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설 선물 기준은? 나는 왜 못받을까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설 선물 인증샷이 넘쳐난다. 지방선거가 있는 해라서 그런지 정치인들이 많다. 설 선물 인증샷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정치인부터 방송인, 유튜버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인증샷이 타임라인을 채운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니니 나에게 대통령의 설 선물이 도착할 리가 없다. 나 같은 평범한 일반 국민에게도 깜짝 선물이 도착하면 좋겠지만, 그건 나의 지나친 바람일 뿐이다. 설이 되면 SNS 타임라인에는 비슷한 문장이 반복된다.
선물을 받는 것은 기쁜 일이고, 감사 인사를 남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그 선물을 보낸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런 감사 인사 게시물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왜 대부분의 국민은 인증할 것이 없는가. 대통령의 명절 선물이 국민통합의 상징이라면, 조선의 왕이 충성과 위계를 확인하며 내리던 하사품과 우리는 과연 얼마나 멀어졌는지 묻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 설 선물세트. 취임 후 처음 맞는 설날이다. 국민통합과 일상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의 첫 설 선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맞는 설 선물 세트를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그릇·수저 세트에는 편안한 집밥이 일상이 되고 소박하지만 따뜻한 한 끼가 국민 모두의 삶에 평온과 위로가 되길 바라는 대통령 의지를 담았다 고 설명했다.
선물은 언제나 의미를 담아야 하는 법. 이번 설 선물을 위해 특별 제작한 그릇과 수저 세트, 그리고 쌀·잡곡·떡국떡·매생이·표고채·전통간장 등의 집밥 재료. 수도권부터 동남권까지, 전북·강원·제주를 포함한 지역 특산물을 반영했다는 설명도 따라붙었다. 선물 하나에 밥 한 상을 담고, 그 한 상에 대한민국을 담았다는 의미이다.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 권역의 특색을 반영했고,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 간 상생·통합의 의미를 담았다고도 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이 선물 세트가 중고거래 플랫폼에 벌써 등장했다. 가격은 수십만 원대까지 형성됐다는 이야기가 돈다. 물론 중고 거래의 특성상 진위 여부는 파악하기 힘들다. 대통령의 설 선물이 희소성 아이템 이 된 것이다. 대통령 설 선물을 받는 사람은 희소하니까.
대통령 선물은 오래된 관행이지만, 언제나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습이 달라졌지만, 논란은 늘 따라다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에는 선물 상자 안에 담긴 식자재보다 상자의 그림이 더 큰 화제가 됐다. 특정 종교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형평성 논쟁이 벌어졌고, 그 해 이전에는 보수 성향 유튜버들에게까지 선물이 전달된 사실이 알려지며 또 다른 공방으로 번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에 명절 상자 디자인에 상징성을 적극 담기 시작했는데, 한 해는 독도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 외교 문제로 번지며 해외 공관에서 되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구성품이 도마에 올랐다. 설 선물에 포함된 화장품이 특정 인물과의 연관성 때문에 입길에 오르면서, 선물의 취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역 특산물을 담아 실용성을 강조했지만, 한 차례는 종교적 관습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급히 다른 품목으로 교체하는 일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전통주와 차 등을 선물에 자주 담았는데, 수해 피해자에게까지 동일한 구성이 전달됐다는 비판이 나오자 대상별로 내용을 달리 조정한 바 있다.
결국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늘 정성 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그 상징이 누구의 시선에서 어떻게 읽히느냐에 따라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되어왔다. 선물 상자는 작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각계각층 이라는 말은 넓어서 오히려 경계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설명에 따르면 이번 설 선물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웃, 주요 인사 등을 중심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민주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배우자까지 범위를 넓혔다는 설명도 함께 전했다.
겉으로 보면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듯 넓어 보인다. 하지만 각계각층 이라는 표현은 너무 넓다. 넓어서 오히려 경계가 보이지 않는다. 일반 회사원인 나도 각계각층 이고, 우리 동네 부동산 사장님도 각계각층 이다.
누가 포함되고, 누가 빠졌는지 구체적 기준은 공개되지 않는다. 받는 국민 과 받지 못한 국민 이 조용히 나뉘는 구조다. 설명은 있지만 누가 선물을 받는지 각계각층 에 속한 일반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현실은 명확하다. 청와대가 말한 국가유공자, 청소 노동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방관, 경찰관이 선물을 받는다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마땅하다. 그 상자는 존중과 감사의 표시다.
그런데 정치인, 연예인, 각계 명사들이 거의 기본 코스처럼 선물을 받는 장면을 보면 솔직히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미 충분히 주목받는 사람들이 또 하나의 상징을 더 얹는 모습처럼 보일 때가 있다. 받는 사람은 기쁠 것이다. 그릇 세트 하나, 특산물 상자 하나, 인증샷 한 장. 소소하지만 확실한 즐거움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대통령은 설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의 기분은 어떤지 생각해 봤을까? 관행처럼 정치인과 유명인에게 선물을 보내왔으니 이번 설에도 보내고, 추석에도 보낼 것이다. 내년에도 마찬가지겠지. 뭐 대통령 설 선물을 가지고 그렇게 심각하게 시비를 거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타임라인에는 자랑이 넘치는데, 받지 못한 다수는 침묵 속에 남는다.
씁쓸하게 선물을 사진으로 바라보는 다수의 침묵
대통령 선물 상자는 마치 VIP 명절 박스 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받을 사람만 받도록 정교하게 포장된 상자. 사진은 선명하게 남고, 받지 못한 사람은 기록조차 없다.
그러나 결국 이 나라의 두터운 다수도 명절에 가족과 밥 한 끼 나누고 싶은 보통 사람들이다. 선물 상자를 모두에게 나눌 수는 없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걸 모를 만큼 순진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정치인과 유명인이 아닌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가끔은 깜짝 선물로 득템 할 수 있는 그런 이벤트를 기획할 청와대 관계자는 없을까?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그냥 작은 이벤트처럼.
올해는 무작위 추첨으로 일반 국민 몇 분께도 보냈습니다.
그 한 줄 공지면 충분하다.
솔직히 말하면, 약간은 부럽다. 아니 많이 부럽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다. 나도 한 번쯤은 보자기 풀어 인증샷 올려보고 싶다. 이 정도의 투정은, 이 나라에서 설을 쇠는 평범한 국민에게 허락해줘도 되지 않을까.
청와대가 말하는 각계각층 이라는 말 속에, 언젠가는 나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열심히 살아봐야지. 혹시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