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증설은 우리 를 파괴하는 행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매달 집으로 날아오는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전력산업기반기금 이다. 지난해까지 우리는 전기요금의 3.7%를 이 기금으로 냈다. 정부는 최근 이를 2.7%로 낮췄지만 오랜 기간 연간 2조 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 가운데 상당액이 원자력 발전 관련 연구·홍보·산업 지원에 사용되어 왔다.
세금이나 다름없는 공적 예산으로 원전 홍보를 하는 나라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원전 홍보 란 무엇인가? 수억 원을 들여 지하철 광고판과 유튜브 영상에 원전은 청정에너지”, 탄소 없는 미래”라는 문구를 내보낸다. 원전이 탄소 배출이 적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 화려한 포장 뒤에는 핵폐기물 문제가 있다. 10만 년 이상 격리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디에 묻을지, 그 천문학적 비용은 누가 댈지 여전히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대대손손 불안과 위험을 물려주는 짓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의 재앙적 위험 비용도 충분히 강조되지 않은 채 오로지 ‘전기 생산 단가가 싸다’는 당장의 경제성만 부각된다. 마치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지어놓고 겉모습만 번지르르하니 명품 주거지라며 분양하는 것과 같다. 정보를 균형 있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돈으로 국민에게 반쪽짜리 진실만 전하는 셈이다.
5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앞에서 탈핵시민행동이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탈핵희망전국순례 에 앞서 출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부산 고리원전을 출발 세종, 청와대까지 16일간 신규 핵발전소 반대 도보 행진을 펼친다. 2026.1.5 연합뉴스
선진국들은 이러한 행태를 단순한 예산 낭비가 아닌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문제로 본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정부 홍보 활동에 대해 ‘객관성 원칙’을 확립했다. 국가는 기업처럼 자기 상품을 팔기 위해 소비자를 설득하거나 심리적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처럼 원전의 장점만 강조하는 편향된 광고를 독일 정부가 집행했다면, 즉각 위헌 판결을 받고 관련 예산은 집행 중단됐을 것이다. 스위스도 비슷하며, 대만 입법원은 국영 전력회사의 일방적 원전 홍보 예산을 의회 권한으로 견제한 모범을 보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감사원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관련 공무원들을 줄줄이 징계했지만, 최근 증가한 원전 관련 예산과 그 편향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감사 기준이 달라진다면, 감사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도구에 불과하다. 국회의 상임위 의원들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자기 정권 때는 눈감고 상대 정권 때만 비판하는 이중 잣대가 반복된다. 예산 삭감이나 조건부 승인 같은 실질적 견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독일은 후손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윤리에 입각해 국민이 의사결정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독일은 8주에 걸쳐 온 국민이 공개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원전은 후손에게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탈원전을 결정, 의회투표에서 85% 지지로 통과시켰다. 당시 독일 국민은 재생에너지가 갖는 경제적 이점도 보았지만, 무엇보다 핵폐기물의 비윤리성이 결정적이었다. 혹자는 메르켈 정부를 비난하지만 본질은 국민의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전기요금 상승과 에너지 위기라는 고통을 겪었음에도 국민들은 스스로의 결정을 감내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978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완공된 원전도 가동하지 않고 폐쇄한 채 지금 2020년 기준 소비전력의 78%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독일은 2025년 기준으로 전기 소비의 약 56%를 재생에너지가 맡고 있으며, 2030년까지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원전은 한마디로 ‘화장실 없는 아파트’다. 원전 증설은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핵폐기물이라는 해결불가능한 존재를 미래세대에 남겨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 행위를 본보기로 보여줌으로써 후손들을 잘못 이끄는 비윤리적인 행위다. 후손을 희생해도 좋다는 부모의 악행을 후손들이 본 받으면 인류는 절멸한다.
원전은 재생에너지 확대 시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미 국내에는 2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전체 전력의 3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규 원전 2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정책은 과연 합리적인가? 한국방송통신대 이필렬 명예교수는 최근 이투뉴스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당장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전력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바로 시작해도 십수년이 걸린다는 원전 2기를 만든다는 발상이 맞는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이미 26기가 가동되고 있고, 전력의 30% 이상을 원전이 공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잘하는 2차전지와 결합해 태양광과 풍력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은 부하추종이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한번 가동하면 쉽게 중단할 수 없어, 급증하는 태양광·풍력 전력을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전력계통에 무리가 생기고, 원전 출력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존 원전들만으로도 이러한 조절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24년 한해동안 가동중단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 것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보여준다. 새 원전을 지어도 전기요금은 오르고, 정작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좌초자산’이 될 위험이 크다.
