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경의 ESG 딥다이브】상법 개정안 톺아보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밸런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 4월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외에도 ▲사외이사 명칭의 독립이사로의 변경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시 강화된 3%룰 적용이 처리됐다.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판단되는 이사회 충실의무 확대는 발효와 동시에 즉각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제기된 12개 법안이 통합 조정된 상법 개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ESG 거버넌스 차원에서의 의미와 영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이사 책임과 소수주주 보호 명문화
통과된 개정안 중 가장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에서 회사 및 주주 로 확대하고, 제2항을 신설하여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 보호 와 전체 주주의 이익 공평 대우 의무를 부담하도록 명문화한 사항이다.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M&A), 분할, 자산 양수도 등 주요 경영 결정에 있어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이 국내 자본시장의 디스카운트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법률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본 원칙이자 방침으로,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소수주주 이익 침해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이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됨에 따라, 향후 이사들은 이사회의 안건을 승인·의결할 때 단순히 회사 전체의 이익뿐만 아니라 소수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할 책임을 명시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상법상 이사에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하며, 형식상 이사직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이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공식적인 이사직을 보유하지 않은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면, 개정된 충실의무 조항에 따라 소수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번 개정안으로 특히 법적 소송과 관련해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기존에는 소수주주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대표소송을 통해 회사의 이익 침해를 입증해야 했으며, 소송의 결과도 회사에 귀속됐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 이후에는 소수주주가 자신에게 발생한 불이익을 근거로 개별적으로 이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 이익 역시 주주 개인에게 귀속된다. 소수주주의 권리 행사 요건은 완화되고 소송의 실효성은 강화되어 주주활동의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자주주총회 도입…참여와 주주 간 연대 확대
현행 상법 제368조의4는 전자투표 제도를 통해 주주가 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사전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를 넘어 현장 개최와 실시간 온라인 참여를 병행하는 전자주주총회 개최를 규정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에 의무화해 참여 방식의 실질적 확장을 꾀하고 있다.
전자주주총회의 도입은 단순히 주주의 물리적 참여 편의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의 다양한 의견 및 정보 교환, 주주 간 연대 형성의 구조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소액주주들이 특정 안건에 대해 공통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거나 집단적 의결권 행사를 추진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
사외 감사위원도 3%룰 적용…대주주 영향력 제한 강화
감사 및 감사위원회는 이사회의 업무 집행을 감시하고, 회계의 적정성과 내부통제의 유효성을 점검하는 기업 내 핵심 감시기구다. 역할 상 일반 사외이사 대비 더욱 높은 독립성이 필요함에 따라,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자 상법은 감사 및 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대지분을 3%로 제한하는3%룰을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사내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에만 최대주주의 경우 특수관계인 및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의 보유 주식까지 합산해 3%가 넘지 않아야 한다는 강화된 3% 룰을 적용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에도 강화된 3%룰을 확대 적용해 규정함에 따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시도 대주주의 영향력이 축소될 전망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사외이사 2명을 포함 총 3명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동안 더 많은 수를 차지하는 사외이사에 있어서는 강화된 3%룰이 적용되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이 낮음이 제기되어 왔다.
‘사외이사’→‘독립이사’로 명칭 변경 및 의무선출 인원확대...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개정안에 따라 기존 ‘사외이사’의 명칭이 독립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독립이사’로 변경되고 상장사의 독립이사 의무선임 비율은 기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강화된다. 독립이사의 개념은 회사 외부의 이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주주 및 회사로부터의 독립적인 기능수행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현행 이사 선출 관행 및 제도상 이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당장에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감사 및 감사위원의 선임에 3%룰로 최대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제한되는 것과 달리 일반 이사 선출시는 3%의 룰이 적용되지 않아 최대주주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독립이사 명칭 변경과 숫자 확대는 그 영향이 당장에는 크지 않으나, 집중투표제나 이사 선임시 3%룰 적용과 같은 기존 발의된 다른 개정안과 합쳐질 경우 그 파급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상법 개정 이후…감시 강화와 경영 안정 사이의 균형이 숙제
이번 상법 개정안은 상장기업 거버넌스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기반의 마련이라 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는 추후 논의의 대상으로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두 가지 안까지 포함될 경우 격변에 가까운 변화가 예상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주주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주주”라기보다 트레이더”에 가까운 단기차익에 집중하는 일부 주주가 이를 목적으로 의결권을 집결하고 행사할 경우, 이는 임직원, 협력사, 고객사, 지역사회 등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단기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구조조정이나 R&D 축소를 요구하는 외부주주의 개입은 임직원 협력사 등에 영향을 주고 기업의 장기 전략과 상충할 수 있다.
따라서 강화된 주주 권한이 기업의 중장기 가치 제고와 이해관계자 간 조화라는 방향성 하에 균형 있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건이 제도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통해 의결권 행사 기준, 행사 내용과 목적 공시 강화, 의무 보유기간 설정 등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최근 거버넌스 논의가 주로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은 일정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 사모펀드에 의해 인수되거나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의 목적에 따라 자진 상장 폐지된 기업의 경우 주주를 제외한 다른 이해관계자에 대한 영향이 상당함에도 이 이사회 구성이나 정보공시 등 거버넌스 관리 측면에서 크게 후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비상장 기업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 이선경 대표는
이선경 그린에토스랩 대표이사는 신한증권과 대신증권에서 채권 크레딧 애널리스트와 주식 애널리스트를 거쳐 CJ경영연구원과 CJENM, CJ제일제당 등에서 전략기획, 재무전략/IR 팀장, 대신경제연구소에서 ESG센터장을 역임했다. 2024년 3월 그린에토스랩을 설립해 ESG공시 및 공급망 컨설팅과 녹색기술/녹색금융 고도화 자문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금융기관의 ESG모델 및 ESG적용 프로세스 구축, ESG 평가 등을 장기간 수행했고, 정부 기관의 공급망 ESG플랫폼 구축, 환경DB분석 및 산업별 환경성 평가체계 수립 등 금융과 기업에 적용되는 ESG체계 구축 및 전략수립과 경험을 보유한 ESG 전문가이다. 다수의 정부 기관 및 에너지 유관기관에서 ESG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