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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망명일기 , 훔쳐보는 재미 기대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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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망명일기.  모름지기 일기는 훔쳐보는 재미가 아닌가. (김대중 지음,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기획, 한길사 펴냄)는 그런 재미가 없다. 일기는 한 개인이 하루 동안 자기와 주변에서 일어난 일 가운데 기록할 만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적은 기록물을 이른다. 무엇을 어떻게 기술하는가는 지문과 같아서 글월을 뜯어보면 기록자의 신분, 성정, 사상 등이 배어나온다. 일기는 당대의 기록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지만 개인 기록이기에 그것이 어떻게 굴절되어 드러나는가가 그에 못지않은 관심사가 된다. 김대중 망명일기는 특이하게도 후자가 거의 소거돼 있다. 는 1972년 8월 3일~1973년 5월 11일 자필로 기록한 223편의 일기를 활자로 옮겼다. 통칭 김대중의 ‘1차 망명기’에 해당한다. 당시 김대중은 1971년 4월 대선에서 박정희와 대결했다 패배한 전 야당 대통령 후보 신분. 같은 해 5월 치러진 제8대 총선을 앞두고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했던 바, 이를 의도된 테러로 간주한 야당 쪽은 안정적 치료를 위해 그의 외국행을 시도한다. 김대중은 이듬해 8월 1일 일본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도일한다. 일기의 시작이 8월 3일인 것은 그래서다. 8월 9일 귀국한 김대중은 두 달 뒤인 10월 11일, 19일에 귀국할 예정으로 다시 일본으로 가는데, 체일 중인 17일 소위 ‘10월 유신’이 단행되면서 귀국을 단념한다. 진짜 ‘망명일기’는 10월 17일부터이고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이 일기를 단장의 심정으로 쓴다. 그것은 오늘로 우리 조국의 민주주의가 형해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 기능의 일부를 정지시켰다. 금년 내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서 새로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청천벽력의 폭거요, 용서할 수 없는 반민주적 처사다. 지금 본국에서는 나의 사랑하는 동포들이 얼마나 놀라고 분노하고 (그리고) 상심하고 있을까.(61쪽) 망명일기라고 했거니와 일기에 망명이란 단어가 등장하기는 하루 뒤인 18일이다.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망명 생활을 각오한 터”. 이러한 그의 생각은 20일 일본인 기자들과 동료 정치인을 만나면서 굳어진다. 모두 나의 망명이 불가피할 것이라 하면서 여러 가지 염려를 해주었다. 나도 지금 망명 생활을 각오하고 있으며, 하게 되면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기록자의 정치적 감각이 도드라진 반면 감정은 무척 절제돼 있지 않은가. ‘나는 이 일기를 단장의 심정으로 쓴다’는 첫 문장이 일기를 관통하는 정신이자 기록방식이다. 휴대용 수첩 5권에 기록된 일기는 권두에 일관되게 ‘망향일기’라는 표제를 달고 있음이 그렇다. ‘애를 끊는다’는 표현 대신 ‘단장의 심정’이라고 쓰는 방식 역시 그렇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올라/ 큰 칼 짚고 큰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와 같은 이순신 스타일의 기술은 전혀 없다. 왜 그러한가,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 내가 망명일기를 거듭 읽은 것은 이 의문에 대한 답 찾기이자 재미없음의 원인 규명이었다. 내 결론은 이렇다. 기록자 신분이 정치 망명자인 점, 기록자의 의식구조가 정확히 삼각형인 점. 망명은 자기 땅으로부터 분리된다는 뜻이다. 따뜻하고 편안한 가족 및 조국과의 절연을 의미한다. 가장 익숙한 것들과 단절됨으로써 인간이 가장 약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가장 강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단절을 통해 새 사유, 새 세계, 새 지평에 도달하고 그를 통해 옛것들과 새롭게 만나게 된다.”(서문 25쪽)   미국방문 중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 만난 김대중(1971.02.05). 자신의 의도와 달리 망명자가 된 김대중은 ‘1인 대안정부’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국내에서는 언감생심, 영구집권을 꿈꾸는 박정희의 유신독재 체제, 은근슬쩍 이에 묻어가는 김일성 일인체제의 민낯을 널리 알려 외부로부터의 지원 기반을 굳히고 나라가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잡아가는 일이 그의 몫이다. 