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초대장  
페이지투미   페이지투미 플러스
페이지투미 홈   서비스 소개   아카이브   이야기   이용 안내
페이지투미는 사회혁신 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모아 일주일에 3번, 메일로 발송해드립니다.

link 세부 정보

정보 바로가기 : 파일럿 시민의회 ,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파일럿 시민의회 ,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004년, 노회찬은 TV 토론장에서 이렇게 외쳤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새까매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는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고, 두 차례의 촛불혁명을 일으켰으며,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까지 탄핵했다. 고기는 수없이 바뀌었다. 그런데 불판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젠 불판 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왜인가. 답은 간단하다. 불판을 바꿀 권한을 가진 자들이 그 새까매진 불판이 그래도 자기들에게 유리하단 이유로 바꿀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을 선수가 직접 정하는 구조, 이것이 바로 셀프 입법 특권 이다. 선거법도, 공천 규칙도, 의원 세비도, 국회의원 자신들이 스스로 정한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게 아니라, 중이 제 머리를 깎을 이유가 없는 구조다. 이번 공천 파동을 보라. 시민들은 분노한다. 그런데 그 분노가 향하는 곳은 언제나 사람 이다. 저 후보가 나쁘다, 저 당이 문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진짜 문제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 반복해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천 룰을 국회의원이 직접 정하는 한, 공천 파동은 4년마다 반드시 되풀이된다. 불판이 바뀌지 않는 한, 고기는 계속 새까매진다. 세계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문제를 먼저 겪은 나라들이 이미 해법을 찾았다는 점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1996년 선거에서 BC자유당은 득표율 1위를 하고도 의석 2위로 패배했다. 소선거구제의 구조적 왜곡 때문이었다. 4년 뒤 집권한 고든 캠벨 주지사는 선거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국회의원들에게 맡기지 않았다. 대신 160명의 시민을 무작위 추첨으로 뽑아 11개월 동안 학습하고 토론하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찬성률 91%. 일반 시민이 바보가 아닙니다. 정확하게 본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봐요. 선거제 개혁이라는 난제를,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시민들이 훨씬 더 현명하게 풀어낸 것이다. 아일랜드는 낙태권과 동성결혼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시민의회에 넘겼다. 수십 년간 정치인들이 건드리지 못한 문제들이었다. 종교적 갈등, 선거 부담, 진영 논리—어느 쪽을 선택해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었다. 시민의회는 9개월간 숙의 끝에 결론을 냈고, 국민투표로 확정됐다. 사회는 그 결정을 받아들였다. 정치인이 책임을 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용이었다. 벨기에는 다민족·다언어 사회의 만성적 교착 상태를 시민의회로 돌파했다. 정당 정치로는 타협이 불가능한 의제들을, 이념과 지역색을 뺀 일반 시민들의 숙의로 풀어냈다. 특히 오스트벨기엔 모델은 시민의회를 일회성이 아닌 상설 기구로 제도화했다. 대의제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의제가 실패하는 영역을 책임지는 독립적 장치로 만든 것이다. 프랑스는 노란 조끼 시위라는 사회적 폭발 뒤에 기후시민의회(CCC)를 소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0명의 시민에게 수정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는 파격적인 약속을 했다. 시민들은 9개월간 149개의 구체적 제안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상당수를 희석시키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그 한계마저도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시민의 숙의에는 제도적 구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의회 국제심포지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 5.8 시민의회입법추진100인위원회 제공  네 나라의 공통점은 하나다. 기존 대의제가 더 이상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고장 난 상태 일 때, 시민의회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민의회를 소환한 것은 정치인들의 선의가 아니었다. 체제가 무너지거나 자신들의 정치 생명이 끝날 것 같다는 절박함이었다. 우리에게는 왜 어려운가 그렇다면 한국은 왜 안 되는가. 첫째, 승자독식 구조의 달콤함이다. 0.73%p 차이로도 모든 행정 권한과 인사권을 독점할 수 있는 구조에서, 기득권 양당이 굳이 시민들에게 결정권을 나눠줄 이유가 없다. 4년 기다리면 풍향이 바뀌어 이번엔 내가 싹쓸이한다는 계산이 여야의 암묵적 공모를 만든다. 둘째, 갈등을 자양분 삼는 구조다. 아일랜드가 난제를 시민의회에 외주 줘 리스크를 피한 것과 달리, 한국의 기득권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연료 삼아 진영을 결집시키는 데 더 능숙하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시민의회는 오히려 진영 논리를 약화시키는 방해물로 여겨진다. 셋째, 촘촘한 관료 시스템의 관리 능력이다. 프랑스처럼 국가가 마비되는 수준의 저항이 일어나기 전에, 한국의 행정 시스템은 보조금과 민원 처리와 공권력으로 갈등을 개별화하고 관리하는 데 능숙하다. 