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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가자지구는 ‘기자의 무덤’ …2년반 새 200여명 피격 사망

가자지구는 ‘기자의 무덤’ …2년반 새 200여명 피격 사망
[사회혁신]
가자지구에서는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진 이래 2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숨졌다. 기자의 주검 앞에서 동료들이 슬퍼하고 있다. Ⓒ알자지라 화면 캡쳐 1967년의 6일전쟁 뒤 60년 가까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억압정책을 펴왔다. 그로 말미암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 왔기에 이스라엘은 외국 취재진을 반기지 않는다. ‘21세기의 깡패국가’ 이스라엘이 펴온 무단(武斷) 통치가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그 참담한 실상을 바깥 세계에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을 취재하려는 외국 기자들은 일단 이스라엘 입국부터가 편하지 않다. 이스라엘 정부는 외신기자들을 어떻게든 괴롭히기로 악명이 높다.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 구리온 공항(텔아비브 공항)에 들어서면, 보안요원은 왜 왔느냐”, 누구를 만날 거냐”, 어디에 묵을 거냐” 등의 질문을 퍼붓는다. 왜 이렇게 괴롭히느냐. 너무한 거 아니냐”라고 항의했다간 조사실로 옮겨가 또 다른 시달림을 겪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아예 공항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되돌아간 사람들도 있다. 기자뿐만이 아니다. 비정부기구(NGO) 관련자들이나 비즈니스맨도 마찬가지다. ‘국가 안보’를 입에 달고 사는 이스라엘 관리들에겐 입국자가 팔레스타인 쪽과 어떻게 연계돼 있는지가 최우선 관심사항이다. 사업 계약 건으로 이스라엘에 들어가려던 어느 한국 기업체 대표(실은 필자의 고교 동기)는 공항 입국심사 때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계약이고 뭐고 다시는 그곳에 안 간다”고 다짐했다(지난 봄 동창회 때 만났더니 지금껏 이스라엘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우리 근처에서 얼씬 말라” 위협사격 이스라엘군은 매우 폭력적이다. 나이 든 아랍 노인이든 청소년이든 마음에 안 들면, 등에 멘 야전삽이나 몽둥이를 꺼내 휘두른다. 그 정도의 폭력은 그나마 가볍다고 말하는 게 맞다. 걸핏하면 총기 방아쇠를 망설임 없이 당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막 대하는 게 버릇이 돼서일까, 병사들은 외국 기자들에게도 거칠게 행동한다. 사뭇 위협적이다. 현지 취재과정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고 겪었다. 불편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지난 2004년 5월에서 6월에 걸쳐 한 달 가까이 KBS ‘일요스페셜’ 제작팀(장영주 PD)과 함께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두 분쟁지역을 취재하러 갔을 때 겪은 일이다. 이스라엘군은 작전 시야를 넓힌다는 구실을 내세워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집들을 무너뜨리고 올리브 나무들을 베어버리곤 한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그곳 선주민들은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가자지구 중남부 도시인 칸 유니스 외곽의 난민촌에 가 보니, 이스라엘군이 불도저로 밀어내 폐허처럼 바뀌었다. 그런 황량한 모습을 촬영하면서 피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총성이 탕탕 잇달아 들렸다. 근처의 이스라엘군 초소에서 아까부터 노려보던 병사들이 쏜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런 경고도 없었다. 놀란 우리 일행은 서둘러 현장을 벗어났다. 워낙 급작스레 일어난 일이었기에, 삼각대에 받쳐둔 묵직한 ENG 카메라를 켜놓은 채로 현장에 그냥 놔두고 떠났다. 조금 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카메라를 챙겨왔다. 화면을 돌려보니, 정확히 여섯 발의 총성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우리 근처에서 얼씬거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위협사격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인 취재기자들을 향해 총질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제법상 언론인은 전투원이 아니라 민간인 으로 분류되며, 민간인을 표적 삼아 공격하는 군인은 곧 전쟁범죄자로 처벌될 수 있다(물론 이스라엘 병사들 가운데 이런 말을 듣고 긴장을 하는 젊은이는 거의 없을 듯하다. 전범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1977년 채택된 제네바 협약 제1 추가의정서(국제적 무력충돌 희생자 보호에 관한 추가의정서) 제79조는 언론인의 생명 보호를 특히 강조한다. 