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부동산이 달려든 공동주택 태양광…전력비 절감 모델이 새 비즈니스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태양광 혁명에서 소외됐던 아파트와 임대주택 거주민들을 위한 기술적, 제도적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과 풍력의 비용은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4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신규 재생에너지 설치는 700GW로 2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 중 80%가 태양광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세대 주택의 입주민이나 저소득층 주거지에서는 태양광 설치가 구조적으로 어려워 그림의 떡 에 불과했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영국과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태양광 혜택을 나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전기세 인상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공동주택 옥상도 전력 자산으로... 전력 분배 기술로 난제 해결
영국의 경우 약 500만 가구가 저층 및 중층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어 지붕 공간은 충분하지만, 그동안 태양광 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아파트 지붕에 패널을 설치해도 생산된 전력을 개별 가구로 나누는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주로 공용 공간 조명 등에만 사용됐기 때문이다.
영국 스타트업 이머전트 에너지(Emergent Energy) 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아파트 단지에 자체적인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독립 전력망)를 구축, 태양광 전력을 각 가정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런던 해크니 자치구의 공공 임대주택 29개 동에 4000개의 패널을 설치한 결과, 800여 가구의 에너지 청구서가 평균 19%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회사 창업자인 레그 플랫(Reg Platt)은 소득 수준이나 주거 형태 때문에 청정 에너지의 혜택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면서 지역 주민이 직접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지역형 전력 공급모델을 만들고 있다 고 강조했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영국과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태양광 혜택을 나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제미나이 생성이미지
이 프로젝트는 정부 보조금 없이 추진됐으며, 이머전트와 시의회가 공동으로 ‘옥상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각 세대에 전력 공급 후 초과분만 전력망에 판매하는 구조다. 영국 에너지 규제기관 오프젬(Ofgem)의 제도 개선으로 이 같은 새로운 전력 거래 방식이 가능해졌다.
호주 기반의 스타트업 알륨 에너지(Allume Energy) 역시 솔쉐어(SolShare) 라는 분배 기술을 통해 영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나의 옥상 태양광 시스템에서 생산된 전기를 여러 세대의 계량기로 나누어 보내는 기술이다. 영국의 80개 주택협회가 이 기술을 도입했다. 최근 에너지 기업 이온(E.ON)으로부터 400만파운드(약 7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아파트가 더 이상 태양광 불모지가 아니라, 탈탄소화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독일도 ‘도심형 태양광’ 확산…트럼프 정부 보조금 축소에 경고음
미국 시장에서도 저소득층 및 다세대 주택을 겨냥한 태양광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일리노이주의 전력회사 컴에드(ComEd)는 2045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솔셰어 기술을 활용한 아파트 태양광 공급 모델을 도입했다. 미국 인구의 46%가 저소득 및 중산층 지역사회에 속해 있지만, 주거용 태양광 설치 비율은 26%에 불과한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축소 정책 등으로 인해 2030년까지 미국의 태양광 도입량이 예상보다 18%(44GW)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러한 틈새시장 공략은 더욱 중요해졌다.
스콧 보그트 컴에드 부사장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 정체된 상황에서 170만 개에 달하는 주 내의 적합한 지붕들이 미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대안 이라며 저소득층 고객에게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에너지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모델을 모색 중 이라고 밝혔다.
獨선 베란다 발전소 150만 개... 생활 속 파고든 태양광
거창한 지붕 공사 없이도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 방식도 인기다. 독일에서는 일명 베란다 발전소(Balkonkraftwerk) 로 불리는 소형 태양광 시스템이 150만 개 이상 설치됐다. 이케아(IKEA)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이 장치는 전문 설치 기사 없이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기만 하면 되며, 일반 아파트 일일 전력 사용량의 약 35%를 감당할 수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안전 규정 때문에 플러그형 발전기가 공식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정부는 조만간 안전성 연구를 통해 허용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는 임대형·구독형 패널 서비스 등 다양한 소비자 접근 모델이 확산되면서, ‘그린 전환의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순 제로(Net Zero)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혜택이 사회 전반에 공평하게 공유되어야 한다 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전체 탈탄소화 의제가 부자들만의 잔치 라는 비판에 직면해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