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15년…수거 핵연료 잔해 0.9g뿐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저 부지 내에 설치돼 있는 핵오염수 저장 탱크들. 마이니치신문 3월 11일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이 도호쿠(동북)지방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해일)로 원자로가 녹고(용융, 멜트다운) 수소폭발을 일으킨 지 오늘로 15년이 됐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15년 전 사고 당시 사망자는 1만 5901명, 행방불명자는 2519명이다. 도쿄전력 후쿠시바 제1원전 사고 영향 때문에 지금도 2만 6000명 이상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일본경제신문 3월 11일)
수거 핵연료 잔해 0.9g, 전체 880톤의 10억 분의 1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2051년으로 잡았던 사고 원전의 ‘해체’는 없었던 일이 돼 가고 있고, 폐로 작업은 여전히 벌다른 진전이 없다. 방사능 오염수 처리도 지지부진하고, 오염토 처리나 수용당한 토지 환원 약속도 제대로 지켜질 가망이 없어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수소 폭발로 지붕이 날아가 드러난 철골을 흰 차폐물로 덮어씌워 놓았고, 원자로가 녹아내렸지만 수소폭발이 일어나진 않았던 2호기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방사선량이 원자로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2차례에 걸처 2호기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시험적으로 채취했다. 그 양이 약 0.9g(그램)으로, 일본 동전 1엔짜리보다 가벼운 양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노심 용융(멜트 다운)을 일으킨 1~3호기 내부에는 880톤이나 되는 방사능 오염 핵연료 찌꺼기(잔해)들이 거의 손도 대지 못한 상태로 쌓여 있다. 2호기에서 끄집어낸 0.9g은 그것의 약 10억 분의 1이다. 사고가 난 지 15년이 지났는데, 사고 원전 처리를 위해 내부의 핵연료 잔해를 치우기 위한 작업은 아직도 시험 채취 단계이고, 그것도 겨우 2차례 시도해 전체의 10억 분의 1인 0.9g을 끄집어내는데 그쳤다는 얘기다.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3호기는 2030년대 초에 ‘처음으로’ 핵연료 잔해 채취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사고 뒤 2019년까지 5차례 공정표(작업일정표)를 개정하면서 2037년까지로 미뤄졌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5주년인 3월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회관 앞에서 열린 3.11 탈핵선언대회-기억하라 후쿠시마 그만짓자 핵발전소 집회. 3110명이 서명하고 참여한 이날 집회 뒤 참석자들은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탈핵 을 외쳤다. 한승동
2051년까지 폐로작업 완료 공약은 공염불
사고가 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모두 6기의 원자로가 있고, 2011년 3월 11일 덮쳐 온 쓰나미로 그 중 4기가 사고를 일으켰다. 1, 2, 3호기는 모두 원자로가 녹아내렸고, 그 중에서 1, 3호기가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4호기는 당시 수리 중이어서 가동 중단 중이었기 때문에 원자로 멜트다운이 일어나진 않았으나, 1~3호기에 있던 수소가스가 흘러들어가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지금 상황을 보건대 30~40년 걸린다고 했던 공정표상의 이들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들 폐로작업 약속은 지켜지기 어럽다. 즉 늦어도 2051년까지 처리하겠다던 약속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늘에서 찍은 후쿠시마 제1원전. 모두 6기의 원자로에 번호가 매겨져 있다. 위키피디아
사고원전 ‘해체’해서 원상복귀한다던 조항 삭제
애초에 법적, 기술적 근거가 모호했던 도쿄전력의 ‘공정표’(로드 맵)는 처음엔 분명히 사고원자로 시설들을 해체”한다고 명기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도쿄전력은 해체할지 여부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발을 빼고 있다. 약속했던 ‘해체’는 사고원전들 잔해를 제거하고, 도쿄로 송전하기 위해 세운 후쿠시마 제1원전 터를 세우기 전의 본래 모습대로 되돌려서 원래 땅 주인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2011년 12월에 공표한 첫 공정표에는 8개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원자로 시설의 해체”가 명기돼 있었다. 1~4호기 원자로 시설 해체의 종료시기는 ‘30~40년(뒤)을 목표로 한다’고 돼 있었다. 이는 폐로작업을 2041~2051년에 끝내겠다는 공약이었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2012~19년까지 5차례에 걸쳐 공정표를 개정했고, 그 중에서 2013년 개정 때 해체 계획”으로 명기돼 있던 항목을 폐지조치 계획”으로 바꿨다. 그때까지 명기돼 있던 시설의 ‘해체’ 등 원자로 시설의 폐지조치는 여러 시나리오의 검토, 책정 구절에서 ‘해체’를 빼버렸다.
