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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K민주주의 착시 넘어선 지역과 시민정치 전환의 길

K민주주의 착시 넘어선 지역과 시민정치 전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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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호 생명학연구회 부회장, 녹색국가 저자 K-민주주의의 자부심과 착시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강압적 식민지와 참혹한 전쟁, 장기 군사독재와 절대빈곤이라는 혹독한 조건을 통과하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이뤄낸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의 경험은 분명 세계사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성취다. 최근에는 문화·예술·음식 등 여러 분야에서 ‘K-’라는 이름을 단 성과들이 세계인의 주목받으면서 오랜 세월 우리를 옥죄어 온 사대주의와 열등감이라는 뿌리 깊고 두터운 굴레에서도 한층 자유로워졌다. 이런 가운데 친위쿠데타 성격의 내란을 시민의 힘으로 평화적으로 막아낸 촛불시민혁명을 ‘K-민주주의’로 호명하면서 한국적 시민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자부심마저 한층 높이고 있다. 우리의 정치적 경험이 널리 확산되어 세상을 보다 더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자부심은 언제나 양면성을 갖는다. 뿌듯한 성취의 기억은 내부 결속의 힘이 되지만, 동시에 냉정한 자기 진단을 가로막는 장막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질문이 중요하다. 우리는 결정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이 놀라운 민주적 역량을 반복적으로 발휘해 왔는데, 이것이 과연 제도 정치의 체질을 얼마나 바꿔냈는가? 선거 과정에서 표출되는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가 선거 이후 일상생활로 이어져 축적되고 있는가? 오히려 선거 후유증이 지역을 더 곤란한 상태로 만들고 있지는 않는가?   2024년 12월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 대개혁! 범국민 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가 민주주의 사수”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12.7. 연합뉴스 자기 성찰 없는 자기도취는 위험하다. ‘K-민주주의’라는 말은 자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자칫 현실 속에 존재하는 한계와 과제들을 모호한 상태로 덮어버릴 위험도 있다.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시민들이 광장에서 만들어 낸 감동과 에너지가 제도 정치의 개혁과 시민정치의 활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나온 성취의 기억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 K-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착시 현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도정치의 한계와 시민정치와의 괴리 지금의 제도정치는 안타깝게도 시민 일반의 기대와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구조는 일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게 설계된 제도적 기반 위에서 역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당법과 선거법 개정에 대해 이들이 보여준 태도는 이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결국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지금의 제도정치는 적대적 공생관계의 틀을 유지하면서 선거 유불리에 대한 계산을 바탕으로 자기 기득권을 지키고자 바쁘게 움직이고 경쟁한다. 최근에 보여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처리 방식이나 내란 사태에 대한 책임에 눈감은 채 극우와의 끈을 놓지 않고 당명 교체로 코스프레하려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제도정치가 자기 교정 또는 자기 혁신을 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지난 10여 년 사이에 거대 양당의 당원이 늘어나고 권리당원의 참여 기반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있어 왔으나 당의 체질을 바꿔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금은 목소리 큰 강성 지지층에 의해 당의 중심이 끌려가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위 당심과 민심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당에 기반한 제도정치가 제 역할을 하려면 당원 참여 확대를 통한 내부 개혁을 넘어서 시민정치 영역이 활성화되고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현재 거대 양당의 권리당원 수는 전체 유권자의 6% 수준인데, 제도 정치는 ‘민심의 바다’인 일반 시민들을 여론 조사나 선거시 득표 전략 대상으로 취급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정당들은 민심을 거스르는 행태를 스스럼없이 반복하면서도 선거 시기가 되면 강고한 지역주의와 이념대결 구조를 선거 승리 전략으로 이용하려 든다. 결국 제도정치가 시민들의 성찰과 숙의보다는 시민들의 망각 또는 맹목적 지지에 의존할수록 시민정치와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제도는 안정성과 지속성을 지향하는 반면, 시민사회는 변화와 역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 둘의 긴장은 민주주의의 동력이 되기도 하나, 지금은 단절에 따른 부작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선거를 치를수록 제도 정치와 시민정치 사이는 멀어지게 되고, 시민정치 영역은 점점 위축된 채 주변부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한때는 지역별로 풀뿌리 주민자치, 생활정치, 시민정치 등 다양한 흐름들이 형성되었고, 지방선거 국면에서 나름의 성과도 만들어 냈으나, 이런 흐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시민정치의 활력이 한편으론 정당 정치 영역으로 흡수되고, 다른 한편으론 지원사업과 거버넌스 등으로 제도 영역에 흡수된 결과다.   수없이 치켜올린 손들. 이는 정치에 참여한다는 국민의 의지를 의미하며 동시에 투표나 집회에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밝힐수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나무위키 상대적 박탈감과 토건형 정치가 지배하는 지역의 현실 제도 정치와 시민정치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 현실에 대한 분명한 진단이 중요하다. 지역은 제도정치의 한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하향식의 공급주의적 제도정치가 중앙 의존형 지역정치 구조를 만들어 내면서, 주민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시민정치의 활성화를 가로막아 왔다. 