일본-미국을 오가며 대중강연을 하고 대한국 정책과 관련된 정치인을 면담하고, 언론인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일이 최선이자 전부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개 그의 처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일 테지만 한국에서 국회가 해산된 줄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국에서 큰 사안이 터질 때마다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망명일기는 이에 대한 기록이다. 자신의 활동을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거니와 이를 기록하는 일 역시 자신이 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시콜콜하지만 재미없는 첫째 이유다. 염두에 둘 것은 이러한 기록의 부작용.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그 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근거가 된다. 중앙정보부한테 넘어가면 그는 물론 그를 도와준 일당의 일망타진에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할 터이다. 긴급조치와 국가보안법이 시퍼런 때 운동권에서 일기쓰기를 금기시한 것은 그래서다. 김대중은 어쩌자고 ‘반정부 활동’ 기록을 남겼을까? 나는 일기가 1973년 5월 11일에서 끝난 점에 주목한다. 그해 8월 8일 도쿄 그랜드팔레스 호텔에서 괴청년들한테 납치되어 바다에 수장될 뻔했다가 5일 뒤인 13일 동교동 자택 근처에 버려졌던 일, 즉 ‘김대중 납치사건’ 석 달 전이다. 납치사건은 김대중의 반정부 활동을 강제 종료시키기 위해 박정희 정부에서 일으킨 공작. 반정부 활동의 요체는 7월 6일 워싱턴 디시에서 발족한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로 김대중을 초대의장으로 추대했다. 8월 한민통 일본지부를 설립하기 위해 김대중이 일본으로 돌아와 호텔에 머물 때 납치가 벌어진 이유다. 앞에서 수첩에 일기를 썼다고 했는데, 마지막 기록일 5월 11일은 수첩의 끝이란 표지일 뿐이다. 12일 이후는 새 수첩에 적혔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5월 11일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 납치되기 이전까지 기록이 계속되었다고 간주되는 바, 수첩의 두께와 5월 11~8월 7일 기간을 따져 2권 정도 더 있었을 거라는 추정이다. 당연히 사라진 2권에 ‘반정부 활동’의 근거가 소상히 적혔을 터이다. 현재 남은 5권의 기록은 반정부 활동의 전사라고나 할까? 폐기하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지 싶다.   04 납치생환직후기자회견2-1973. 또 하나 재미없음의 이유 삼각구도. 일기는 그날그날의 사건 및 사안의 기록 외에 신을 향한 기도문이 포함돼 있다. 주여. 우리 조국과 나의 경애하는 동포들을 재난에서 구하소서! 주여. 저의 본국의 가족과 친지들을 돌봐주시고 저로 하여금 조국을 위하여 뜻대로 일할 수 있도록 앞날을 개척해주실 것을 믿나이다. (71쪽, 72년 10월 21일) 주여! 우리 국민에 대한 너무도 길고 가혹한 시련을 거두고 그들에게도 자유와 행복을 주시옵소서. 주여, 한국의 동포들이 자기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더욱 용감히 일어설 수 있는 그리고 성공할 수 있는 힘과 기회를 주시옵소서.(102쪽, 72년 11월 3일) 간구의 기도는 매일은 아니지만 사안의 기록과 함께 일기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상수다. 다짐과 경구로 형태가 변주되기도 한다. 망명자 김대중이 감상에 젖을 여유가 없음은 돌아가야 할 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나라에는 군사정권과 학정을 감내해야 하는 백성이 있었다. 거칠게 말해 김대중과 박정희가 맞서 있는 모양새다. 이런 양자구도는 튼튼하지만 의식이 그러할 뿐, 박정희는 바다 건너에 있고 김대중의 신분은 부유하는 망명객. 별처럼 갈 길을 인도하는 신에 의지함은 불가피하지 않았을까. 삼각형 요지부동은 이런 사정에 기인한다.  초대로 세인트루이스 명물 게이트웨이 아치에 올라가 보지만 ‘미관적으로나 주위 경치나 신통한 것이 못 된다.’(171쪽, 72년 12월 10일) 마이애미 폰테인블루호텔에서 앤 마그렛의 쇼를 보아도 ‘별로 신통치 않다.’(193쪽, 72년 12월 23일) 망명자에게 시시껍절한 게 눈에 들어오겠는가. 자신의 강연, 인터뷰 뒤에 청중과 인터뷰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매우 민감한 점이 눈에 띈다. 요지부동한 가운데 삐져나온 뿌리뽑힌 자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고로 김대중 망명일기가 재미없다는 말은 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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