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 이어 동중국해도 자국 ‘관할권’ 주장 [국제] 지난 6월 8일 중국 국기를 게양하고 항해중인 중국 해사국 함선. 신화통신 홈페이지 촬영. 아사히신문 7월 12일
남중국해 거의 전역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역사적 권리’를 부정한 헤이그 중재재판소의 판결 10주년을 맞은 12일, 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력해진 군사력과 해상경찰력을 배경으로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추진해 온 중국이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대만 주변해역을 포함한 동중국해에 대해서도 자국 관할권”을 주장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중재재판소 판결 10년 영향평가 심포지움
아사히에 따르면, 중국은 중재재판소 판결 10주년 나흘 전인 지난 8일 남중국해에 면한 하이난섬에서 중국난하이(南海)연구원 주최로 중재재판소 판결 영향평가 심포지움을 열었다. 중국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베트남과의 해양경계획정 협상에 참가했던 이 연구원의 우시춘 학술위원회 주석은 심포지움에서 중재재판소 판결을 정치적인 연극”이라고 단정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의 의제를 일본에 의한 최근의 도발(문제)에까지 확대해야 한다. 즉 ‘하나의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이른바 대만 동쪽해역에서의 중국의 권익을 무시한 (일본의) 행위에 대한 것이다.”
7월 8일 중국 하이난섬 난하이연구원 주최로 열린 심포지움에 등장한 이 연구원 학술위원회 우시춘 주석. 아사히신문 7월 12일
남중국해를 주요 의제로 한 심포지움 논의가, 우시춘 주석의 이 발언 뒤 다른 참가자들도 일본에서 신군국주의가 대두하고 있다는 등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의 ‘대만 유사’ 관련 국회 답변 뒤 중국정부가 강력하게 비판해 온 내용들을 잇따라 거론하면서 대만 주변해역을 포함한 동중국해 관할권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필리핀 손 들어 준 2016년 헤이그 중재재판소
헤이그 중재재판소는 2016년 7월 12일 중국이 남중국해의 90% 이상을 자국 영해라 주장하면서 인근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의 암초들까지 점령해 군사시설을 건설해 온 중국의 ‘9단선’ 주장에 대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면서 필리핀 쪽 주장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3년 전인 2013년에 필리핀은 중국의 주장이 국제법에 위반된다며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했고, 이 제소에 따라 설치된 중재재판소가 2016년 7월 12일 그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중국은 판결을 휴짓조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뒤에도 남중국해를 자국 영해로 만들기 위한 군사적, 법적 정비작업을 벌이며 기정사실화하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중국 대일 비판, 일-필 해양경계 협상 합의 뒤 강화
중국의 일본 비판은 지난 5월 28일 일본-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대만 동쪽 해역(일본 오키나와 현 요나구니 섬과 필리핀 바탄 제도 사이)에서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이 겹치는 부분에 대한 해양경계 획정 공식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뒤 더욱 거세졌다. 두 나라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협상 개시 이유로 국제법을 존중하는 해양협력을 통해 평화, 안정 및 상호신뢰를 한층 더 촉진할 필요성”을 들었다. ‘국제법 존중’을 강조한 것은 헤이그 중재재판소 판결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며 대만 동쪽해역을 자국 영해라 주장해 온 중국은 일본-필리핀 협상은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 직후에 중국 해경국 함정이 해상 순찰을 시작하면서 대항조치를 본격화했다. 6월 하순 이후 중국 해경선이 동중국해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일본 해상보안청의 측량선에 퇴거를 요구하고, 대만 동쪽 해역에서 해상 순찰을 일상화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모두를 중국의 ‘관할해역’이라 주장하는 움직임을 강화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난샤군도 인공암초 위에 건설 중인 항공기 격납고 모습을 찍은 위성사진. 2016년 7월 CSIS 제공. 아사히신문 7월 12일
분명게 정의되지 않은 중국의 ‘관할해역’ 개념
아사히에 따르면, 이 ‘관할해역’은 2021년에 시행된 중국해경법이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는 중국 독자적인 해양구분 개념으로, 남중국해에서도 계속 주장해 왔다. 이는 해당 역내에서 중국이 위협을 가한 외국 군함이나 선박에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돼 있어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에 분명한 정의가 제시되지 않은 것이어서 논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따라서 이는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비치지만, 우시춘 주석은 중재재판소 판결이 그때까지의 협의를 통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힘의 행사 외에 필리핀이 촉발시킨 법정투쟁이나 여론전에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각국의 움직임. 빨간 점선이 남중국해의 9단선 . 대만 오른쪽에 선(검은 선)을 하나 더 그어 10단선 이 됐다. 중국은 이 점선 안의 모든 해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아사히신문 7월 12일
중국, 대만 동쪽해역 포함한 ‘10단선’ 지도 공개
중국의 자연자원부는 2023년에 남중국해에 그었던 ‘9단선’에 대만 동쪽 해역에 그은 선까지 합한 ‘10단선’을 표시한 지도를 공개했다. 중국은 이 10단선이 원래부터 있었던 선이라고 주장하는데, 일본 고베대학 사카모토 시게키 명예교수(국제법)는 이것을 대만은 중국에 귀속해 있다고 명확하게 정치적 의도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동중국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카모토 교수는 중국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저하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며 (비슷한) 행동을 거듭함으로써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는 ‘살라미 슬라이스 전략’(salami-slice strategy,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를 얇게 썰어 먹듯, 불리한 상황을 잘게 쪼개어 야금야금 목표를 관철해 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중국의 전략에 대해 일본정부 관계자는 해양에서의 권익확대는 지금 시작된 것은 아니다”며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중국 쪽 움직임에 대해 일본-필리핀의 움직임을 거꾸로 이용해 중국이 강경하게 이 해역의 현상변경을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힘에 의해 좌우돼 온 ‘현상변경’ 그리고 국제법
‘현상변경’이란 중국의 대만 강제병합을 가리키는 말로, 센카쿠열도(댜오위타이)가 포함된 오키나와 제도에 대한 중국의 일본 영유권 부정과도 연결돼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19세기 중반 이후에 일본에 병합, 귀속된 곳으로, 중국은 역사적으로 원래 자국령이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과 오키나와가 누구의 땅인지는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결졍해야 할 일로, 주변 대국들의 이들 지역에 대한 영토 주장은 시대에 따라 그들 간의 힘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그곳 거주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쪽으로 또는 저쪽으로 ‘현상변경’이 이뤄져 왔다.
