삐 풀린(unfettered) 시장은 ‘선택할 권리’보다 ‘착취할 권리’에 가깝다. 착취는 피착취자의 희생으로 착취자를 풍요롭게 만든다. 이러한 착취를 제한하면 사람들 대부분의 기회집합(자유)이 확대되는 반면, 착취하는 사람의 기회집합은 제한될 수 있다(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