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모독하는 미국의 일부 ‘극우’ 세력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령 선포 이후의 최근 한국 정치 상황과 관련해 미국 내의 한국 관련 여론 조성에 '의미 있는 위치'에 있는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이 극우에 경도된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계로서 9일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미국의 영 김 연방 하원의원과 비영리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영 김은 지난 6일 <더 힐>에 기고한 '한미관계는 인도·태평양 안보에 사활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스칼라튜는 7일 열린 '워싱턴 타임스 재단' 주최 간담회를 통해 지나친 극우 편향 인식을 드러냈다.
영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캘리포니아·공화)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의회 건물인 캐논 하우스 빌딩에서 열린 제17회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기념일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윤석열 탄핵은 민주적 과정이다
영 김 의원은 미국 등 서방 미디어가 윤석열 탄핵 찬성 시위는 '과도하게' 다루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의 시위를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반대 집회는 한국 내 특정 정치적 성향(극우) 지지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다수 국민들은 여러 여론조사들에서 탄핵 절차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탄핵은 헌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민주적 과정이다. 서방 미디어가 탄핵반대 시위를 무시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집회의 규모와 대표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했어야 한다. 대다수 한국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집회를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여론을 왜곡하는 행위다.
설혹 계엄난동을 지지하는 집회 규모가 더 커진다 해도 언론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법 절차를 무시하고 온갖 궤변의 법리를 총동원하는 내란 세력의 주장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에 따라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올바른 역할이 아닌가?
탄핵과 한미동맹 훼손은 무관하다
영 김은 윤석열 탄핵을 주도한 이들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협력을 훼손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주장을 폈다. 탄핵을 한미동맹 훼손과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에 대한 비판은 동맹 자체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파의 프레임에 불과하다. 동맹 관계가 한국의 국익과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지 않을 때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
한미일 협력 문제도 그렇다. 한일 간 역사 문제와 독도 문제를 무시한 채 3자 협력을 강조하면, 한국의 국민적 반발은 당연하다. 동맹은 상호 존중과 균형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내 일방의 목소리만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는 동맹의 장기적 안정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더 힐] 6일 자에 실린 영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기고 중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세력이 한미동맹을 훼손한다는 취지의 내용. 2025. 01. 06 [더 힐 캡처]
2차 탄핵소추안에선 제외했지만, 1차 탄핵소추안에 담겼던, 윤석열 정권이 북·중·러를 적대함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을 고립시키고, 또 너무 친일본이라는 지적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 외교의 특수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윤 정권이 친일 외교를 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역사적 맥락과 국민적 정서를 무시한 윤 정권의 외교 행보 때문이다. 그 비판은 단순히 친일적이라는 문제를 넘어, 국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 김은 한미동맹과 관련해선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데 한국이 중요한 동맹이라는 점에서 한국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영 김의 주장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고, 한국의 주권적 의사결정 과정을 경시 내지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동맹은 상호 신뢰와 균형을 바탕으로 발전해야 하며, 편향된 인식에 따른 왜곡된 논리에 기반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독립 국가로서, 자주적 외교와 국민 여론을 기반으로 한 정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극우로 편향된 시각이 아니면 현 한미동맹 관계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연합뉴스
'민주당 독재' 주장, 한국 민주주의 모욕
스칼라튜 북한 인권위 사무총장은 몇 술 더 떴다. 그는 한국의 현 정국을 의회 독재, 민주당 독재라 지칭하며, 북한의 김정은 독재와 동렬에 놓았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모욕으로, 심히 불쾌하다. 무엇보다 '인권'을 잣대로 삼아 활동한다면서 한반도 상황에 대해 매우 잘못된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칼라튜는 계엄령 선포는 잘못이라면서도 윤석열 탄핵 추진을 두고 의회 독재, 민주당 독재라고 했다. 더욱이 그것을 극악무도한 김정은 독재와 동일 선상에 놓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극우집단을 편드는 언행이다. 그의 목표인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정은 독재에 비견되는 건 되려 불법으로 군을 동원한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라고 해야 옳다.
윤석열 탄핵 추진을 스칼라튜는 "우리가 아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해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아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국 내 극우 세력이 알고 있는 민주주의일 뿐이다. 이런 인식은 국내에서도 민주당이 연이어 다수당을 차지한 국회에 대해 이른바 '입법 독재' 같은 프레임을 씌우는 것과도 연결된다. 윤석열은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대화와 협력을 진지하게 추진한 적이 한번도 없다. 따라서스칼라튜의 인식은 원인과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북한의 독재를 민주당 등 야당에 비유하는 사례는 국내에도 많다. '북 배경(탈북)' 국회의원 박충권은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을 대놓고 "조선노동당 같다"고 한 바 있다(매일신문 2024.7.15.). 야당뿐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에도 '종북'으로 몰아가는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역시 북 배경 주민인 조명철이 유승민의 사회적 경제기본법안을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조직원리와 흡사한 법"이라고 단정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공공부문 우선 조달'을 "배급제"라고까지 폄훼했다(the 300, 2015.04.30.)
야당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에 대해 조선노동당 운운하는 노골적인 종북 프레임 덮어씌우기 공격이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먹히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종북 프레임 공격은 한국 사회에 여전히 빨갱이들이 건재하다고 두려워하는 우파 성향 일각의 집단심리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계엄난동은 이런 종북 프레임 공격의 대상을 '반국가세력'으로 둔갑시켜, 쓸 수 있는 온갖 공권력을 총동원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물리적으로 멸절하려고 한 시도였다.
스칼라튜는 미국의 제도와 집단심리로 인해 한국 상황을 잘못 알고 있다고 봐야 할까? 미국에서 정치적 반대자들을 그저 'reds'(레즈)로 규정하는 것과 한국에서 '빨갱이'라고 낙인찍는 건 다르다. 한국은 미국처럼 매카시적 발언이 공적인 담론장에서 토론을 통해 퇴출되지 않는다. 스칼라튜는 국가보안법이 한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저해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한국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내놓는 그의 발언은 반민주적이며 반인권적인, 극히 편향된 언행이라는 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북한 인권 활동이 주목적인 북한인권위가 한국 내정에 간섭했다는 점 때문에 스칼라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관계자로서, 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북한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해 발언할 수는 있다고 본다. 문제는 심각한 사실 왜곡과 편향된 인식이다.
영 김 미 연방 하원의원이 25일 오전 미 의회 코리아스터디그룹(CSGK) 의원들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를 방문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 정세에 대한 전망에 발언하고 있다. 2024.3.25. 연합뉴스
한국 민주주의 모독을 즉각 사과하라
영 김은 상황이 다르다. 그녀는 한국의 탄핵 추진을 한미동맹과 지나치게 단순하게 연결하고, 탄핵 주도 세력을 곡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을 맡은 3선 의원으로 주요 정책 결정에 직접 영향을 끼칠 고위 공직자라는 점에서 한국 정치에 대한 섣부른 개입, 그것도 잘못된 판단과 의도을 지닌 개입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것은 주권 침해에 해당하며, 특히 한국의 민주적인 정치 과정을 존중하지 않는 심각한 잘못이다.
두 사람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모독한 것을 즉각 사과해야 한다. 진정으로 한미 동맹이 민주주의 가치 동맹이 될 수 있으려면 미국도 한국도 먼저 극우와 손절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부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권한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과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공식 초청됐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 전반의 시각이 극우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