언론인이 민간인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다시 말해서, 기자가 총을 들고 적대 행위에 나서지 않는 한), 민간인으로 보호를 받는다. 또한 1998년 채택돼 2002년 발효된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마규정 제8조도 ‘적대 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을 전쟁범죄라고 못 박고 있다. 따라서 취재 중인 기자를 겨냥해 총을 쏘는 행위는 제네바협약 제1 추가의정서와 ICC 로마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전쟁범죄다. 특히 기자를 즉결 처형하듯 죽이거나 붙잡아 감옥에 가두는 것은 죄질이 무거운 전쟁범죄다. 2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그런 일들이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 또다른 심각한 문제는 기자를 죽이거나 다치게 한 이스라엘 군인 그 누구도 지금껏 전쟁범죄자로 처벌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2년 5월15일 이스라엘군 저격수에게 살해된 알자지라 여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를 기리는 가자시티의 벽화 ⒸAdel Hana/AP 기자들이 죽는 ‘치명적 패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 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CPJ)는 이름 그대로 언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언론 자유를 증진하고자 하는 비영리 단체다. 1981년 출범한 이래로 CPJ는 취재활동을 하다 죽거나 투옥된 언론인들에 대한 관심을 쏟아 왔다. 그렇기에 국제 언론계에선 CPJ를 가리켜 ‘언론계의 적십자사’라고 일컫기도 한다. 최근 CPJ의 관심지역은 중동이고 특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터지기 딱 5개월 전에 CPJ는 ‘치명적인 패턴(Deadly Pattern)’이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의 요점은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이 기자들을 죽이는 데엔 제목 그대로 ‘치명적인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2년 동안(2023년 10월 7일 전쟁이 터지기 전의 기간)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된 기자가 적어도 20명이나 분명히 있는데도, 그 누구도 그 살해사건에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게 보고서가 말하는 ‘이스라엘의 언론인 학살 패턴’이다. ‘치명적 패턴’ 보고서가 나오게 된 주요한 배경에는 시린 아부 아클레(Shireen Abu Akleh) 기자의 살해 사건이 자리잡고 있다. 팔레스타인계 미 시민권을 지닌 아클레는 카타르에 본사를 둔 의 여기자로, 중동 관련 뉴스에 관심을 지닌 독자라면 얼굴을 알만한 언론인이었다. 보고서의 요점을 옮겨본다. [2022년 5월 11일 알자지라 아랍어 특파원 시린 아부 아클레의 살해 사건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치명적인 언론인 살해 패턴의 일부이다. 아부 아클레의 살해는 단지 한 번의 사건이 아니었다. 2001년 이후 언론보호위원회(CPJ)는 22년 동안 이스라엘군(IDF) 소속 군인에 의한 언론인 살해 사건을 최소 20건 기록했다. 그 가운데 대다수인 18명은 팔레스타인인이었고, 2명은 유럽 외신기자였으며, 이스라엘인은 한 명도 없었다. IDF가 여러 차례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되거나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면책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언론인의 권리를 불안정한 상태에 빠트렸다.] (https://cpj.org/wp-content/uploads/2023/05/CPJ-Special-Report-May-2023_Deadly-Pattern.pdf) 언론인 살해사건이 터지고 비판여론이 높아가면 이스라엘은 자체 조사를 하는 시늉을 한다. 그런 ‘셀프 조사’의 결론은 늘 뻔하다. 아무도 기소되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 결말이다. 이렇게 면책이 되풀이된다면, 언론인의 권리와 언론 자유는 물론 취재 활동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보고서는 바로 그런 이스라엘의 범죄와 무책임, 그럴듯한 변명을 되풀이되는 뻔뻔함을 비판하고 있다. 포렌식 아키텍처, 아클레가 총격의 표적” 운명의 2022년 5월 11일 오전 6시 30분, 아클레 기자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북부도시 제닌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제닌 난민수용소에서 그 무렵 잇달아 일어난 치명적인 총격사건들을 보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동료 프로듀서 알리 알-사무디, 그리고 다른 두 명의 팔레스타인 기자와 함께였다. 일행은 모두 가슴과 등에 프레스(PRESS) 라고 쓴 큰 흰색 글씨가 보이는 보호용 조끼를 입고 있었다. 거리엔 멀리서 총성이 들리고 몇몇 지역 주민들이 걷고 있었지만, 그런대로 조용한 편이었다. 