원전업계는 2032년까지 출력제어 기술을 개발해 재생에너지와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원전은 프랑스와 달리 잦은 출력 변동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 잦은 변동은 핵연료봉 안전성 훼손과 고장 위험을 높인다. 과거 한빛원전 사례가 그 증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RE100은 원전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1인당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15년간 다른 나라들이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왔는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에너지부문 관료들의 소극적 의사결정이 큰 원인이다.
여론조사에 기댈 일이 아니다
그런 관료들이 여전히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원전 증설의 실효성이 불확실한데도 기존 이해관계자를 우선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만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는 민간 여론기관을 인용하며 국민 과반수가 원전 추가건설을 찬성한다고 발표하지만, 질문 문항의 신빙성이 낮은 끼워맞추기식 설문이 많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신규원전 추진 응답이 많았다고 하지만, 질문 지문이 재생에너지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전력수요 증가를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을 활용하는 에너지믹스를 추진한다”는 전제를 먼저 주입한 뒤 묻는 방식이었다. 시민사회는 이를 정책을 미리 정해놓고 핑곗거리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다. ‘자신의 동네에 건설해도 좋으냐’고 물으면 답변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여론조사를 마치 국민적 지지인 양 제시하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이필렬 교수는 공개업무보고 때 대통령이 원전에 대해 세세하게 묻고 확인하는 걸 보고 여러 측면을 모두 고려해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갑자기 기후부 장관이 원자력이 기후변화 대응과 AI 데이터센터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더라”며 윤석열 정권이 만든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여론조사로 핑곗거리가 생겼다”고 통렬히 지적했다.
왜 다른 길을 선택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가
원전 증설은 다른 선택을 손쉽게 포기하는 행위다. 지금은 시민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에너지 민주주의’ 시대다. 그 길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중앙 집중식 기득권에 굴복하는 것이다. 여러 선진국처럼 우리에겐 이미 다른 길이 열려 있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지역 단위로 일치시키는 ‘지산지소’ 원칙은 에너지 자립과 지역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이필렬 교수가 강조한 대로,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인 이차전지 기술을 재생에너지와 결합하면 간헐성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대폭 늘리는 정책이야말로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이다.
에너지 권한이 대규모 원전에 묶일수록 시민의 주권은 약화된다. 원전 증설은 에너지 생산 주도권을 시민으로부터 박탈하여 소수 기득권에게 헌납하는 행위다.
또한 초가속으로 진화하는 AI와 첨단 기술은 우주태양광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우주에서 24시간 청정 에너지를 송전하는 기술은 이미 실증 단계에 들어섰으며, 미국·중국·유럽·일본이 2026년 이후 실증 미션을 추진 중이고 2030년을 본격 실행시기로 잡고 있다. 이 부문에는 한화 등 한국 민간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아직 경제성과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지금과 같은 AI능력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는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정부가 이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책임이 있다.
헌법이 규정하는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
우리 헌법 제35조와 제10조는 국민의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을 명시한다. 사고 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원전을 증설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적 책무를 약화시키는 행위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인구밀집지역에 원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지진과 자연재해 앞에서 원전은 언제든 통제 불능의 재앙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공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맹신에 빠져 증설을 외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연초 월성원전 전산제어실 화재 사건처럼 위험은 은폐되기 쉽다. 원전은 태생적으로 위험을 숨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동남해안 산업심장부가 반세기 노력의 결실을 잃을 수 있다.
주권자 국민의 역할과 정부의 도리
원전 증설을 멈추는 것은 단순히 전력 수급 방식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할지, 후손들에게 어떤 도덕적 기반을 물려줄지에 대한 존엄한 응답이다. 지금의 원전 중심주의는 우리 공동체의 안전, 정의, 미래를 파괴하는 ‘내부의 적’이 되고 있다. 올해가 체르노빌 40주년이다. 언제까지 원전의 볼모가 되어야 하는가? 원전 증설은 ‘우리’를 파괴하는 행위다. 후손을 희생시키려는 부모의 악행을, 후손들이 본 받아 되풀이 하면 인류는 절멸한다.
이젠 당대의 국민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20여년 전 부안 핵폐기물 사태로 위험을 각인한 바 있다. ‘원전을 용인할 것인가, 우리 동네에도 받아들일 결기를 가질 것인가’를 국민이 결정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뿐아니라 가까운 대만도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조작 가능성 있는 여론조사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개토론과 국민적 의사결정 절차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주권자 국민의 역할이며, 국민주권을 내세우는 정부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