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장사 공시, 분기서 반기로…정보 공백 우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의 실적 공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SEC는 5일(현지시각) 상장사가 현행 분기보고서 대신 반기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 및 양식 개정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10-Q 대신 10-S…분기보고 체계 손질
현재 미국 상장사는 연방 증권법에 따라 분기마다 10-Q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0-Q에는 감사받지 않은 재무제표, 경영진의 재무상태 분석, 사업상 위험 요인 등이 담긴다. 이 제도는 1970년 도입된 이후 미국 상장사 공시 체계의 기본 틀로 유지돼 왔다.
SEC가 제안한 개정안이 채택되면 상장사는 분기보고서인 10-Q 대신 새 반기보고서인 10-S를 선택할 수 있다. 현재는 회계연도마다 분기보고서 3건과 연차보고서 1건을 제출해야 하지만, 반기보고를 선택한 기업은 반기보고서 1건과 연차보고서 1건만 내면 된다.
10-S 제출 기한은 기업의 보고회사 유형에 따라 회계연도 첫 반기 종료 후 40일 또는 45일로 정해진다. SEC는 정기보고서와 증권신고서, 위임장 등에 적용되는 재무제표 요건을 담은 레귤레이션 S-X도 함께 개정해 반기보고 선택제를 반영하고 기존 재무제표 요건을 단순화할 계획이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상장사는 연방 증권법에 따라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SEC 규정의 경직성이 기업과 투자자가 사업 필요와 투자자 요구에 맞는 중간보고 주기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막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개정안이 최종 채택되면 기업의 규제 유연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제공=SEC
이번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규제 완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트루스소셜에서 기업들이 더 이상 분기보고를 강제받아서는 안 되며, 6개월 단위 보고가 비용을 줄이고 경영진이 회사 운영에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기 행정부 때도 분기보고 부담 완화를 주장했고, SEC는 2018년 관련 의견수렴을 진행했지만 당시에는 규정 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업 부담은 줄지만, 투자자 정보 공백은 커져
반기보고 선택제의 논리는 기업이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 전략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공시 전문 매체 코퍼레이트 디스클로저스에 따르면, 마크 우예다 SEC 위원은 의무적인 분기보고가 단기 전망에 대한 과도한 강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분기 실적에 대한 지나친 집중이 경영진의 장기 전략 실행을 방해하고, 투자자에게 그만한 효용을 주지 못하는 준수 부담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15년 사이 의무 분기보고 제도를 폐지했다. 코퍼레이트 디스클로저스는 영국과 EU가 분기보고의 기업 부담, 단기주의 유발 가능성, 연차·반기 공시가 제공되는 상황에서의 투자자 보호 필요성 등을 이유로 의무 분기보고를 없앴다고 전했다. 다만 유럽의 대형 상장사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분기 실적을 발표하거나 현지 거래소 요건에 맞춰 분기 단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 증권당국도 지난달 소규모 상장사를 대상으로 반기보고를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공시 횟수가 줄어들 경우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적시성과 투명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블랙록은 SEC가 2018년 진행한 의견수렴에서 반기보고가 기업의 단기 실적 집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투자자가 적시에 이용할 수 있는 정보와 투명성이 줄어드는 손실이 잠재적 이익보다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투자회사협회, CFA 연구소,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도 SEC의 2018년 의견수렴 과정에서 10-Q 공시가 제공하는 투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된다.
SEC의 개정안은 관보에 게재된 뒤 60일간 공개 의견수렴을 거친다. 개정안이 최종 채택되더라도 반기보고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다. SEC는 기업이 투자자 기대와 자본비용, 사업 특성 등을 고려해 중간보고 주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