느닷없이 여섯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고, 그중 한 발이 알-사무디 PD의 어깨를 맞혔다. 기자들이 몸을 숙이는 사이에 두 번째 사격이 이어졌다. 아클레는 헬멧과 보호 조끼 사이 뒤통수에 총알을 맞아 즉사했다. 이 사건을 두고 누가 총을 쐈느냐, 살해 의도를 갖고 총을 쏜 것이 아니냐로 거친 공방이 오갔다. CNN이나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들은 이스라엘군에게 책임을 돌렸다. 런던대 소속의 디지털 조사기관으로, 앞선 연재 글들(라자 힌드 소녀 살해사건, 구급대원 15명 살해 암매장 사건)에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파헤쳤던 포렌식 아키텍쳐(Forensic Architecture)가 나선 끝에, 이스라엘군 저격수가 아클레 기자를 표적 사살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포렌식 아키텍쳐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자. [아클레와 그녀의 동료 기자들은 살해 의도를 가진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표적 공격을 받았다. 아클레의 두개골에서 회수한 총알은 이스라엘군 저격수들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의 총에는 일반적으로 시야를 4배 확대하는 광학 조준경(Trijicon)이 장착되어 있어 표적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 군인의 소총 조준경을 통해 본 시야를 시뮬레이션한 분석 결과, 기자들과 민간인이 이스라엘군 사수의 시야 내에 들어왔을 때만 총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 동기화를 통해 세 차례의 뚜렷한 총격이 확인되었으며, 기자들이 은신처를 찾거나 도망쳐 엄폐물을 찾으려 할 때도 총격은 계속되었다. 두 번째 총격에서는 아클레가 총에 맞을 때까지 총격이 계속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아클레가 총격의 표적이었음을 뒷받침한다.] (https://forensic-architecture.org/investigation/shireen-abu-akleh-the-targeted-killing-of-a-journalist) 표적 사살 의혹을 넘어 증거가 뚜렷함에도 이스라엘은 우리가 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아울러 살해 의도가 있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아클레 기자 살해 5개월 뒤, 이스라엘군의 셀프 조사는 자국 병사 가운데 한 명이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에게 총격을 가하다 아클레 기자를 ‘실수’로 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다른 한편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으로부터 아클레가 총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열어두는 꼼수를 부렸다. 아클레 기자가 워낙 이름이 알려진 데다 미국 시민권을 지녔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렀지만, 결과는 허망하게 끝났다. 그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팔레스타인 기자가 표적 살해된다면? 아클레처럼 관심을 받기도 어렵거니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로 곧장 ‘잊혀진 죽음’이 되고 만다. 2023년 10월 이후가 바로 딱 그러했다.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기자와 그 가족들이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됐지만, 많은 경우 그들의 죽음은 지구촌 사람들의 애도를 받지 못한 채 묻혔다.   전쟁이 터진 지 1년 째인 2024년 10월9일 가자지구의 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프레스 하우스 이스라엘식 임베딩(embedding)이 지닌 한계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진 이래 이스라엘 정부는 외신기자들이 단독으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BBC나 CNN, 뉴욕타임스와 같은 대형 언론사도 본사 소속 기자를 가자지구에 들여보내지 못했다. 다만 아주 가는 숨통이 하나 있긴 있다. 이스라엘군이 계획한 일정에 따라 ‘엄중히 통제되고 드물게 제공되는, 몇 시간 동안만 지속되는’ 군 호송차를 타고 가자지구에 그야말로 잠깐 들어갔다가 곧바로 그 호송차를 타고 빠져 나오는 이른바 ‘임베딩(embedding)’ 방식의 취재다. 미국이나 영국, 나토(NATO) 등 다른 군대들은 몇 주 또는 몇개월까지는 아니더라도 며칠 동안 이어지는 기자들의 현지 취재활동을 지원하는 ‘임베딩’ 절차를 갖추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도 아프가니스탄(2001)이나 이라크(2003)를 침공한 뒤 이런 ‘임베딩’을 운용한 바 있다. 하지만 임베딩은 취재 접근을 위한 보완적 수단일 뿐, 독립적인 접근을 대체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스라엘식 임베딩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 언론인 보호위원회(CPJ)는 최근에 낸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기자 호송 방식은 미얀마, 서파푸아, 러시아와 같은 분쟁 상황에서 나타나는 ‘독재적 접근 방식’과 닮았다고 비판했다. 