지금은 일본이 기득권자로서 현상변경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비판, 거부하고 있지만, 일본 역시 19세기 제국주의 시절에는 그들 지역과 조선, 만주까지 침략해 자국령으로 삼은 ‘현상변경’의 주체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2일 인도에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와의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염두에 두고 ‘힘이나 위압에 의한 현상변경’에 강한 반대”를 표명하면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정세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해양에서의 분쟁은 유엔 해양법조약 등의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달 하순에 열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교장관회의에서도 해양안전보장이 의제에 오를 것이며, 이는 (중국의 강압적인 영해 주장에 대한 주변) 각국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일본정부 관계자)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자율적이고 건전한 협력관계를 호소하는 일본에 대해, 중국이 제멋대로 하면 할수록 장기적으로는 일본에 대한 공감이 퍼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국제법이란 것 자체도 그렇지만, 국제관계도 결국 어느쪽이 더 힘이 센가에 따라 좌우되는 철저한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것이어서 얘측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월 12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부근을 중국 해경국 함선(중앙 왼쪽 흰선)이 순찰하고 있는 모습. 아사히신문 7월 12일
밀어붙이는 중국 vs 저항하는 필리핀과 베트남
한편 헤이그 중재재판소에서 중국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받아낸 필리핀의 마리아 테레사 라자로 외교장관은 지난 10일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관련 포럼에서 (중재재판소) 판결은 룰(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움직일 수 없는 닻”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럼에 참석한 일본 시마다 도모아키 외무대신 정무관은 필리핀 정부가 중재 판결에 따르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위압적인 자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24년에 난샤군도(스프래틀리 군도)의 아융인(세컨드 토머스) 모래섬 근처에서 중국 해경국 함선이 필리핀군 함선에 충돌해 필리핀 병사들 여러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있었고, 2026년 3월에는 역시 스프래틀리 북쪽의 사비나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군의 프리깃함이 중국 해군 군함의 화기관제 레이더 조사를 당하는 등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장장관은 지난 7일 법적 전략에 기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방위력을 강화하는 한편 마찬가지로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베트남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트남도 남중국해에서 법의 지배가 관철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국과는 경제관계를 강화하면서 실리적인 균형외교를 펼치려 하고 있으나, 2024년에 베트남 어선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법집행 기관의 습격을 받는 등 안보면에서는 양국간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베트남은 최근 난샤군도에서 암초들을 매립해 탄약고와 항만을 건설하는 등 은밀하게 유사시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이 강행해 온 매립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필리핀이 매립한 인공섬의 총면적은 약 11.2km²에 달한다.
중국 견제 위해 동아시아국과 제휴 강화하는 미국
미국은 이처럼 중국의 압력에 대항하는 필리핀 등 동남아 당사국들과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미 태평양군 발표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은 6월 말, 올해 들어 8번째의 해상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제7함대에 따르면, 지난 4월에는 7함대 기함인 양륙지휘함 블루리지가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구축함) 아사히와 함께 남중국해를 항행했으며, 호주와 캐나다, 한국 등이 참가하는 훈련이나 연습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침공 뒤 중동 전력을 강화하면서 인도태평양에서의 미군 관여가 약화돼 ‘힘의 공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의 CSIS가 워싱턴에서 개최한 남중국해 심포지움에서는, 2016년 7월의 헤이그 중재재판소 판결 이후 10년간 국제해양법의 힘은 10년 전보다 진전됐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단상의 패널리스트들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잇지 못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법무고문 보좌관 로버트 해리스는 국제법 중에서도 해양법은 포괄적인 지침이 정해져 있다”며 안정성을 강조했으나, 다른 패널리스트는 지킨다는 점만 본다면 결코 강력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16년 중재재판소 판결 근거인 유엔 해양법조약(UNCLOS)과 대체로 합치하는 입장이라면서도 가입은 하지 않았다. 중재재판소 판결을 휴짓조각이라며 거부한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행동을 저지하겠다는 자세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UNCLOS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가입하면 미국 자신이 이제까지 누려 온 특권적 지위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7월 6일, 남태평양에서 중국 핵잠수함에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SLBM)이 시험 발사되어 해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 2026.7.6. 신화통신 연합뉴스
해양대국 노리는 중국 핵잠 남중국해서 SLBM 발사
중국 국영 중앙TV는 7월 6일 바다 물 속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자국군 원자력잠수함의 탄도미사일(SLBM) 발사장면을 보도했다. 남중국해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 그 원자력잠수함의 SLBM 발사는 주변국과 미국이 대중국 억지력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남중국해를 거점화하고 제1도련선을 돌파해 태평양 대해로 나가려는 중국의 해양대국화 시도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