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트럭생산지 멕시코서 텍사스로...관세가 바꾼 공급망 [뉴스] 도요타(TYO: 7203)가 중형 픽업트럭 타코마(Tacoma)의 생산 일부를 멕시코에서 미국 텍사스로 이전한다. 1990년대 이후 자동차 산업의 기본 공식이었던 ‘멕시코 생산, 미국 판매’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북미 자유무역체제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의 갱신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략을 미국 현지 중심으로 급선회하는 모양새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요타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공장에 36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해 두 번째 조립라인을 짓고,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타코마 물량을 이 공장으로 점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증설이 끝나면 샌안토니오 공장 면적은 기존 면적에 250만평방피트가 추가돼, 총 500만평방피트로 두 배 가까이 커진다. 이 공장은 현재 대형 픽업트럭 툰드라(Tundra)와 대형 SUV 세쿼이아(Sequoia)를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TYO: 7203)가 중형 픽업트럭 타코마(Tacoma)의 생산 일부를 멕시코에서 미국 텍사스로 이전한다./ 챗GPT 생성이미지
관세가 바꾼 생산 공식
이번 결정은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USMCA의 16년 연장안 체결을 거부하고 매년 협정을 재검토하는 연례 검토제를 추진하며 회원국들을 압박해 왔다. 결국 무역협정 연장 마감시한이었던 7월 1일을 넘기면서 멕시코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가 부과될 위험이 커지자, 도요타는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 직접 투자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타코마는 미국 중형 픽업트럭 시장의 대표 모델이다. 타코마는 원래 텍사스와 멕시코에서 분할 생산되다가 지난 2021년 생산 효율화를 위해 멕시코 공장으로 완전히 이전된 바 있다.
도요타는 그동안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와 과나후아토 공장에서 타코마를 생산해 미국 시장에 수출해왔다. 도요타 측은 약 4년에 걸쳐,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공장의 생산 물량 일부가 텍사스 샌안토니오로 옮겨질 예정 이라고 밝혔다. 과나후아토 공장의 타코마 생산은 유지된다.
텍사스 공장, 연 35만대 체제로
도요타의 이번 대규모 투자 배경에는 텍사스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한 파격적인 보조금 혜택도 한몫했다. 텍사스주와 베어 카운티, 샌안토니오 시 정부는 도요타를 붙잡기 위해 재산세 감면과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포함해 최소 3억300만 달러(약 5000원) 규모의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샌안토니오 공장은 현재 연간 약 2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거의 최대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번 증설로 연간 생산능력은 약 15만대 늘어나 35만대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추가 생산량은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도요타는 샌안토니오 누적 투자액이 83억달러(약 12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도요타의 미국 투자 확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회사는 지난해 향후 10년간 미국 제조시설에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인디애나와 켄터키 공장 증설, 미국 내 다른 5개 주 시설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이번 샌안토니오 증설은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성이 큰 조치다.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텍사스 현지에는 약 2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순차적으로 창출되어 토요타의 미국 내 직고용 인력은 6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멕시코 자동차 산업에는 경고 신호다. 멕시코는 북미 자동차 공급망의 핵심 생산기지로 성장해왔다. 낮은 인건비, 미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무역협정 혜택이 결합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멕시코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세웠다. 그러나 미국이 관세와 원산지 규정을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멕시코의 비용 우위는 흔들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미국 신차 판매량에서 GM을 추월할 것으로 관측되는 도요타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선제적으로 완료함에 따라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세는 세금이지만, 기업에는 투자 지시서처럼 작동한다. 도요타의 36억달러 텍사스 투자는 그 사실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