임베딩에 관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https://cpj.org/wp-content/uploads/2026/05/CPJdocumentation.pdf). 이스라엘식 ‘임베딩’ 방식의 취재로는 한계가 뻔하다. 무엇보다 가자지구 주민들과의 접촉이나 인터뷰가 불가능하고, 만나더라도 미리 이스라엘군이 뽑아 놓은 제한된 사람들만 만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사나 영상이 이스라엘에 유리하도록 연출된 장면을 담기 마련이다. 이스라엘 외신기자협회가 이스라엘 대법원에다 이스라엘 당국의 독립 언론 취재 제한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에 따른 언론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소송을 냈지만, 시원스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외신기자의 가자지구 출입을 막아서면서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제한하자, 전세계 대형 언론사(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들은 대안을 찾아 나섰다. 가자지구에서 ‘대체 인력’을 구하는 일이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말할 수 있고 취재 능력이 검증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외국 언론사들은 이들로부터 기사와 사진(영상)을 송고 받는 형식으로 가자지구의 어려운 실상을 바깥세상에 알려 왔다. 207명 사망자 가운데 ‘표적 살해’ 32명 ‘전범국가 이스라엘’의 미디어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스라엘에 불리한 기사를 통제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참상이 바깥세상에 알려지고, 더구나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사례들이 알려지는 것은 더구나 바라지 않는다. 언론 보도가 없는 블랙홀 안에 가자지구를 빠뜨려 가둬 놓고 싶은 것이 이스라엘의 속마음이다. 그런 이스라엘의 심기를 거스르며 열심히 취재활동을 하는 현지 젊은이가 눈에 띈다면, 저격수나 드론으로 제거해버리면 끝이다. 지난 2년 반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실제로 상황은 그렇게 흘러갔다. 글 앞에서 살펴본 ‘치명적 패턴’ 그대로다. 2023년 10월 이후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많은 기자들이 숨졌다. 집계 단체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수백 명의 언론인이 희생되었음을 보여준다. 2023년 10월 전쟁이 터진 이래 지난 2년 반 사이에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언론인 숫자는 놀랍게도 20세기와 21세기의 어떤 주요 전쟁의 언론인 사망자보다 많다. 언론인 보호위원회(CPJ)의 ‘전세계 언론인 살해 및 사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아프간전쟁(2001-2021) 20년 동안 사망한 기자는 외신과 로컬 포함해 79명(사망자의 80%가 아프간 국적 기자), 이라크전쟁(2003-2011) 8년 동안 151명(이라크 국적의 기자가 117명으로 다수)이었다. 그런데 가자지구에서의 언론인 사망은 2023년 10월7일부터 2026년 4월25일까지 2년 반 동안의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보다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인데도 207명(중동 전체로는 259명)에 이른다. CPJ가 최근에 낸 보고서 내용을 보자. [이스라엘-가자 전쟁이 CPJ가 기록한, 역사상 언론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분쟁으로, 실제로 지난 100년 동안 발생한 주요 분쟁 중 어느 곳보다 더 많은 언론인이 사망했다. 2023년 10월7일부터 2026년 4월25일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중동 지역에서 사망한 언론인 및 미디어 종사자는 259명이다. 이 중 가자지구 안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언론인은 207명(이스라엘 구금 시설에서 사망한 언론인 2명 포함)이고 나머지는 레바논, 예멘 등 인근 분쟁지역의 사망자들이다. 이스라엘은 전례 없는 빈도와 규모로 언론인을 살해한 책임이 있다.] (https://cpj.org/wp-content/uploads/2026/05/CPJdocumentation.pdf).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언론인 통계는 집계 단체마다 조금씩 숫자가 다르다. 언론인 및 미디어 종사자의 범위를 취재기자로 한정할 것인지에서도 차이가 난다. 통역사, 현지 코디네이터, 운전기사, 행정 직원까지 포함할 경우 숫자는 더 불어나기 마련이다. 