첫 공정표 작성 당시 원자력위원회의 곤도 슌스케 위원장은 후쿠시마의 경우 해체해서 갱지(원래 땅 모습)로 만들어 깨끗한 것으로 되돌려 놓는다(정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약속이요 목표다. 위원회는 그것이 후쿠시바에 대한 책임이라고 일관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폐로 해체는 정치적 판단”, 그럴 기술이 없다
그런데 그 뒤 오염수 유출 문제가 터지고 오염수 해양방류 쪽으로 관심이 이동하면서 슬그머니 ‘폐로의 최종형태’가 초점에서 사라지고 ‘해체’라는 말도 사라졌다. 거기에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핵연료 잔해들을 끄집어내서 처리하는 기술이 없는 것도 주요 원인이 됐다.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일본정부 고위 경제관료는 공표되지 않은 국가와 도쿄전력의 사무적인 회의에서, 현실적으로 ‘해체는 도저히 무리’라는 분위기가 됐다. 서서히 표현이 사라져갔다”고 회고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추진회사 최고책임자인 오노 아키라는 일반 원전의 폐로를 생각하면 ‘해체’라는 표현이 되겠지만, 후쿠시카 제1원전은 상황이 다르다. 기술적, 사회적인 면을 가미해서 최종형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0년대 후반에 기술적 정보가 갖춰지면 (해체문제를) 논의할 토대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폐로작업이 30~40년 걸린다고 한 것은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관련 전문부회의 한 위원은 말했고, 곤도 슌스케 원자력위회 위원장도 정치인들은 믿을 수 없다. 30~40년은 슬로건(구호), 립 서비스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늦어도 2051년까지는 사고 원전들 폐로작업을 마치고 깨끗이 원래대로 땅을 되돌려 놓겠다고 한 것은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헛공약이라는 것을 도쿄전력과 원자력위원회 등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오염수 해양방류도 전체의 6%에 그쳐
아사히에 따르면, 오염수 처리도 지금으로선 답이 없어 보인다. 방사능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 방사능 위험이 없다는 ‘처리수’로 만든 뒤 담아 놓은 1025개의 대형 저장용기들의 오염수를 2023년 8월부터 30년간 바다에 흘려 보내기로 한 계획도 지금까지 전체 140만 톤의 겨우 6% 정도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오염수는 계속 생겨나고 있고, 일본 안팎의 ‘처리수’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오염토 처리도 처리도 전망 불투명
오염된 토양 제거작업도 고비를 맞고 있다. 후쿠시마 현 내의 대량의 오염토를 집중관리하기 위해 오오구마, 후타바 원전 주변에 중간저장시설을 만들어, 그 동안 임시저장해 두었던 오염토들을 그곳을 반입해 왔는데, 지난해 말까지 대형 트럭 약 200만대 분이었다. 16km² 너비의 중간저정소에는 오염되지 않은 흙으로 오염토를 덮어 둔 저장소와, 오염토에서 걸러낸 풀과 나무 등을 태우는 소각장이 있다. 이들 오염물질들은 2045년 3월까지 후쿠시마 현 바깥에서 최종처분한다고 법률로 정해 놓았다. 약 2천 명의 현지 농민 등이 중간저장소 용도로 땅을 빌려 주었는데, 약속대로 2045년까지 오염토를 다른 현으로 옮겨 가서 처리하고 땅을 돌려 줄 것이라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간저장소 땅을 빌려 준 사람들은 우리 땅을 내 놓으라고 납득시키기보다 (최종 처리를 위해) 그것을 가져 갈 땅 주인들을 납득시키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사고 뒤 후쿠시마 현 내의 원전 주변 마을들에서 피난을 떠난 사람들은 약 16만 5천 명인데, 지금도 2만 4천여 명(닛케이는 2만 6천 명 이상으로 추산)이 계속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원전인 일본 니가타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3월 18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간다. 나무위키
그럼에도 세계최대 원전 14년만에 재가동
그럼에도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을 재가동 시켰다. 이들은 니이가타 현에 있는 세계최대의 원자력발전소(821만 KW)인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을 올해 1월 21일부터 가동 중단 약 14년먼에 재가동시켰으나 제어봉에 문제가 생겨 일단 중지시킨 뒤 오는 18일부터 다시 가동할 예정이다. 모두 7기의 원자로가 있는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은 한국의 다수 원전들이 그렇듯 동해쪽(일본 혼수 서쪽)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일본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은 사고 뒤 내걸었던 가능한 한 원전 의존도를 저감한다(낮춘다)”고 했던 방침을 삭제했다. 여론조사도 사고 당시에는 원전 가동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었으나 지금은 재가동 찬성이 더 많은 것으로 역전됐다.
아사히는 11일의 사설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 처음인 가시와자키기리와 원전 재가동에 대해 또 피난을 가지 않으면 안 될 리스크(위험)가 있는 상황으로 되돌아와 버렸다”고 한탄한 현지 한 주민의 말을 전하면서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원전사고가 지역사회에 전가하는 파괴력을 지금 다시한번 되짚어 보고, 피아의 차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의 전력을 떠받쳐 온 후쿠시마의 참사를 잊고, 피해자들이 마주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무시한 채 원전 회귀(재가동)의 시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