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군축 ‘뉴스타트’ 종결… 지구 멸망까지 85초 남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는 6일 중국이 2020년 6월 비밀리에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1996년에 마지막으로 지하 핵실험을 한 이후 지금까지 실제 핵폭발을 수반하는 핵실험을 한 적이 없다고 얘기해 왔다. 토머스 디나노 미국 국무차관은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중국이 2020년 6월 22일 핵실험에 따른 지진 측정 등을 통한 감시효과를 낮추는 ‘디커플링’ 방식으로 몰래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군비관리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협상에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8일 프라하 성에서 역사적인 핵 군축 조약 서명 후 기자회견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6년 2월 4일, 미국과의 마지막 핵 조약이 2월 5일 만료될 경우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조약의 파기 가능성은 양국 간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10년에 체결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각국이 배치할 수 있는 핵탄두 수를 제한했다. 2026.2.5. AFP 연합뉴스)
‘뉴스타트’ 종결로 지구 멸망까지 85초”
지난 5일 미국과 러시아간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뉴스타트’)이 종료됐다. 이로써 1972년 미국과 당시 소련이 제1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1/ 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Treaty) 체결을 통해 핵군축을 시작한 지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량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게 됐다. 핵무기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미국 과학 학술지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85초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1945년 최초의 원자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카고대학 과학자들이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창간한 이 학술지가 매년 발표해 온 ’지구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미국과 소련(러시아)이 1991년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에 서명한 냉전 종결 직후 가장 긴 17분이었으나 점점 짧아지다가, 뉴스타트 종결로 가장 짧은 85초로 당겨졌다.
2020년 2월 5일 오전 12시 33분(태평양 표준시)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개발 시험 중 발사되는 비무장 미니트맨 III 대륙간 탄도 미사일. 러시아는 2026년 2월 4일, 미국과의 마지막 핵 협정이 2월 5일에 만료될 경우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협정 파기로 인해 양국 간 새로운 군비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2026.2.4. AFP 연합뉴스
중국을 핵군축 협상에 끼워넣으려는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뉴스타트‘를 1년 더 연장하자고 미국에 제안했으나 트럼프 정권은 무응답으로 뉴스타트 종식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형은 7일 그래도 괜찮으냐는 기자들 질문에 종료된다면 종료돼도 좋다. 더 좋은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더 좋은 합의’란 중국을 겨냥한 말이다. 새 군축조약을 체결한다면 급속히 핵탄두를 늘려가고 있는 중국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애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0일 김해공항에서 시진핑 중국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에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도 핵실험을 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면서, 중국 러시아와 같은 기준”에 따라 그렇게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준’이란, 중국과 러시아가 대외적으로 표방한 공식입장과는 달리 사실은 핵실험을 계속하는 불공정 행위를 해 오고 있다는 주장을 바탕에 깔고 한 얘기다. 그날 김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뉴스타트 이후의 새 군축협상에 중국도 참여하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뉴스타트 연장을 거부한 데에는 중국을 핵군축협상에 불러들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핵전력 현대화를 통한 미국의 핵 절대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트럼프 정권은 늘 힘이야말로 최대의 억지력”이라며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해 왔다. 그 힘의 정점이 핵전력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흘리면서 핵전력 강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두 나라는 핵감축조약으로 자국 핵무기 개발이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중국만 제헌없이 핵개발을 가속하고 있는 기존 군축체제를 파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을 최대 패권경쟁국으로 지목한 미국이 그러했을 것이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발언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2020년 6월에 핵실험을 했다는 미국 주장을 사실무근”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고,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뉴스타트 종결에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군축 협상 참여 요구에 대해 중국의 핵전력은 미국 러시아와 동등한 규모가 아니어서, 지금 단계에서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거부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이 종료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핵무기 보유에 제한이 없어진 상태에서 핵군비 경쟁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가디언 2월 5일
50여 년 만에 핵무기 보유 제한 없어진 미국과 러시아
지금 미국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는 5100~5200발(배치돼 있는 것과 예비 탄두, 해체 대기 중인 탄두까지 포함)이며, 러시아의 보유 핵탄두는 5400~5500발로 미국보다 약간 더 많다. 세계 핵탄두의 90%를 미국 러시아 두 나라가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약 600발이지만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도 50발에서 최대 150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핵군비 경쟁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과 소련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7만 발이 넘었고, 두 나라는 1700회가 넘는 핵실험을 하면서 자국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와 토양 전체에 막대한 양의 방사능 오염물질을 뿌렸다.