기득권이 느끼는 한계점 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게 설정되어 있다. 넷째, 대의제 신화의 강고함이다. 선거로 뽑힌 우리가 곧 주권자의 대리인 이라는 선민의식이 뿌리 깊다. 추첨제 시민의회에 대한 엘리트주의적 반감이 기득권층 저변에 깔려 있다. 기존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시민의회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다. 전국포럼이 창립되었고, 지역 포럼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세미나와 강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과 김상준 교수 등 뜻있는 인사들이 전국적인 차원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도 셀프 입법 특권 이라는 개념적 무기를 벼리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이것은 아직 설득의 운동 에 머물러 있다. 설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기득권은 설득되어서 권한을 내준 적이 없다. 언제나 그들이 버틸 수 없을 만큼의 압력이 왔을 때, 혹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정치 생명이 끝날 것 같을 때, 비로소 움직였다. 2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도·정치 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21. 연합뉴스 지자체장이나 기존 의회가 시민의회를 수용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재선 부담이 없는 단체장, 지역소멸로 사면초가인 지자체, 소규모 기초단위 실험—이런 조건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에서도 법적 근거의 부재, 지방의회의 반발, 예산 문제, 정치적 리스크라는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저항은 어떤 단위에서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주권자 시민들이 그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그 인식이 선거 압력으로 전환되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식이 행동으로, 행동이 조직으로, 조직이 선거 압력으로 전환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의 출발점이 바로 파일럿 시민의회 다. 파일럿이 사건 이 되어야 한다 발상은 단순하다. 먼저 시민들이 직접 돈을 모은다. 1인당 10만 원, 1,000명에서 1,500명이 모이면 1억에서 1억 5천만 원이 된다. 이 돈으로 추첨으로 선발된 150명의 시민이 실제로 모여 의원 특권 방지와 선거제도 개혁 을 숙의하고 구체적인 개혁안을 만든다. 그 과정을 전 국민에게 공개한다. 왜 10만 원인가. 서명은 공짜라서 헌신이 없다. 100만 원은 부담이 커서 망설인다. 10만 원은 딱 진심을 가진 사람을 걸러내는 필터다. 10만 원을 낸 사람은 이해당사자가 된다. 성공을 바라는 능동적 지지자가 된다. 그리고 모금 과정 자체가 홍보다. 왜 이 주제인가. 의원 특권 방지와 선거제도 개혁 은 셀프 입법 특권의 핵심을 겨냥하면서도, 공천 파동을 경험한 시민들이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주제다. 이것을 국회의원에게 맡겨두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파일럿 시민의회의 숙의 과정을 통해 증명된다. 이 사건 이 일으키는 공명이 핵심이다. 추첨으로 뽑힌 평범한 시민 150명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선거제도 개혁안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공개될 때, 두 가지가 동시에 증명된다. 시민이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사안을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지를. 총선을 향한 2년의 로드맵 파일럿 시민의회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2년 후 총선을 향한 첫 번째 포문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2년 후 총선이다. 파일럿 시민의회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동안, 시민의회법 입법을 공약으로 내거는 총선 후보들에게 전국민적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공천 파동에 분노한 시민의 에너지를 구조의 문제로 연결하고, 그 구조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후보에게 조직적 지원을 보내는 것. 이것이 기득권이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을 만드는 현실적 경로다. 사람을 바꾸는 정치는 일시적이다. 시스템을 바꾸는 정치는 영구적이다. 불판교체단 이 필요하다 노회찬은 판을 갈자 고 외쳤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불판교체단은 우리가 직접 갈겠다 고 나선다. 그것은 실행이다. 모금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후원이 아니다. 20년째 바뀌지 않는 불판을 시민의 손으로 직접 교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기대반 호기심반으로 시작해도 좋다. 추첨으로 뽑힌 시민 150명이 선거제도를 설계한다고? 그게 정말 되나? 그 호기심이 참여의 출발점이 된다. 광장의 에너지를 숙의의 테이블로 옮겨오는 것. 분노를 설계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민주주의의 다음 버전이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시대, 주권자가 직접 가위를 들 때다.


최근 3주간 링크를 확인한 사용자 수

검색 키워드


주소 : (12096) 경기도 남양주시 순화궁로 418 현대그리너리캠퍼스 B-02-19호
전화: +82-70-8692-0392
Email: help@treeple.net

© 2016~2026. TreepleN Co.,Ltd. All Right Reserved. / System Updated

회사소개 / 서비스소개 / 문의하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