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팔레스타인 남편이 테러범 아들이라는 헛소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스 팔레스타인과 유죄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 지도자와의 관계가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앞두고 드러났다. 보수 성향의 미국 매체 가 지난 2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발로 단독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올해 미스 유니버스 대회 본선은 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뉴욕포스트는 이 기사에서 이 대회에 팔레스타인 대표론 사상 최초로 참가한 미스 팔레스타인 나딘 아유브(27)가 유죄 판결을 받고 23년간 복역 중인 테러리스트 수장 마르완 바르구티(66)의 아들과 결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캐나다 시민권자이며 두바이에 거주한다는 아유브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 포스팅을 취재한 결과, 그의 남편이 마르완의 아들인 샤라프 바르구티인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미스 팔레스타인 나딘 아유브가 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본선에 참가하고 있다. 2025. 11. 21 [AFP=연합뉴스]
미스 팔레스타인 시아버지는 팔 민족지도자
미·이스라엘·한국 매체들 테러리스트 수장
마르완 바르구티에 대해 뉴욕포스트는 2001~02년 5명을 살해한 테러 공격들을 조직한 혐의로 이스라엘에서 종신형 5회를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악명 높은 파타 지도자 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살인범의 이름은 지난달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인질 교환 협상에서 그의 석방을 요구했을 때 다시 떠올랐지만, 이스라엘은 단호히 거부했다 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의 뉴욕포스트 단독 보도가 나가자, 이스라엘의 보수 매체 가 24일 뉴욕포스트를 인용해 미스 팔레스타인은 결혼했고, 파타 테러리스트인 마르완 바르구티의 아들과 사이에 아들이 있다 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자 한국의 주요 매체들도 24일부터 △ 미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바르구티 아들과 결혼 △ 미스 팔레스타인, 알고보니 테러리스트 수장의 며느리였다 △ 미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수장 아들과 결혼 △ 미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수장 바르구티 아들과 결혼 등의 제목으로 같은 내용을 다뤘다.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에서 6일, 주민들이 이스라엘 감옥에서 23년째 복역 중인 팔레스타인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의 초상화가 그려진 이스라엘 분리 장벽 옆을 지나고 있다. 2023. 11. 06 [AFP=연합뉴스]
국제원로들, 트럼프에 바르구티 석방 협조 요청
세계 유대인 의회 의장도 바르구티 석방 로비
그러나 마르완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과 중동, 그리고 서구 지성인 사이에선 분열과 대립으로 찌든 팔레스타인 많은 정파들을 설득하고 팔레스타인 인민을 통합해낼 역량을 지닌 유일한 지도자로서 팔레스타인의 넬슨 만델라 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과 다수 서방 언론들이 테러리스트 수장 으로 낙인찍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대표적 사례는 디 엘더스 (The Elders, 국제 원로그룹)가 10월 29일 바르구티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일이다. 2007년 넬슨 만델라가 창립한 이 단체는 전·현직 국제지도자, 평화운동가, 인권 옹호자 등이 회원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 현재 의장을 맡고 있고, 반기문 전 유엔총장도 그 멤버 중 하나다.
비가 내리는 남부 가자의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둘러모여 불을 쬐고 있다. 2025. 11. 25 [로이터=연합뉴스]
아랍뉴스에 따르면, 이 성명에서 디 엘더스 는 대부분 제멋대로 구금한 바르구티와 팔 수감자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고문 등 학대 행위 를 비판하고 이스라엘을 설득해 바르구티를 석방하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성명은 특히 오직 팔 인민들만이 자신의 지도부를 선택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 고 강조하고 집권 정파 파타 의 수장인 마무드 아바스 팔 자치정부(PA) 수반이 팔레스타인 통치 개혁을 위해 향후 12개월 내에 국제 감시하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환영했다. 한겨레신문(11월 26일)에 따르면, 세계적 화장품 제국 에스티 로더 의 상속자로서 트럼프와 네탸냐후 모두와 친한 세계 유대인의회 의장인 로널드 로더(81)가 바르구티의 석방 로비를 벌여 유대인 사회를 흔들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 영빈관인 댜오이타이에서 베이징 선언 에 서명한 하마스 14개 정파 대표들. 맨 중앙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2024. 07. 23 [AFP=연합뉴스]
한때 아라파트 PLO의장 후계자로 지목
2000년 2차 인티파다 주도 혐의 종신형
9월 29일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 (가자 평화안)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수용함으로써 1단계로 10월 13일부터 휴전과 인질·수감자 교환 등이 진행됐다. 그 후 이 트럼프 가자 평화안은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2803)로 채택됐고, 이를 토대로 24일 안보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2단계 돌입 방안을 논의했다.
바르구티는 1990년대 파타의 서안지구 사무총장을 맡아 당시 팔 지도자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후계자로 여겨졌지만, 2000년 시작된 제2차 인티파다(봉기)에서 이스라엘인 5명 살해를 주도한 혐의로 2002년 종신형 5회에 더해 40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23년간 복역 중이다. 이스라엘은 바르구티가 2000년대 초 알-카삼 순교여단 을 창설해 테러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바르구티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자신은 이스라엘 법원의 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변론을 거부해 이스라엘은 그대로 유죄를 선고했다.
3일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이스라엘 감옥에서 복역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지지하는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넬슨 만델라 동상 아래에서 마르완 바르구티의 현수막을 흔들고 있다. 2017. 05. 03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의 넬슨 만델라
이스라엘, 팔 통합할 인물이라 석방 거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7년을 복역한 만델라가 그랬던 것처럼, 바르구티도 현실 정치와 단절된 채 오랜 세월 감옥에 있지만, 그에 대한 팔 인민의 지지는 점점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정책여론조사연구소(PCPSR)가 10월 22~25일 가자와 서안 지구 주민을 상대로 현 아바스 PA수반과 하마스 대표, 그리고 바르구티 3자를 놓고 가상 대선 여론조사를 한 결과, 옥중에 있는 바르구티가 49%로 1위를 차지했고, 하마스 대표가 36%, 아바스가 13%에 그쳤다.
사실 바르구티는 아바스와 같은 파타 소속이며, 그동안 가자를 통치해온 하마스와는 다른 정파에 속한다. 그런데도 하마스는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휴전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바르구티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거부했다. 10.7 기습테러 공격으로 시작된 유혈 가자 전쟁에 큰 책임이 있는 하마스로선 생존을 위해 팔 인민을 통합할 바르구티의 존재가 필요했던 반면, 바로 그 이유로 이스라엘은 거부한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인질 교환 협상 땐 아바스가 석방 후보에서 바르구티를 제외해달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극우 정권은 국제사회 대부분이 찬성하는 두 국가 해법 을 통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태세여서 바르구티의 석방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팔 인민의 강력한 지지를 얻는 바르구티는 부담스러울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