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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백혈병 대처 때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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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27일)은 우여곡절 끝에 삼성전자 파업 여부에 대한 노조 조합원 투표가 마무리되고 그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현재로서는 지난 20일 이루어진 노사 잠정 합의안이 찬성 과반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한 회사의 파업 여부를 두고 회사의 노사뿐만 아니라 주주, 정치권,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운 적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5.20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이번 파업 갈등은 한편에서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 하고, 한편에서는 회사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치명적 골절상을 입힐 수 있는 지나친 요구라는 주장이 맞섰다.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이는 예견된 것이다. SK하이닉스에서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으나 노조의 파업 등 격렬한 격돌이나 큰 마찰음 없이 조용히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무노조 경영 고집했던 삼성, 백혈병 사태도 외면하려 했다 같은 업종에서 세계적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두 회사가 성과급 배분과 노조와의 관계에서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우연일까? 두 회사가 지난날 회사 노동자의 직업병 사건에 대응한 방식을 잘 아는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삼성전자 노동자는 연합군인 반면 하이닉스는 단일 직군이어서 내부 갈등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수도 있으나 한국 직업병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반도체 노동자의 집단 백혈병 발병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두 기업이 보인 행보가 이번에도 그대로 재연됐다. 삼성은 과거 무리하게 무노조 경영을 하다 여러 번 문제를 일으켰으며 기업 초고속 성장 시절에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른바 ‘삼성 백혈병’으로 알고 있는 삼성전자 직업병(직업성 암 등) 사건이 우리 사회를 10년간 뒤흔들었다. 삼성은 회사 노동자들의 백혈병 등 직업병 산재를 제때 인정해주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노동자와 (유)가족,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반올림’ 등 노동·시민사회단체와 대립했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회사에서 일어난 가장 큰 직업병 사건으로는 한국 사회를 6년 넘게 뒤흔든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직업병 참사(1988~1993년)와 삼성전자 집단 직업성 암 사건(2007~2018년)을 꼽을 수 있다. 정부(산업은행)가 관리했던 기업인 원진레이온 참사는 1천 명가량의 중독 노동자를 양산하고 많은 노동자의 목숨(2026년 현재 400명가량 사망)을 앗아간 대한민국 최대의 산재·직업병 사건이자 우리나라 산업보건 정책과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꾼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한국의 직업병은 원진레이온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생겼다. 같은 문제에도 SK하이닉스의 대처 방식은 달랐다 이란 영화까지 만들어져 상영됐던 ‘삼성 백혈병 사건’은 원진레이온 참사 다음으로 대한민국 산재·직업병 역사에서 널리 국민한테 각인돼 있다. 대한민국 국민기업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세계인이 인정하는 일류 기업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삼성은 물론이고 한국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직업병 발생 자체를 숨기기 위해 회유, 협박 등을 일삼으며 세계적 컨설팅회사를 동원하는 등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까지 벌어져 노동자는 물론 국민 ‘밉상’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의 아버지가 6일 오후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후문 앞에서 열린 황유미씨 6주기 행사에서 사진과 함께 서 있다. 황씨가 숨진 후 유족 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뒤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2013.3.6 연합뉴스 2007년 삼성전자에서 황유미 씨 백혈병 투병이 사회 문제가 된 뒤에도 다수의 산재 피해자가 계속해서 나와 사회 문제로 번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SK하이닉스에서도 공장 노동자 가운데 백혈병 환자 등 직업병이 다수 발생해 문제가 됐다. 두 기업 모두 반도체를 생산하는 첨단 산업 공정에서 노동자가 유독성 화학물질 등 유해인자에 노출되어 심각한 직업병이 생겼고 이로 인해 분쟁을 겪었다. 하지만 갈등 기간과 사회적 갈등 정도, 문제 해결 방식은 서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성과급 배분 과정에서도 반복된 두 회사의 대처 방식 이는 창사 이래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낸 두 회사가 이번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 해결에서도 10년 전쯤에 일어났던 일을 판박이로 재연한 것처럼 보여 매우 아이러니하다. SK하이닉스는 직업병 사건에서처럼 조용하고 신속하게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마무리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백혈병 참사 때 당사자인 산재 피해자(유가족)와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3자 중재, 즉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를 통해 힘겹게 사태를 마무리한 것과 같이 이번에도 중앙노동위원회와 노동부 장관 등 사실상 3자 중재를 통해 파업 개시 몇 시간을 앞두고 겨우 합의에 성공했다.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직업병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전자산업 기업의 산업안전보건 환경 개선과 산재 예방 등을 위한 재원을 사회에 내놓았다. 당시 회사 규모와 피해 규모는 큰 차이가 있었으나 사회 환원 규모는 엇비슷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각각 500억 원, 350억 원을 내놓았다. 그러나 두 기업의 환원 방식은 판이했다. 이를 사용할 주체가 완전히 달랐다. 하이닉스는 민간 법인단체가 맡아서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숲과나눔’ 재단이 만들어졌고 최근에는 환경 부문과 산업안전보건 부문을 분리해 (재)일환경건강센터를 따로 만들어 각각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원진레이온 직업병 참사의 전례를 따라 민간 공익법인을 만들어 안전 분야 공익활동과 사업을 독립적이면서 지속가능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미온적 대처 방식이 지속적 산재 발생 원인 아닌가 하지만 삼성전자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삼성은 2015년 조정위가 1000억 원 규모의 사단법인 설립을 통해 기금 사용을 권고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2019년 사회 환원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 준정부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맡겼다. 하이닉스가 지원한 공익단체와 달리 공단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업을 펼치지 못해 기금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는 애초부터 예견된 것이다.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은 삼성이 백혈병 사건을 하루빨리 잊게 하려고 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삼성전자에서는 지난 2018년 9월 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 1층 이산화탄소 집합관실 옆 복도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2024년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관계자 9명에게 (이산화탄소 이동을 제어하는) 밸브의 하자와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결합되어 발생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측에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업무상 잘못도 있다”라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삼성전자에서는 그 뒤 2024년 5월 27일, 기흥사업장에서 방사선 발생장치를 수리하던 노동자 2명이 피폭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2명 모두 손 피부 피폭이 연간 한도를 넘었고, 1명은 전신 유효선량 한도까지 초과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자동차단장치 미작동, 정비 절차 위반, 방사선 안전관리자의 실질적 관리·감독 부실 등이 지적됐다. 방사선 장비는 600여 대였지만 안전관리자는 단 2명이었다. 천문학적 이익의 1만분의 1이라도 노동자 안전보건 위한 기부 필요 노동부는 이를 ‘부상’으로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사고 발생 2년 뒤인 지난 3월 31일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그 사이 안전 기준치 188배 방사선에 노출된 직원 한 명은 지난해 6월 회사를 그만두었다. 기준치 56배를 초과한 방사선량에 피폭된 다른 한 명은 1년 넘게 장기 휴직 중이다. 거대 초일류 기업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계속 일어난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삼성 앞에서 자꾸만 소극적이고 작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정부의 행태도 마뜩잖다. 안종주 언론인, 보건학 박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금처럼 세계적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사가 함께 노력하고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도 있지만 앞서 사례로 든 것처럼 숨지거나 다친 많은 노동자의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 회사 이익과 정부의 초과 세수, 노동자의 천문학적 상여금 가운데 1천분의 1 내지 1만분의 1이라도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해 힘쓰는 공익기관·단체에 기부한다면 두 기업 노사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노조가 이에 앞장서기를 기대해본다. 그것이 산업안전보건 흑역사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안종주 진단 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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