팔레스타인 인권센터(PCHR)가 발표한 ‘진실의 암살: 가자지구 학살 속 언론인 살해’ 보고서(2025년 9월8일)는 2023년 10월7일부터 2025년 5월31일까지 221명의 언론인이 살해되고 41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에서 보도하던 42명의 기자가 ‘직접적이고 의도적으로 살해’됐고, ▲2023년 10월부터 2025년 4월 말까지 언론인과 관련된 152채의 주택이 폭격을 받아 모두 665명의 가족과 친척이 사망했다. (https://pchrgaza.org/pchr-launches-report-on-assassination-of-truth-killing-of-journalists-amid-genocide-in-gaza)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 과정에서 수백 명의 언론인과 그 가족을 살해했다. 가자지구에서 열린 어느 기자의 장례식. ⒸAbed Rahim Khatib/Anadolu Agency 가자지구가 ‘기자들의 무덤’이 된 까닭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기자들의 무덤’이라 일컬어진다. 그토록 많은 언론인 희생자가 나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리하자면,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 가자지구엔 이른바 ‘안전지대’라는 것이 없다. 전선이 전방과 후방으로 나뉘어 있지 않고, 어디든 이스라엘의 포격과 공습의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윙윙거리며 사냥감을 찾아 돌아다니는 드론(drone, 무인기)의 위협도 만만치 않다. 프레스(PRESS) 표식이 뚜렷이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언론인 사망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피난 중에 묵던 임시 숙소나 자택에서 공습을 받아 가족과 함께 숨졌다. CPJ와 ‘국경없는 기자회’(RSF, 1985년 창설)는 언론인의 가족까지 죽이는 것은 자유언론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의도적 압박으로 의심하고 있다. 둘째,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부터 언론인이 자신의 몸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비인 방탄조끼와 헬멧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말미암아 가자지구는 모든 물자가 부족한 상태다. 그곳 언론인들 가운데는 PRESS 가 적힌 방호 장비 없이 현장을 다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집안의 기둥을 잃은 유족들은 만에 하나 방호 장비를 갖추고 취재에 나섰다면, 부상을 입을지라도 목숨만은 건지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셋째, 가장 큰 요인은 이스라엘의 의도적인 언론인 학살 방침이다. 결국은 ‘표적 사살(targeted killing)’이 주요인이다. CPJ는 전체 언론인 희생자 가운데 적어도 32명을 ‘자신의 업무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으로 고의적으로 표적이 된 팔레스타인 언론인 또는 미디어 종사자’로 꼽았다. 취재·보도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의도적으로 살해(표적 사살)됐다는 지적이다. 기자로 위장한 하마스 요원 죽였다” 32명이란 숫자는 CPJ가 1992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로 단일 정부의 군대에 의해 ‘표적’이 돼 죽은 언론인들 가운데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규모다. 더구나 ‘표적 살해’로 숨진 언론인 희생자의 실제 숫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CPJ에 따르면, 32명은 ‘확인된 사례’이며, 아직 진상이 드러나지 않은 살해 사례를 감안하면 실제 표적 살해의 총건수는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CPJ는 수십 건의 추가적인 ‘표적 살해 의심 사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앞서 살펴본 팔레스타인 인권센터 보고서는 ‘표적 살해’된 기자 숫자를 42명으로 꼽았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국제 인도법에 따르면, 언론인을 포함한 민간인은 ‘적대 행위’에 직접 끼어들지 않는 한 어떠한 무력 공격으로부터 보호받게 돼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충분히 신뢰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도 않은 채) 일부 언론인들을 ‘테러리스트’나 ‘기자로 위장한 하마스 전투원’으로 몰아붙이면서 ‘표적 살해’를 정당화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지금껏 18명의 기자를 ‘테러리스트이거나 테러 조직 및 활동과 연관된 인물’로 규정하고 이들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살해된 언론인을 이스라엘이 ‘테러분자’로 낙인찍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상투적인 발표를 듣는 현지 언론인들의 표정이나 국제사회의 반응은 그저 시큰둥할 뿐이다. 다음 주 글에선 ‘언론인 표적 살해’의 구체적 사례와 문제점을 살펴보려 한다.(계속)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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