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소기업 ESG 공시 기준 ‘VSME’ 채택…공급망 정보요구 상한선도 명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가 30일(현지시각) 중소기업을 위한 자발적 ESG 공시 기준 ‘VSME(Voluntary SME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를 권고안 형태로 채택했다. 공급망 내 과도한 정보 요청을 제한하는 ‘정보요구 상한선(value-chain cap)’ 개념도 함께 제시됐다.
이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비상장 중소기업(SME)들이 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표준화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VSME는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이 개발해 2023년 말 EC에 기술 자문 형태로 제출한 바 있다.
EU가 중소기업을 위한 자발적 ESG 공시 기준을 채택했다. / 픽사베이
기초·포괄 모듈로 구성…중대성 평가 생략
VSME는 ▲기초(Basic) 모듈과 ▲포괄(Comprehensive) 모듈로 구성된다. 기초 모듈에는 총 11개 항목이 포함되며, ▲준비의 기초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 계획 ▲에너지 및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생물다양성 ▲자원 사용 및 순환경제 ▲인력 특성 ▲보건·안전 ▲보상 및 교육 ▲부패 관련 유죄 판결 등이 핵심 내용이다.
포괄 모듈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이 요청할 수 있는 선택적 항목으로, ▲비즈니스 모델 ▲기후전환 계획 ▲기후 리스크 ▲인권 정보 ▲심각한 인권침해 ▲지배구조 다양성 등 총 9개 주제를 포함한다.
이번 표준은 비례성 원칙에 따라 중소기업의 역량에 맞춰 간소화됐으며, 특히 중대성 평가(materiality assessment)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기업에 동일한 항목을 제시하고, 해당 사항이 없으면 생략하도록 설계됐다. 외부 감사 없이 자가 선언(self-declaration)만으로도 보고가 가능하다.
‘정보요구 상한선’ 도입…공급망 부담 완화
EC는 이번 권고안에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ESG 정보를 요청할 경우, VSME 표준을 기준으로 삼을 것을 권장했다. 이를 통해 공급망 내 ESG 정보 요구를 표준화하고, 과도한 요구로 인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EC는 이를 ‘정보요구 상한선(value-chain cap)’이라는 개념으로 명시했다.
정보요구 상한선이란, 중소기업이 VSME 기준에 따라 ESG 정보를 제공하면, 그 이상 복잡하거나 과도한 정보를 추가로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중소기업의 인력과 자원 한계를 고려한 조치로, ESG 보고 부담을 줄이고 정보 비대칭도 해소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EFRAG는 중소기업의 실무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템플릿과 XBRL 기반 자동 변환 도구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XBRL은 전자공시용 표준 데이터 언어다.
자발적 공시 유도…지속가능 금융 접근성 제고 기대
VSME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 형태이지만,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표준에 따라 공시할 경우, 지속가능 금융 접근성 개선, 이해관계자 신뢰 제고, 자체 성과 점검 등 다양한 긍정 효과가 기대된다. EC는 각 회원국이 해당 표준의 이점을 널리 알리고 실질적인 확산을 위한 정책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EC는 올해 초 ‘옴니버스(Omnibus) I’ 패키지에서 CSRD 적용 대상을 직원 1000명 이상 기업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약 5만 개 기업 중 80% 이상이 의무보고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번 VSME는 이들 기업에 대한 대안적 공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