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시장 주시하는 정부 [뉴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529원대로 주간거래를 마친 뒤 야간거래 장중 1,540원을 넘겼다. 환율 급등은 중동 상황 불확실성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 등의 영향으로 풀이되는데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수준 근처까지 치솟았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적지 않은 외환이 사용됐고 지난 달 외환보유고는 9억 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한편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외환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과도한 쏠림이 발생할 경우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폭등하는 환율, 금융위기 수준 턱 아래까지 올라와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13.6원 오른 1,530.0원으로 주간거래를 시작해 한때 1,520원대로 밀렸다가 마감 전에 상승폭을 키웠다.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는 더 가파르게 올라 오후 5시6분께 장중 최고 1,540.3원을 찍으며 지난 3월 31일(1,530.1원)에 기록한 전고점을 훌쩍 넘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장중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추이, 자료 : 연합인포맥스, 서울외환시장
중동정세 불확실성 증폭, 외국인 주식대량 매도 등이 환율 폭등을 야기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5일(1,500.8원) 1,500원을 넘어선 뒤,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렀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말∼1998년 3월 초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한 뒤 최장기간이다.
중동 전쟁 발발 직후였던 올해 3월 26일∼4월 7일(9거래일)은 물론,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 24일∼3월 10일(11거래일) 기록도 이미 넘어섰다.
전날 6·3 지방선거로 국내 외환시장이 휴장한 사이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을 이어가며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에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간밤 역외시장에서 환율이 급등하기도 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 후반으로 뛰며 100달러에 다가서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역시 환율 상승을 자극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장보다 1.84% 내린 8,369.41로 마감했고, 외국인 투자자는 6조 952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고 있다.
다만, 개장 직후 당국의 구두 개입과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 출회가 환율 추가 상승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개장 전 전해진 이스라엘과 레바논 휴전 합의 소식도 환율 추가 상승을 막았다는 분석이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외환보유액 4270억달러…환율 방어에 8.8억달러 줄어들어
한편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69억 9000만달러(약 649조원)로, 4월 말보다 8억 8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42억 2000만달러 증가했다가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시장 안정화 조치에 주로 기인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자산별로는 유가증권(3806억 8000만달러)이 33억 9000만달러, 특별인출권(SDR·157억 8000만달러)이 3000만달러 각각 줄었다.
반면, 예치금(213억 5000만달러)는 25억 9000만달러 늘었다. 금은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47억 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외환보유액 추이, 자료 : 한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4월 말 기준 4279억달러로, 전월과 같은 세계 12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 4105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 3830억달러), 스위스(1조 823억달러), 러시아(7587억달러), 인도(6907억달러), 대만(6025억달러), 독일(5992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948억달러), 이탈리아(4561억달러), 프랑스(4494억달러), 홍콩(4421억달러) 순으로 2∼11위를 기록했다.
달러,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윤철 외환시장 예의주시…과도한 쏠림엔 즉시 조치”
외환시장이 불확실성에 휩싸이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4일 밝혔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회의에는 구 부총리 외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4개 기관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과 외국인 주식 매도 지속 등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최근 외환시장 상황을 평가했다.
아울러 국내 주가가 급등하자 외국인 투자자가 일시적 비중 조정(리밸런싱) 및 차익 실현을 하면서 수급 요인이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고 풀이했다.
참석자들은 지난달 수출액이 작년 5월보다 53.2% 증가하는 등 양호한 경기 흐름을 바탕으로 한국 주식시장 시가 총액 규모가 인도를 제치고 세계 6위에 오르는 등 전반적인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주식 신용거래융자 등 차입 거래 증가하고 있으니 관련 동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투자자 보호에도 힘쓰기로 했다.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 우려, 국내 금리 인상 기대 등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하고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시장참가자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관계 기관 공조로 대응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6.4 [재정경제부 제공]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