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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쳐야 산다…분단비용을 성장동력으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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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쳐야 산다.” 적대적 두 국가 체제가 굳어져가고 있는 지금의 한반도 상황에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외침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명제다. 철없는 천진난만한 감성적 구호가 결코 아니다. 우리가 마주한 지정학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최상의 생존 전략이다. 남북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청사진이다. 분단은 단순한 영토의 단절이 아니다.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주권의 확장범위를 스스로 제약하고 막대한 외교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소모적인 굴레’다. 대한민국은 이미 경제, 문화, 제도적 측면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한반도가 분단된 상태로 남아 있는 한, 한국은 완성되지 않은 주권국가로 머물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이라는 주권 제약의 기제가 한국에게 조건부 자율성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우리가 천연덕스럽게 안주하기 때문이다. 외교 현장에서 마주한 분단의 민낯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뼈아픈 모습으로 다가온다. 세 가지 현장의 기억들을 복기한다. 장면 #1: 제3세계 외교 현장의 ‘제로섬 게임’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다. 한국 외무부는 주앙골라 대사에게 우리의 생각과 입장을 설명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적 규탄과 제재에 동참해달라는 요지였다. 이튿날 외교차관과의 면담을 위해 계단을 오르던 대사는 회의장을 내려오던 북한 대사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앙골라 정부의 영악한 배치였다. 양쪽의 간절함을 이용해 자신들의 실익을 챙기려는 심산이었다. 북한대사의 눈빛에서 한국대사는 이름 모를 참담함을 느낀다. 그의 속은 뒤집어졌다. 그가 느껴야 했던 자괴감은 비단 상대국의 영악함 때문이 아니었다. 민족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 채 제3국에 이용당하며 서로를 비방해야 하는 ‘내부 경쟁’의 본질. 그것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는 북한대사도 그런 생각을 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아프리카 땅에서조차 서로를 깎아내리며 남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변수가 개입하는 순간 우리는 후진국 앞에서조차 북한과의 대결을 위해 자존심을 굽혀야 하는 ‘외교적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비단 국가적 자존감의 훼손일 뿐 아니라 국격이 깎여 나가는 서글픈 풍경이다. 우리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헐뜯는 동안 국제사회는 우리를 존중하기보다 이용할 가치가 있는 ‘반쪽 호구’로만 보는 것이다. 장면 #2: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정보의 늪 1999년 10월이었다. 가나안 농군학교의 교장 일행이 팔레스타인에 농업학교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아라파트 의장을 예방했다. 교장은 농업장관을 한국으로 초청했고 아라파트는 북한에 주재하는 대사도 같이 가라고 지시했다. 한국대사는 그를 텔아비브에서 만난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의 끄나풀이자 국정원의 북한 정보 소스이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은 국정원과의 협력을 통해 모종의 대가를 챙긴다. 북한 정보를 얻기 위해 우리는 제3국의 인물에게 비용과 공을 들인다. 팔레스타인만이 아니다. 그 네트워크는 결국 분단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지출되지 않았을 불필요한 ‘매몰 비용’이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핵심 정보역량은 국익 증진보다 ‘상대방 감시’와 ‘교란 방어’에 우선 배정된다. 이는 세계무대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할 소중한 자산이 민족 내부의 갈등을 관리하는 데 소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장면 #3: 역사적 정통성에 대한 공격과 멸시의 시선 한국 외교관들이 국제무대에서 겪는 멸시의 시선은 더욱 직접적이다. 다양한 이유와 배경에서 탄생한 파장이다. 그 중의 하나가 남북한 문제다. 한국을 미국의 속국으로 보는 시각과도 연결되어 있다. 단독정부 수립 과정에서의 친일청산 실패와 군부독재의 비민주성은 북한의 ‘주체’ 논리에 밀려 외교적 정당성을 위협받곤 했다. 외국인들이 던지는 냉소는 단순히 북한 편을 들어서가 아니다.