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잔재 태우지 않고 100년 저장…사우디서 사막형 탄소제거 상용화 [환경] 시퀘스트가 농업잔재를 태우거나 탄화하지 않고 사막의 초건조 저장시설에 보관해 탄소 배출을 막는 첫 상업시설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동한다. 초기 순수 탄소제거 목표는 1000톤이다. / 출처 = 시퀘스
사막의 건조함을 이용한 탄소제거 사업이 사우디에서 상용화된다.
시퀘스트는 10일(현지시각) 농업잔재를 사막의 초건조 저장시설에 보관하는 첫 상업시설 ‘호라이즌’을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동한다고 밝혔다. 농업잔재를 태우거나 가공하지 않고 썩지 않도록 그대로 보관해 식물이 흡수한 탄소가 대기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농업잔재 그대로 보관…사우디서 첫 상업시설 가동
시퀘스트는 사우디에 첫 상업시설인 ‘호라이즌(Horizon)’을 구축하고 있다.
호라이즌은 초기 단계에서 순수 탄소제거량 1000톤 달성을 목표로 한다. 첫 탄소크레딧 발행 이후 저장 용량을 늘리고 해외시장에도 크레딧을 공급할 계획이다.
방식은 농업잔재를 썩지 않게 보관하는 것이다. 작물은 성장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수확 뒤 남은 줄기나 껍질이 썩거나 불에 타면 탄소가 다시 대기로 돌아간다.
시퀘스트는 이 농업잔재를 태우거나 탄화하지 않고 사막의 전용 저장시설에 넣는다. 비와 습기가 적은 환경에서 수분을 낮춰 미생물 활동을 막고 분해를 억제한다.
세계에서 한 해 발생하는 농작물 잔재는 70억톤 이상이다. 시퀘스트는 이 가운데 별도 활용처 없이 태워지거나 썩는 잔재를 저장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호라이즌은 탄소제거 인증기관 퓨로어스의 예비평가를 통과했다. 다만 아직 정식 인증이나 탄소크레딧 발행 단계는 아니다. 실제 시설 가동 이후 제거량과 저장 상태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상업화 배경에는 탄소제거 시장의 공급 부족이 있다. 회사가 인용한 CDR.fyi 집계에 따르면 구매자들이 장기계약으로 확보한 내구성 탄소제거 물량은 약 4900만톤이지만 실제 인도된 물량은 약 160만톤에 그쳤다.
실제 인도율은 3.3%다. 계약은 빠르게 늘었지만 실제 제거 물량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개리 간즈 시퀘스트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기후에 도움이 되는 것은 계약된 1톤이 아니라 실제 인도된 1톤”이라고 말했다.
태우지도 탄화하지도 않는다…사막 건조함으로 분해 차단
시퀘스트 방식의 핵심은 탄소를 새로 포집하는 설비가 아니라 농업잔재가 썩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바이오차는 농업잔재를 고온에서 열분해해 탄소가 쉽게 분해되지 않는 형태로 바꾼다. 직접공기포집(DAC)은 대기 중에 흩어진 이산화탄소를 설비로 걸러낸다. 반면 시퀘스트는 식물이 이미 흡수해 놓은 탄소를 농업잔재 안에 그대로 남겨둔다.
시퀘스트는 고대 이집트 사막 무덤의 보존 원리를 사업모델에 적용했다. 미생물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수분을 차단해 분해 자체를 늦추는 것이다.
공정도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시퀘스트는 새로운 화학공정이나 에너지 집약적 처리설비를 쓰지 않고 바이오매스 운반과 저장시설 건설, 환경 모니터링 등 기존 공정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탄소제거 비용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다만 실제 톤당 제거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바이오차나 직접공기포집보다 실제로 얼마나 저렴한지는 호라이즌 가동 이후 확인해야 한다.
같은 원리의 탄소저장은 이미 크레딧 발행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다. 호주 파세라는 퓨로어스의 육상 바이오매스 저장 방법론을 이용해 100년 이상 저장을 인정받는 탄소크레딧을 발행했다. 올해 6월까지 발행된 크레딧은 4656개다.
관건은 ‘100년 동안 안 썩게 할 수 있나’
문제는 사막에 저장한다고 해서 농업잔재가 자동으로 100년 이상 보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4월 국제학술지 케미컬리뷰에 실린 바이오매스 탄소저장 연구는 건조 저장의 핵심 조건으로 수분활성도 0.60 미만을 제시했다. 수분활성도는 미생물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정도를 뜻한다. 이 수치가 충분히 낮으면 미생물이 활동하지 못하지만, 저장시설에 습기가 들어오면 분해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핵심은 사막 자체가 아니라 저장시설 내부를 얼마나 오랫동안 건조하게 유지하느냐다. 연구진은 상대습도와 온도, 이산화탄소와 메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기 저장을 직접 입증할 데이터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연구진은 장기 내구성 검증이 여전히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