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UAE 사이에 낀 한국…자칫 전쟁 불똥 튈 수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이란 간 휴전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이 아주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UAE는 중동에서 한국을 형제국 으로 부르는 나라이고, 이란은 원유 수입 물량의 약 70%를 의존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면서 현실적으로 한국의 에너지 목줄을 쥔 나라인 만큼 선뜻 어느 한 편에 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6일, 대한민국 서울의 주한 미국 대사관 밖에서 열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행동 반대 시위에서 시위자들이 전쟁으로 희생된 이란인들을 추모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머그샷(범죄자 식별 사진)을 들고 있다. 2026. 05. 06 [EPA=연합뉴스]
구원도 문제지만, 이스라엘 총리실이 전쟁 기간인 3월 26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UAE의 오만 접경 도시인 아부다비의 알아인을 극비 방문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하얀(MBZ)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14일 전격 공개하고,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이 전쟁 중 적어도 두 차례 UAE를 방문해 군사 작전을 조율했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오면서 이란-UAE 관계는 빠르게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사막·산악 지역인 알아인은 한국의 특수전 전력인 아크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네타냐후, UAE에서 왕의 예우 받았다
아라그치 UAE, 침략의 능동적 파트너
UAE 외무부는 네타냐후 방문을 부인했지만, 당시 그를 수행했다는 전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아부다비에서 왕의 예우를 받았다 고 주장했다. 2020년 9월 아브라함 협정에 따라 바레인과 함께, 중동 내 첫 이스라엘 수교국인 UAE가 위험 에 처할지라도 차제에 이란과의 관계에 완전히 쐐기를 박으려는 네타냐후의 악의 가 작용한 걸로 짐작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14 연합뉴스
당연히 이란은 UAE를 친미, 친이스라엘의 선봉 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성토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14일 X를 통해 위대한 이란 인민을 적대하는 건 어리석은 도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스라엘과 공모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자 이스라엘과 공모하는 자들은 책임을 추궁받게 될 것이다 라고 경고했다. UAE가 아랍·이슬람권의 분열을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라그치는 14일부터 인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회의에 참석 중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서도 UAE는 우리 조국에 대한 침략행위에 직접 개입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면서 이번 침략이 시작됐을 때 그들은 규탄조차 하지 않았다...그들은 (미국·이스라엘이) 우리를 겨냥해 발포하고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들의 영토를 내줬다 고 비판했다. 특히 아라그치는 전쟁 중 네타냐후의 UAE 방문 보도에 그들은 이번 공격에 가담했고 심지어 우리를 상대로 직접 행동했을 수도 있다는 점 또한 명확해진 만큼 UAE는 이제 의심할 여지 없이 침략의 능동적 파트너 라고 말했다.
14일, 인도 뉴델리의 바라트 만다팜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교장관 회의에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왼쪽)이 참석하고 있다. 인도가 주최하는 이번 이틀간의 장관급 회의는 5월 14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다. 2026. 05. 14 [EPA=연합뉴스]
이란-UAE 사이 끼어… 국익 외교 시험대
UAE 유사시, 한국군 휘말릴 가능성 있어
이처럼 적대감이 빠르게 누적되면서 일촉즉발의 이란-UAE 관계를 한국 정부로선 바다 건너 남의 나라들 얘기가 아니다. 아직 공격 주체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의 UAE 인근 해역에서 우리 화물선 나무 호가 드론이나 미사일로 피격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 가디언은 12일 자 기사에서 UAE가 적대감을 표출하는 수준을 넘어 대이란 군사행동까지 감행했다는 점을 거론한 뒤 만약 휴전이 파기되고 미국과 이란이 다시 충돌한다면 UAE가 이란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 고 내다봤다.
