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안보리에 가자 휴전 결의안 제출…바이든 분노 폭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이 가자지구에서의 즉각적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면서 아랍 국가들이 제출한 즉각 휴전 결의안에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자세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최후통첩'으로 읽힌다.
중동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고 있다. 2024. 03.20 [AFP=연합뉴스]
미국, 안보리에 가자 즉각 휴전 결의안 제출
블링컨 "끔찍한 고통 겪는 민간인들에 초점"
중동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 하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인질 석방과 연계된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고, 그것은 지금 유엔 안보리 앞에 있다. 각국이 지지해주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블링컨은 "물론 우리는 이스라엘과 그들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위험에 처해 있고 그토록 끔찍한 고통을 겪는 민간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보호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그들을 반드시 우선순위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미국의 입장 선회는 가자 최남단 국경 도시 라파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을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이견을 드러낸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공격하면 추가로 막대한 규모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네타냐후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전쟁 내각은 공격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자국 안보를 위한 하마스 전면 해체와 새로운 안보 질서 구축을 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자지구 중부의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에 대한 이스라엘의 심야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창문을 통해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2024. 03. 20 [AFP=연합뉴스]
블링컨 "강한 메시지, 강한 신호 보낼 것"
바이든, 막무가내 네타냐후에 분노 폭발?
현재 카타르에선 미국과 주변 아랍국들의 중재 속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안보리 결의안 제출에 대해 "나는 강한 메시지, 강한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뭣보다 미국의 설득과 압박도 통하지 않는 네타냐후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근 바이든은 미국의 민간인 보호 요청을 수용하지 않는 네타냐후를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태 초기에 이스라엘에 대한 동정과 옹호에서 우려와 불만을 거쳐 실망과 분노로 변하는 양상이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7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3만20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생필품이 전달되지 않아 극심한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안전지대'라고 주장해온 라파에는 현재 가자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40만 명의 피란민과 주민이 몰려 지옥도를 그려내고 있다. 반면 AFP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1160명을 살해하고 약 250명의 인질 중 100여명은 작년 11월 일시 휴전 때 풀어줬다.
1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팔레스타인과 중동 문제 논의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2024 01. 12 [유엔 안보리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미국, 휴전 결의안 3번 비토해 국제사회서 고립
네타냐후, 안보리 결의안도 거부하면 제재 가능성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하며,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지난달 20일 알제리가 주도한 즉각적 인도주의 휴전 요구 결의안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당시 표결에서 중국, 러시아 등 13개 이사국이 찬성했고 영국은 기권했다. 알제리 결의안 초안은 △ 즉각적 인도주의적 휴전 △ 방해받지 않는 인도주의 접근 △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 반대 △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명령 준수 △ 국제법상 의무 준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구속력이 없는 유엔 총회 결의안과는 달리 안보리 결의안은 구속력이 있다.
이번에 미국이 제출한 즉각 휴전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휴전에 대한 강제조치를 뒤따른다. 만일 이것마저 네타냐후 정권이 거부한다면,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어지게 된다.
블링컨 장관은 2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파이잘 빈 파르한 외교부 장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가자 전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21일에는 이집트를 방문했고 뒤이어 이스라엘로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