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피격에 국제유가 폭등…미국, 금리인하 끝?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침공당한 이란이 전방위 반격을 수행 중인 가운데 걸프 해역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폭등 중이다. 명확한목표와 뚜렷한 계획없이 시작한 전쟁은 미국내 유가와 물가를 앙등시키며 트럼프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JP모건은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불안 때문에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끝났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트럼프가 일으킨 전쟁이 트럼프 자신을 치는 형국인데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모르겠다.
피격당한 유조선이 끌어올린 국제유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바깥의 걸프해역(페르시아만) 정박 중이던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5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상승 폭을 다시 확대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날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11시 45분께 배럴당 79.26달러로, 전장 대비 6.16% 상승 거래됐다.
WTI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79.97달러까지 오르는 등 배럴당 80달러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는 지난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추이, 자료 : ICE선물거래소, 뉴욕상품거래소, 연합인포맥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바스라주 호르 알주바이르 항구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 1척이 폭발로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항구는 걸프해역의 최북단 가장 안쪽에 있으며 쿠웨이트 국경과도 가깝다.
미국 업체 소난골마린서비스는 성명을 통해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시 20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형 선박 한 척이 바하마 선적의 유조선 소난골 나미베호 의 좌현으로 접근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쾅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5일 걸프해역 북부에서 미국 유조선을 타격했으며 이 선박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배가 같은 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난골 나미베호는 스웨덴의 스테나벌크 유한회사가 실질 관리회사로, 이 회사의 본사가 미국에 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역내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세계 5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JP모건은 투자자 노트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원유 공급이 며칠 내로 중단될 수 있으며, 분쟁 8일째에는 하루 최대 330만 배럴의 공급이 차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정제유 수출을 중단했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 폭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자국 최대 정유사 경영진을 만나 정제 석유제품 수출을 일시 중단하라고 구두로 요구했으며, 이는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25일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유가 가 발목 잡나?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백악관이 가격안정 등을 위한 대응책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아이디어를 가져오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관련 논의를 아는 익명의 에너지 업계 임원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임원은 백악관이 에너지 가격, 특히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그 버검 미 내무부 장관 겸 국가에너지위원장은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검 장관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검토되고 있다”며 검토 목록에는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조치부터 장기적이고 복잡한 방안들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정부가 개입해 상황을 어느 정도 정상화할 기회가 있다”며 미국은 세계 동맹국들이 안정적인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이를 실현할 재정적 능력과 해군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필요할 경우 미 해군이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유가 안정 조치에 나섰다.
또 걸프 지역을 통과하는 에너지 운송 선박 등 해운에 대해 보험과 보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도록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지시했다.
트럼프의 신년 국정연설 중 기립 박수하는 사진 뒤쪽 공화당 의원들과 자리에 앉아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사진 앞쪽의 민주당 의원들. 트럼프의 갈라치기 정치가 만들어낸 장면이다. (PBS News 갈무리)
이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는 휘발유세 일시 유예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사안을 아는 관계자들이 폴리티코에 말했다.
다만 이는 의회의 입법 조치가 필요해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 정부가 세금을 낮추더라도 정유사와 주유소가 이를 즉각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일부 행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방어하기 위해 미군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국가 비상 원유 비축분을 방출하는 방안,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비롯해 연료 혼합 의무 규정 면제, 심지어 재무부의 원유 선물 거래 등의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원유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관리라는 과제도 안고 있어 유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유가 하락을 주요 경제 성과 중 하나로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중동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온 물가 안정 성과를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유가급등하면 물가앙등하고 금리 인하도 어려워져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일으킨 전쟁은 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의장 교체 뒤에도 한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장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미 끝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6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기존 1회에서 0회로 변경했다.
JP모건은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이미 금리 인하가 종결됐다고 봤다.
이 회사는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내용과 관련, 지난해 12월에는 대다수 (most)가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완화될 경우 추가 금리 인하가 뒤따를 것이라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같은 조건에서 추가 인하를 예상한 이들이 여럿 (several)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FOMC 구성원들은 물가 전망을 약간 상향 조정했다”며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JP모건은 거의 모든 (almost) 구성원이 정책금리가 중립 금리 추정 범위 안에 있다고 보는 상황에서 물가 전망 변화 방향은 통화정책 완화에 반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들의 미국 정책금리 전망, 자료 : 한국은행
나머지 투자은행(IB)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씨티와 TD가 3회, 바클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 웰스파고 등이 2회, 도이치뱅크가 1회의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이들도 대부분 올해 6∼9월 사이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날 것으로 분석했다. 케빈 워시 차기 의장이 취임한 뒤로도 큰 폭의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9월 연준 정책금리 전망치도 지난해 12월 초 3.13%, 올해 1월 초 3.17%, 2월 초 3.25% 등으로 계속 상승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제 유가가 뛰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더 커진 만큼 이런 흐름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도이치뱅크는 전날 보고서에서 유가 충격이 전망이 더 많은 불확실성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는 상황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 둔화가 확인되더라도 연준이 금리를 한 번 정도만 내릴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IB들이 견조한 고용지표로 인해 당분간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추가 인하 조건으로 노동시장보다는 인플레이션 정점 도달 여부가 강조됨에 따라 물가 지표 발표 결과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의 방향성은 자산시장 등을 위시한 경제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시작한 전쟁이 트럼프의 목을 조르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내정자.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