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SBTi 검증 안 해…화석연료 의존도 문제 지적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40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통해 넷제로 목표를 세웠다. 국내 기업들도 ‘국내 업계 최초’로 SBTi 승인을 획득했다는 소식도 전해져온다. 이처럼 SBTi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늘고 있다.
SBTi는 넷제로 목표의 검증을 받은 기업 목록을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다. 그 목록에는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없다고 해외 지속가능성 미디어 그린비즈는 8일(현지 시각) 밝혔다.
인텔은 2022 회계연도에 약 700억달러(약 92조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2위의 칩 제조업체다. 인텔은 지난해 발표한 기후전환 실행 계획에서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전략이 SBTi가 옹호하는 넷제로 지침과 일치하지만, SBTi가 제시하는 수많은 탄소 배출 지침을 따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진=언스플래쉬
인텔, “실제 배출량 감축만 요구하는 SBTi 목표 안 맞아”
인텔은 20년 전부터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민하고 투자해 왔으니, 반도체 산업과 자사의 감축 경로에 대한 분석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린비즈에 따르면, 인텔의 글로벌 홍보 담당 부사장이자 최고 지속 가능성 책임자인 토드 브래디는"SBTi는 최근까지 이에 대해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와 경로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기업에 좋은 프레임워크"라고 말했다.
인텔이 지난 11월 발표한 보고서는 공정 개선, 화학 물질의 대체, 에너지 보존, 재생가능전력 투자와 같은 조치를 통해 2022년까지 10년 동안 64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줄였다고 밝혔다. 줄인 탄소량은 감축 경로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방지한 만큼을 추정하여 계산한 값이다.
해당 기간, 인텔은 생산량이 3배로 늘어나면서 16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인텔의 2021년과 2022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154만톤으로 2020년의 136만톤에서 증가했다.
인텔이 SBTi의 승인을 받지 않겠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BTi는 오직 실제 배출량만을 고려하고, 감축활동을 통해 방지한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지 않는다. 인텔은 보고서에서 “장기 넷제로 목표는 지구 온도 상승 제한 1.5℃를 기반으로 한 SBTi의 감축 시나리오와 같지만, 여러 감축 실적은 제외하고 실제 배출량만을 줄이라는 단기 감축 요구를 충족하라는 SBTi에 맞추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기업이 말하는 ‘여러 감축 실적’에는 반도체 산업이 그 자체로 기후에 주는 영향을 의미한다. 반도체 산업은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후 솔루션을 개발하여 판매함으로 기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텔의 최우선 과제가 “국제 표준과 기후 과학에 맞춰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산업, 2050년 넷제로 달성 못해…배출량이 연간 8%씩 는다
반도체 산업의 기업들이 모두 SBTi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퀄컴과 같은 인텔의 경쟁사들은 SBTi 검증을 받은 넷제로 목표를 보유하고 있다.
인텔은 SBTi의 검증을 받은 목표 없이도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컨설팅사 BCG의 분석은 조금 달랐다. BCG가 지난 1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공개된 넷제로 약속을 기반으로 반도체 산업의 배출량을 분석해 볼 때 탄소 예산을 약 3.5배 정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예산이란 IPCC가 지정한 이산화탄소배출 허용량을 말한다. BCG는 반도체 산업의 탄소 배출량이 매년 약 8%씩 증가하고 2045년까지도 정점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은 탄소배출량의 80% 이상이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에너지를 통해 만든 전력을 사용하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스코프2 배출량이 대부분으로,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빠르게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BCG가 분석한 반도체 산업의 넷제로 시나리오/BCG
SBTi 떠나는 이유…높은 화석연료 의존도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SBTi를 떠나게 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지난해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Plc), HSBC(HSBC Holdings Plc)와 같은 금융기관들도 SBTi의 목표 검증이 화석 연료에 대한 자금 조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검증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4개 은행이 검증을 중단한 계기는 SBTi가 지난 11월 24일(현지 시각) 발표한 금융 부문에 관한 문서에 금융 기관은 신규 또는 기존 화석 연료 생산을 지원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해당 은행들은 경제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한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 조달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대변인을 통해 "SBTi가 제안한 표준이 고객과 시장의 전환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했다”라며 "더 이상 SBTi 검증을 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등 해외 미디어를 통해 의사를 전했다.
이들은 SBTi와 달리 강제하는 기준이 없는 탄소중립 은행 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이하 NZBA)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기로 결정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기후 목표와 관련해 SBTi를 대신할 제3자 검증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