그리고 여기에는 수도권 과집중과 비대화로부터 소외된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이 미친 영향도 컸다. 개발연대 시절 국가 주도의 불균형 성장 전략은 수도권을 지역의 자원과 인구, 자본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만들었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후 지역의 정치적 자율성은 어느 정도 확보되었지만, 경제적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중앙정부의 보조금과 교부세에 의존하며, 부족한 재정을 보완하고자 지방채를 발행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지역은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토건형 개발사업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 중앙정부로부터의 재정과 사업 유치가 지역의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이것은 지역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성과로 내건 현수막 내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개발사업 유치에 대한 관심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매우 높아서, 사업 유치를 놓고 각종 집회 등 집단행동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심각한 문제는 총체적 인구 감소라는 현실에서도 여전히 많은 지역이 ‘인구 증가’를 전제로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한다는 점이다. 인구가 늘어나야 세수가 확대되고, 기업이 유치되며,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지역사회를 토건 정치가 주도하게 만들고, 이것이 주민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리게 한다. 대규모 자금이 오가고 개발로 인한 기대 수익이 높은 토건형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계획 및 추진 단계에서 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인허가 과정을 둘러싼 비리로 사법처리를 받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계속 늘어나면서 지방자치제도 무용론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인허가와 관급공사 등의 계약 및 입찰, 공유재산 처리 등의 과정에서 비리로 입건된 자치단체장이 민선 1기에는 9.1%(245명 중 23명), 민선 2기에는 23%(248명 중 59명), 민선 3기에는 24%(248명 중 60명), 민선 4기에는 38%(248명 중 95명)로 계속 증가했다. 결국 깊은 상대적 박탈감에 기반한 토건 정치의 관성이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에서 지방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시민들의 자치력과 민주적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여건도 취약해서 시민정치가 자리잡기 어려운 것이 지역이 당면한 현실이다.   5극 3특 국가균형성장전략   연합뉴스 ‘5극3특’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놓치고 있는 것 수도권 과집중과 지역 소멸을 바로잡는 일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제도정치의 왜곡을 줄이고 시민정치를 활성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균형발전 정책은 비판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균형발전 정책은 기존의 도시 및 산업적 개발 논리와 정책 수단을 지역에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정책적 효과는커녕 부작용을 키웠다. 2000년대 참여정부부터 지금까지 균형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챙겨 왔지만 소멸위험 지역은 계속 늘었다. 균형발전과 지역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전략도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때 수도권에 버금가는 초광역 경제권 논의가 나오고, 2018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메가시티 논의가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수도권에 필적할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초광역 경제권을 만들어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글로벌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추자는 논의가 계속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국정과제로 전국을 5개 초광역권(수도권·충청권·부산울산경남권·대구경북권·광주전남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로 재구조화하는 소위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이 발표되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일극 구조에 대응해 전국을 다극 체제로 전환하는 이 전략이 속도를 올리는 데는, 통합 광역단체장 선출을 6월 지방선거와 연동하려는 정치적 이유와 통합 지역별로 20조 원 규모의 인센티브 지원 계획을 정부가 발표한 영향도 크다. 이러다 보니 이번 통합 논의에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 지역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5극3특 전략이 내는 속도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기존의 균형발전 정책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추진 과정에서 부작용은 없는지 등에 대한 물음이 커지고 있다. 전략계획 내용에는 ’지역 자율형‘, ’상향식 기획‘ 같은 표현도 보이나 정작 해당 지역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고, 선거를 앞둔 사람들의 발걸음만 바쁘다. 현재 5극3특 전략이 놓치고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5극3특 전략의 밑바탕에는 여전히 규모의 경제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반한 성장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생활권과 행정권의 재편은 수단처럼 취급되는 모습이다. 둘째,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워낙 막강하고 행정자치와 주민자치 사이의 간극 또한 상당한 것이 우리의 지역 현실인 만큼, 통합 특별시의 출현은 지방분권을 강화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제왕적 단체장과 관료주의 심화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셋째, 통합 특별시를 통해 적용될 각종 특례 제도들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경우, 지역사회의 노동과 환경의 질은 더욱 나빠질 우려도 있다. 