에드워드 마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민주당)은 5일 미국과 러시아 간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핵무기 감축조약이 종료된다.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이 사라지면 50여 년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량에 대한 제한이 없어진다”면서 우리는 바로 군비경쟁 2.0으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가디언 2월 5일)
마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조 달러를 들여 구축하려는 미사일방어체제 ‘골든 돔’계획을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이라며, 핵무기 보유량을 약 90%나 줄인” 핵군축 조약 쪽으로 가야 하며, 그럴 경우 골든 돔이 전혀 불필요하며 그린란드를 점령할 필요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핵무기 및 군비통제 실무그룹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듯이, 핵무기 경쟁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은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핵탄두 수를 90%까지 줄인 핵군축 조약
그가 말한 ‘50여 년’은 미국과 소련이 1972년에 제1차 전략무기제한협정(START 1)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Anti-Ballistic Missile Treaty) 제한협정을 체결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때 7만 발을 넘겼던 핵탄두 감축을 본격화한 것은 1980년대 냉전 말기부터다. 핵위협의 제거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결단에서가 아니라, 양국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게다가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핵군비 경쟁을 더는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87년에 두 나라는 사거리 500~5500km의 중거리핵전력(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전면폐기 조약을 체결했으며, 1991년에는 양국이 각기 핵탄두 수를 6천 발 이내로 제한하는 제1차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1)에 서명했다. 전략무기(핵탄두)의 약 80%를 없애기로 한 START 1이 발효된 것 1994년 12월이었다.
2010년 4월에는 뉴스타트가 체결됐고 2011년 2월 5일 발효됐다. 2021년 2월에 연장된 뉴스타트는 5년씩 더 연장할 수 있었으나 2026년 2월 5일의 협정 만료일까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자동 종료됐다. 배치 가능한 핵탄두 수를 각기 1550발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 수도 제한했던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은 유일한 핵군축 조약이었다.
그에 앞서 미국은 2002년에 ABM 제현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거기에 반발한 러시아는 신형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2019년엔 트럼프 1기 정권이 중거리미사일 보유를 금지한 중거리핵전력(INF) 폐기 조약을 파기했다.
트럼프 2.0과 함께 핵군비경쟁 2.0으로
1970년에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대국 이외의 핵보유를 금지하는 대신 핵보유국들의 핵군출 노력을 의무화했다. 뉴스타트의 종료에서 보듯 그 ‘노력할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는 현실에서, 핵전쟁을 막고 있는 것은 핵무기를 사용하면 쌍방 모두 공멸한다는 상호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공포뿐이다.
만일 어느 한쪽이 핵 선제공격을 해서 상대를 절멸시키고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핵전쟁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AI(인공지능)시대에는 그런 정밀한 계산을 통한 승리의 환상이 촉발할 핵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핵군비 경쟁이 무서운 것은 상대적 핵우위를 서로 다투는 것보다 상대에게 뒤지면 멸망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지지 않으려는 경쟁이 끝없이 가속될 수밖에 없는 그 구조 때문이다.
에드워드 마키 의원이 지적했듯이 SALT와 START와 ABM, INF 폐기 조약을 거쳐 NEW START로 제동이 걸렸던 핵군비경쟁 1.0이 트럼프 2기 정권(트럼프 2.0) 출범 뒤 되살아나 핵군비 경쟁 2.0을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