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ETS 상호 연계 추진 합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자국 탄소배출권(ETS) 제도를 연계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양측 간 ETS 연계 논의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으며, 이번 합의는 1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EU-영국 정상회담에서 최종 채택됐다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기후·환경 정책이 사실상 공동 대응체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ETS 연계는 전력, 산업, 해운, 항공 등 고배출 부문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되며, 석유·가스·탄소포집(CCS) 등 고탄소 산업군에 대해서는 별도 적용 기준이 마련될 예정이다. 영국은 2028년부터 폐기물 소각시설도 ETS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사진=chatgpt이미지생성
EU는 2005년부터,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인 2021년부터 ETS를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다. 양측 ETS는 온실가스 배출 상한(cap)을 설정하고, 기업 간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에는 강력한 벌금이 부과된다.
영국 ETS의 기본 설계는 EU ETS와 유사하지만, 탄소 가격 및 적용 범위, 감축 강도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합의에 “영국 ETS가 EU ETS 수준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구체적인 연계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양측 제도 간 조율과 기술적 통합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합의 발표 직후, 영국 ETS 탄소선물은 톤(t)당 51.22파운드(약 7만2800원)로 6% 상승했으며, 최고치는 8.4% 상승한 52.40파운드(약 8만4400원)를 기록했다. EU ET는 70유로(약 11만2700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현재 영국 ETS 가격은 EU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상호 연계가 본격화되면 가격 격차는 좁혀지고 이로 인해 영국 기업들의 탄소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英, EU ETS 연계로 CBAM 부담 완화ㆍ비용 절감 등 이점 多
이번 합의는 EU가 2026년부터 시행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앞두고, 영국이 자국 수출품에 부과될 탄소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EU CBAM은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 등 고탄소 제품에 대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수입 시 EU ETS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다만 수입국이 EU ETS 수준의 제도를 갖추고 있을 경우, 해당 수입품은 CBAM 적용 대상에서 면제된다.
로이터는 ETS 상호 연계를 통한 CBAM 면제가 이뤄지면, 양측 교역에서 탄소비용에 따른 무역 장벽이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특히 철강·시멘트 등 고탄소 수출 품목의 비용 절감 뿐 아니라 가격 안정성과 거래 유동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비즈니스통상부는 자국 수출업체들이 CBAM 도입 첫해에만 약 10억 달러(약 1조42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프론티어이코노믹스(Frontier Economics) 역시 양측 ETS 연계로 인해 2026~2030년간 약 7억7000만파운드(약 1조94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영국산 철강 수출품에 대해 EU가 관세 및 탄소규제를 면제하기로 한 별도 합의도 체결돼, 첫 해에만 약 2500만파운드(약 402억원)의 추가 절감 효과가 있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브렉시트 이후 별도로 운영됐던 양측의 탄소시장과 기후 정책이 다시 연결되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탄소배출권 거래제 연계를 통한 기후협력 강화는 영국의 에너지 안보를 높이고 EU CBAM에 대한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이날 발표에서 “EU와 영국은 넷제로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며 “배출권거래제도 연동은 탈탄소화의 큰 진전이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ㆍ환경단체 환영… 재정 부담 우려 제기
이번 합의에 대해 산업계와 환경단체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에너지UK(Energy UK), 알더스게이트 그룹(Aldersgate Group), NGO, 로펌 등은 정상회의 이전부터 ETS 및 CBAM 연계를 촉구해 왔으며, 이번 합의가 시장 예측의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넷제로 연합체 알더스게이트 그룹의 레이첼 솔로몬 윌리엄스(Rachel Solomon Williams) 전무는 “이번 협력은 기업 비용 절감, 무역 마찰 완화, 감축 목표 달성 등 다방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제배출권협회(IETA) EU정책국장 줄리아 미칼락(Julia Michalak)은 “통합된 탄소시장은 특히 무역 장벽을 줄이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지방정부협의회(LGA)는 ETS 확대가 자치단체에 최대 65억 파운드(약 12조1124억원)의 재정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2028년 폐기물 소각시설이 ETS에 포함될 경우, 해당 연도에만 약 7억4700만 파운드(약 1조3920억원)의 비용 증가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