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영향평가 도입 4년… ‘평가’보다 ‘이행 관리’가 과제 [환경]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시행 4년째를 맞이 했지만, 사업자가 평가 과정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이행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직접적인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의진 한국환경공단 기획조정처 법무지원부 차장(변호사)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제2회 기후환경법포럼’에서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제도 정착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이행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재정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영향평가는 개발 계획이나 사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위기로부터 사업이 받게 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기후위기 적응 방안을 사업 계획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취지로 2022년 9월 처음 시행됐다.
법무법인 지평과 한국환경공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1세션에서 AI 기반 스코프 3 배출량 산정을, 2세션에서 기후변화영향평가의 운영 현황과 개선 방향을 다뤘다./ChatGPT 생성 이미지
평가서만 존재하고 제재는 없다… 협의 이행의 ‘사각지대’
현행 제도에 따르면 사업자는 사후환경영향조사 계획을 수립할 때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계획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한 뒤에는 이 계획에 따라 배출량을 관리하고, 승인기관(지방환경관서)이 사후환경영향조사서를 검토해 계획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구조다.
문제는 사업자가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사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기후변화영향평가의 사후관리는 제도 규정상 사후환경영향조사에 부수된 형태에 불과하다”며 협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거나 조사를 생략해도 제재할 직접적인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의진 한국환경공단 변호사는 이 제도의 근거 법률인 ‘탄소중립기본법’에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사후 조사를 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내릴 수 있는 조치 명령이나 벌칙, 과태료 규정이 없다 고 설명했다./임팩트온
기존 환경영향평가법의 사후관리 규정을 준용하는 방안 역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김 변호사는 환경영향평가법상의 사후관리 규정을 유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으나, 피의자에게 불리한 제재 규정을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법제처 역시 해당 규정을 기후변화영향평가에 적용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기후변화영향평가 협의를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분리해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사업자의 이행 의무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 변호사는 이어 현재 3~5년에 불과한 조사 기간으로는 장기적인 기후 변화 영향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사후조사 기간을 늘리고 기후변화 전용 서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모’ 중심 평가와 임의적인 의견 수렴도 한계
평가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과 의견 수렴 절차도 개선 과제로 지목됐다. 현재 기후변화영향평가는 도로, 에너지, 도시개발, 산업단지 등 10개 분야 84개 계획·사업을 대상으로 하며, 사업 분야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일 때만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현행 기준은 일률적인 ‘사업 규모’만을 따지기 때문에 개별 사업의 실제 배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법정 규모 미달 사업이라도 사업 방식이나 시설 특성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기후 위험도가 높을 수 있는데, 지금의 기준대로라면 평가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다는 것이다.
그는 EU, 독일, 캐나다 등은 규모 기준 외에도 개별 사업의 특성을 종합 검토해 평가 대상을 추가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주민대표,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심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 환경부 장관이 법정 기준 외의 사업도 평가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역시 보완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이 의무 사항이지만,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초안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설계되어 있다.
김 변호사는 환경상 이익을 직접 침해받을 수 있는 주민들이 실질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우려가 크다”며 평가서 초안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견 제시 기회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까지 참여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영향평가가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실제 개발 사업 인허가 단계에 연동시키는 핵심 제도인 만큼, 단순히 서류를 작성하는 행정 절차를 넘어 계획의 ‘실제 이행과 사후 검증’까지 아우르는 완성도 높은 체계로 거듭나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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