관련해서 시민환경단체들은 현재 논의 중인 광역 행정통합 특별법이 환경영향평가나 예비타당성조사 등 개발사업에 대한 사전 검토 기능을 무력화시켜서 결국 사업 권한을 더욱 강화한 통합 단체장에게 개발 면죄부를 줘서 환경·생태계 파괴를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역시 이번 특별법이 노동권과 공공성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넷째, 기존 행정구역을 묶어서 광역화하는 방식이 균형발전 측면에서 일으키는 착시 효과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소위 ’평균주의의 함정‘을 말하는 것으로, 개별 지역의 차이와 다양성을 총량적 수치로 평균화하고 단일한 잣대로 흐릿하게 함으로써, 지역 불균형의 구체적 현실이 뭉뚱그려지고 펑퍼짐하게 뭉개져 버릴 우려가 있다. 결국 균형발전의 성과는 통치자나 관리자들의 공급주의적 시선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평가받고 그들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측면을 놓친다면 지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5극3특 전략 또한 지역의 현실과 괴리된 하나의 거대한 정책 실험에 그치고 상당한 부담과 후유증을 지역에 남기게 될 수 있다. 수도권 일극 구조에 대한 전환의 열쇳말, 자립과 순환 지금 지역이 처한 현실은 단순한 인구 감소나 경기 침체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자본, 권력, 정보, 자원은 수도권으로 흡수되고, 소비와 폐기의 부담은 지역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은 지역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지원 정책이나 개별 산업 유치가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환 전략이다. 지금까지의 균형발전 정책은 주로 기업과 산업단지를 필요 지역에 유치하는 방식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생산이 지역에서 이루어지더라도 의사결정 권한이 외부에 있고, 생산된 부와 부가가치가 바깥으로 빠져나간다면, 지역은 단지 생산기지에 머물게 된다. 이런 방식은 일정한 고용 효과를 낼 수는 있어도 지역 내부의 자립과 경제적 순환을 강화하지는 못한다. 전환의 방향은 분명하다. 지역 자산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부에서 순환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경제와 공공경제를 넘어 사회적경제, 공동체경제, 자급경제 등 다양한 경제 유형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역 내에서 생산과 소비, 투자와 재투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지역 경제는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회복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전환은 경제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환경, 에너지, 돌봄, 먹거리, 교육, 문화 등 삶의 전 영역이 지역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지역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지역 먹거리 체계는 농업 정책과 복지, 교육을 연결하고, 에너지 자립은 산업 정책과 주민 참여 모델을 동시에 요구한다. 돌봄 체계는 고용 정책과 공동체 회복, 세대 간 연대를 포괄한다. 이처럼 각 영역이 그물망처럼 연결될 때, 지역은 단순한 행정 단위가 아니라 삶의 자립과 순환의 완결성이 실현되는 공간이 된다. 대규모의 토건형 개발사업이나 수출기반 기업 단지 조성을 통한 균형개발 성과 목표는 바로 이러한 것들을 소홀히 다룬다. 결국 자립과 순환은 경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려면 지역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그것은 내부 역량의 축적과 연결을 통해 가능하다. K-민주주의를 채워나갈 전환의 시대정신은 기득권 타파와 공존·공생 제도 정치와 토건형 지역 정치의 구조 전환은 시민정치가 든든하게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지역의 자립과 순환 체계 역시 주민의 자치 역량이 핵심이다. 시민정치는 단지 선거 참여를 의미하지 않는다. 정책의 형성과 집행, 감시와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 시민이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물론, 시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능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충분한 검증 없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시된 개발 공약이 선거를 통해 추진되면서 생태계를 훼손하고 재정을 낭비하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시민정치는 막강한 인사권과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 권력을 감시, 견제하면서 무분별한 개발 논리를 막아내고 공공성에 기반한 판단을 요구하는 중요한 힘이다. 이를 위해 숙의 민주주의 절차와 시민의회 모델, 민주적 시민교육 프로그램 등이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시민들의 공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참여 경험이 축적될 때, 지역은 이해관계의 집합체를 넘어 공공성을 공유하는 정치 공동체로 성장한다. 나아가 시민정치는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 전체적인 가치와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다. 오늘의 사회는 파편화되어 있고, 선거의 유불리에 매몰된 정치 현실 속에서 사회 전체적인 지향성은 매우 희미해졌다. 하지만 사회 전환을 위해서는 공통의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환의 시대정신은 기득권 타파를 통한 공존과 공생이다. 전환을 위해서는 우리가 익숙한 채 의지해오던 것들 중에서 무엇을 덜어내고 내려놓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제도정치의 한계와 토건형 지역정치의 폐해는 결국 강고한 기득권 유지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득권 문제는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통된 문제다. 자본과 권력, 정보력을 독점한 기득권 구조를 그대로 둔 채로는 지역 자립 및 자치의 실현과 민주주의의 확장은 가능하지 않다. 결국 기득권 구조의 해체를 통해 계층과 지역, 세대를 넘어 생태계와 미래세대를 포함하는 공존의 체계를 만들고, 경쟁과 배제가 아닌 상호 의존과 책임의 윤리가 작동하는 공생의 길을 넓혀 나가야 한다. 광장에서 확인된 시민의 힘은 이미 증명되었다. 이제 과제는 그 힘을 일상의 제도와 생활문화 속에 축적하는 것으로, 시민정치의 활성화가 그 핵심에 있다. K-민주주의의 빈자리를 채우고 지역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으로서 시민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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