가디언의 이런 예측대로 휴전 파기 후 이란이 먼저 UAE를 공격하고 상호 교전이 본격화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한국이 양국 간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에 있는 UAE 정부가 과거의 비밀 약속 을 내세워 한국의 군사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 자동 개입 조항은 없지만, 2009년 당시 이명박 정권이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면서 UAE 유사시 한국군이 지원한다 란 취지의 비밀 양해각서를 맺었다는 주장이 정설로 돼 있다. 국회 비준이 없는 정부 간 약속 이어서 법적 구속력은 약하지만, 정치적·도의적 의무로 작용하고 있다. UAE 유사시 한국이 방관할 때 원전 사업이나 방산 협력 등 양국 관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3일 공식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해상 통제 구역을 선포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해상 질서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개입도 휴전 위반으로 간주할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이 새 통제 구역은 남쪽으로 이란의 모바라크 산과 UAE의 푸자이라 남부를 잇는 선과, 서쪽으론 이란의 케슘섬 끝단과 UAE의 움알쿠와인을 잇는 선의 안쪽 지역이다. 2026. 05. 04 [이란 타스님 통신 캡처]
바라카 원전 수주하며 비밀 군사 협약
이 대통령 백년동행 함께 할 새 여정
또한 교전이 본격화하면, 아크부대의 안전도 위협받게 되는 만큼 그 임무를 기존의 교육훈련에서 방어와 전투 로 변경할지를 놓고도 상당한 고민이 뒤따를 걸로 보인다.
한국과 UAE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깝다. 이재명 대통령도 작년 11월 UAE 국빈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기존의 국방·방산, 원전, 에너지 등 4대 핵심 분야를 넘어 AI, 보건, 문화, 교육, 제3국 공동 진출 등을 통해 한국과 UAE가 백년 동행을 함께 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고 역설한 바 있다.
이번 전쟁 초기 UAE는 군 수송기를 급파해 한국에서 천궁-II(M-SAM2) 유도탄 30여 기를 실어 갔으며, 호르무즈가 폐쇄된 후 UAE는 우회로를 이용해 두 차례에 걸쳐 2400만 배럴의 원유 제공을 확정했고, 5월 15일 현재 약 1000만~1200만 배럴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호르무즈의 통제권을 쥔 이란과 군사적, 외교적으로 척질 수도 없다. 우리 원유 수입량의 70%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만큼, 이란이 한국을 이스라엘-미국-UAE와 동일한 적대세력 으로 규정하고 유조선을 비롯한 한국 상선들의 통과를 전면 금지할 때 전혀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다. 그 경우 유가 급등과 공급망 마비로 한국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4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격추된 이란 드론의 파편이 석유 시설에 충돌한 후 연기 기둥과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6. 03. 14 [AP=연합뉴스]
택일 아닌,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절실
이란엔 적의 없는 거래 파트너 돼야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UAE 유사시 위의 비밀 군사 지원 협약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국군의 전투 참여는 금기다. 군사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천궁-II 운용에 필요한 군사 기술, 정보 공유 등에 집중해, 이란을 상대로 한국군은 공격 이 아닌 방어 임무만 한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아크부대의 임무를 교육과 민간인 보호로 철저히 제한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나무 호 피격 사건을 계기로 호르무즈 재개방 작전인 미국의 해양자유연합 구상에 참여를 검토 중이다. 혹여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깨지고 전쟁이 재개되면서 해상 교통로 확보를 위해 자의든 타의든 군함 파견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그럴 때를 대비해서라도 이란을 적대국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양자택일의 외교가 아닌,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정병하 외교부장관특사가 22일 테헤란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들의 안전한 통행을 요청하고 있다. 2026. 04. 22 [출처. 이란 타스님 통신] 시민언론 민들레
이런 맥락에서 4월 22일 외교부 장관 특사를 이란에 파견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이란에 50만 달러(약 7억4000만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것이나, 나무 호 피격 사건의 발사 주체를 이란 으로 단정 짓지 않고 이란과 최소한의 소통 창구를 유지하는 건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의 장면들이다. 연장선에서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압박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불가피하게 참여할 때도 전투 임무가 아닌 해상 교통로 안전 확보 란 명분에 집중해 이스라엘 편에서 한국이 싸우는 게 아니라는 신호를 이란에 줄 필요가 있다. 형제국 UAE 방어를 지원하면서도, 이란엔 적의 가 없는 거래 파트너로 남아야 하는 냉철한 생존 전략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