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며 외세의 힘에 의존해 반쪽짜리 정통성을 주장하는 모습 자체가 국제사회에 비친 한국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위상은 완전히 다르다. 많은 면에서 세계의 선망을 받고 있다. 한국의 노래와 춤과 화장품이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식자들의 인식 속에서 대한민국은 아직도 온전한 독립국이 아니다. 분단이라는 변수도 여전히 우리 외교의 발목을 잡는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우리 경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고 외교적 자율성은 강대국 사이에서 제약을 받는다. 결국 자주성과 분단은 우리가 아무리 선진화를 이뤄도 지워지지 않는 ‘구조적 데드포인트’다. 실익의 시대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외교적 비용 세 장면은 모두 분단된 한국의 외교적, 역사적 약점이 국제사회에서 굴욕, 악용, 비아냥거림의 형태로 되돌아오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금 지구상에 한국이 수교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쿠바도 시리아도 한국과 수교하며 명분 이전에 실익의 시대가 왔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는 한 우리는 항상 ‘이중으로 이용당하고’, ‘불필요한 첩보전을 벌여야 하며’, ‘냉소의 시선을 받는’ 근본적인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교적 비용이라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 국가 기관의 효율성, 그리고 감수해야 하는 굴욕감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카스토르(Castor)와 폴룩스(Pollux) 형제 이야기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신의 아들인 폴룩스는 죽어가는 인간 형제 카스토르를 위해 자신의 불멸을 나눈다. 죽음과 삶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영원한 ‘쌍둥이자리’(Gemini)가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하루는 지하에서 하루는 지상에서 영원히 운명을 함께한다. 남아공의 만델라와 데클레르크의 관계를 상기하는 것도 좋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억압받는 다수의 지도자와 체제를 유지해 온 소수의 대통령이었다. 극단적 적대에서 출발해 상호 양보와 제도적 타협을 통해 공존 질서를 만든 인물들이다. 1990년 데클레르크는 만델라를 석방하고 인종차별 법제 철폐에 착수한다. 만델라는 무장투쟁의 무제한 확대를 거부하고 백인 사회에 대한 보복 정치를 분명히 배제한다. 두 사람은 이길 수는 있어도, 함께 망할 수 있다”는 현실 인식을 공유한다. 둘은 친구가 되지는 않았지만 적대하지도 않았다. 한미동맹의 맹종적 본질까지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그리스 신화의 형제들처럼, 그리고 남아공의 두 지도자들처럼 우리 역시 북한을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번영의 지도를 그려야 할 파트너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이지만, 생각을 현실화하려면 한미 군사훈련과 한미동맹의 맹종적 본질까지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만 한다.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며 안보를 외세에 의존하는 모습은 ‘주권 국가’라는 주장을 무력화시킨다. 북한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것은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외교의 ‘본질적 약점’인 ‘정통성의 결함’을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00.6.13. 연합뉴스 합쳐야 산다.” 현실을 도외시한 민족주의적 외침이 아니다. 분단비용을 성장의 동력으로 변환하자는 가장 현실적인 외교 전략이다. 남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아프리카의 양다리 외교도, 소모적인 정보전도, 국제사회의 냉소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에게 북한이 없는 번영이 의미가 없다거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과 함께 하는 번영은 훨씬 더 큰 의미를 확보한다. 세계 7대 강대국(G7)으로 도약하는 발판이다. 우리가 마음을 먹기에 달려 있다. 방법도 있다. 북한을 존중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먼저 평화적 두 국가 체제로 들어서야 한다. 그리고 서로 나누어야 한다. 폴룩스가 자신의 불멸을 나누어 형제를 살렸듯, 만델라가 상대를 인정해 백성을 구했듯,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힘이 아니라 자신의 기득권을 나누어 함께 생존하려는 결단이다. 우리는 또 언젠가는 통일국가로서 세계무대 위에 우뚝 서야 한다. 분단의 굴레를 끊지 않는다면 우리의 외교는 항상 반쪽짜리 약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과제다. 그것이 우리가 후세에 물려줄 가장 값진 외교적 자산이자 민족중흥의 유일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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