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독점당국, 구글에 AI 콘텐츠 차단권 설치 명령 [뉴스] 영국 반독점 규제당국이 구글의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에 대해 세계 최초로 전격적인 제동을 걸고 나섰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구글에 AI로 생성되는 검색 요약의 작동 방식을 변경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경쟁시장청은 이번 조치를 세계 최초 라고 자평하며, 언론사 등 콘텐츠 발행자(퍼블리셔)에게 자신의 저작물이 구글 AI 기능을 구동하는데 무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를 통해 뉴스 기관들이 향후 구글과 콘텐츠 사용료 계약을 협상할 때 한층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반독점 규제당국이 구글의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에 대해 세계 최초로 전격적인 제동을 걸고 나섰다./ 챗GPT 생성이미지
보복 금지 명시… 9개월 내 시스템 개편 완료해야
이번 명령에 따라 구글이 9개월 내 이행해야 할 사항은 네 가지다.
우선, AI 기능 옵트아웃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퍼블리셔는 자신의 콘텐츠가 구글 검색의 AI 기능(AI Overviews, AI Mode 등) 작동에 사용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옵트아웃을 선택해도 일반 검색 결과에서 사이트 순위에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둘째, AI 모델 학습용 사용 통제권 기능이다. 퍼블리셔는 자기 콘텐츠가 구글 AI 모델의 파인튜닝 에 사용되는 것도 별도로 차단할 수 있다. 단순 AI 검색 기능 사용과 모델 학습 두 차원에서 모두 통제권을 갖는다.
셋째, 보복 금지다. 구글은 이러한 통제 기능을 사용하는 퍼블리셔에 대해 검색 노출 순위를 떨어뜨리는 등 불이익을 주거나 보복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넷째, 출처 명확 표시다. 구글은 자사의 생성형 AI가 검색 콘텐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명확히 공개해야 하며, 콘텐츠 출처를 이용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콘텐츠 제공자에게는 생성형 AI 기능 내에서 사용자들의 콘텐츠 참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통계 지표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구글의 검색 생태계 총괄 책임자인 므리날리니 로우(Mrinalini Loew)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AI 기반 검색 기능에서 링크와 콘텐츠가 표시되는 방식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6월 3일부터 영국 일부 미디어 사이트를 대상으로 즉시 테스트하기 시작할 것이며, 향후 이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강제력의 근거 — 전략적 시장 지위(SMS) 지정
이 명령이 가능한 이유는 영국이 작년부터 시행한 디지털시장경쟁법(Digital Markets Competition Regime)이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지난해 1월 조사 착수 후 같은해 10월 구글의 일반 검색 서비스를 전략적 시장 지위(SMS) 사업자로 지정했다. 이는 반경쟁 행위가 있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장 내 충분히 강력한 위치를 가진 기업에 대해 반독점당국이 특정 행위 요건(conduct requirements)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의미한다.
구글은 영국 검색 쿼리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영국 기업들은 지난해 구글 검색 광고에 광고주당 평균 3만3000파운드(약 58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경쟁시장청의 이번 명령은 영국 디지털시장경쟁법 시행 이후 SMS 지정을 통한 첫 본격 행위 명령이다.
경쟁시장청 최고경영자 사라 카델(Sarah Cardell)은 AI 개요(AI Overviews)와 같은 기능이 온라인 검색을 빠르게 재편하는 가운데, 뉴스 기관을 포함한 콘텐츠 발행자가 자기 콘텐츠 사용 방식에 대한 적절한 협상력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 밝혔다.
제로 클릭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이번 명령으로 언론사와 AI기업들의 향후 소송전 또한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23년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법원은 2025년 오픈AI의 소 각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미디어 기업들은 책임 있는 AI를 지지한다(Support Responsible AI)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번 명령의 배경에는 글로벌 미디어 산업이 체감하는 제로 클릭 위기가 있다. 유명잡지 보그·뉴요커·와이어드를 보유한 기업 콘데 나스트(Condé Nast)의 CEO 로저 린치(Roger Lynch)는 올해 초 TBPN 인터뷰에서 매년 검색 트래픽이 내부 예측보다 더 크게 감소했고, 그래서 작년에는 (각 브랜드에) 검색은 없다고 가정하라 고 지시했다 고 밝혔다.
뉴스 사이트들도 같은 충격을 겪고 있다. 사용자들이 AI 개요만 보고 원본 사이트를 클릭하지 않으면서 클릭률이 급격히 감소했고, 광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진 상태다. 다만 구글은 자체 데이터를 인용해 AI 개요가 오히려 클릭률을 높이고 다양한 사이트로 트래픽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구글 색인 페이지 수가 2년 사이 45% 증가했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해오고 있다.
한편, 영국 경쟁시장청은 향후 몇 주 안에 구글의 검색 사업과 관련한 추가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구글이 AI 검색 기능을 확대할수록, 퍼블리셔 통제권과 출처 표시, 검색 순위 공정성, 데이터 사용 방식이 추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