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7년 선고 류경진 판사… 골프채 뇌물 무죄 이력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2부 류경진 부장판사. 2026.2.12. KBS 유튜브 재판 중계 영상 갈무리
12·3 내란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류경진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의 과거 재판이 재조명 받고 있다.
류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형사14부 부장판사 시절인 2023년 10월 사업가에게 골프채를 받은 혐의(알선뇌물수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현직 부장판사 ㄱ 씨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 ㄱ 씨에게 골프채를 건넨(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통업자 ㄴ 씨 등 2명에게도 무죄를 내렸다.
현직 부장판사인 ㄱ 씨는 2019년 2월 22일 인천시 계양구 식자재 마트 주차장에서 고향 친구 소개로 알게 된 ㄴ 씨로부터 52만 원 상당의 짝퉁 골프채 세트와 25만원짜리 과일 상자 등 총 77만 9000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2018년 ㄴ 씨 부탁로부터 재판에서 법정구속이 될지 알아봐 달라 는 부탁을 받고 법원 내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도 받았다.
ㄱ 부장판사가 받은 골프채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유명 상표 제품의 모조품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ㄱ 부장판사가 골프채를 받은 뒤 ㄴ 씨가 여러 민사·형사 건으로 재판을 받은 사실은 분명하다 면서도 ㄴ 씨가 ㄱ 부장판사에게 (골프채를 건넨 뒤) 막연한 기대를 했을지 모르지만 ㄱ 부장판사는 여러 수사기관이나 재판에 영향력을 미칠 지위가 아니었다 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ㄱ 부장판사가 ㄴ 씨 사건 담당 재판부에 연락하거나 선고 사실을 사전에 알아본 증거도 없다 며 ㄴ 씨가 ㄱ 부장판사에게 알선 청탁의 의미로 골프채를 줬다거나 ㄱ 부장판사가 그런 뜻으로 골프채를 받았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 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ㄴ씨 부탁을 받고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 시스템에 사적 목적의 검색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나 법령상 제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며 외부인이 검색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제공되는 정보 양에도 차이가 없다 고 했다.
골프채 진품 여부를 떠나 현직 부장판사가 78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음에도 무죄 선고를 해 법조계에선 제 식구 감싸기 라는 뒷말이 나왔다.
공교롭게 이번 1심 선고도 판사 출신인 이 전 장관에게 구형량(징역 15년)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고가 내려지면 류 부장판사가 제 식구 감싸기 빌미를 스스로 만들어준 셈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날 서울역 대합실에서 1심 선고 공판이 방송으로 생중계 되고 있다. 2026.2.12. 연합뉴스
류 부장판사가 이 전 장관에게 선고한 징역 7년은 같은 법원에서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받은 징역 23년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류 부장판사는 이 전 장관이 법조인 출신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이상민)이 내란 중요 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고, 그 이외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내란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상품권 받은 경찰간부 징역형 집행유예
세월호 막말 차명진 전 의원 집행유예
세월호 유병언 차남도 6개월 만에 보석
이 외에 류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형사14부 부장판사 시절인 2023년 1월 골프장 대표로부터 100만원짜리 상품권과 골프장 예약 편의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찰 간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다. 총경급 경찰 간부 ㄷ 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50만원을, 수뢰 후 부정처사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ㄹ 경위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해 7월 세월호 유가족 을 향해 막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차명진 전 국회의원에 대해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치인의 무게감을 생각할 때 세월호 유가족에게 큰 피해를 줘 죄질이 가볍지 않다 고 질타하면서도, 피고인은 오래전에 다른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 외 다른 전과는 없다 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 2024년 1월엔 250억 원대를 빼돌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차남 유혁기 씨의 보석을 허가하기도 했다. 유 씨는 세월호 참사 9년 만인 2023년 미국에서 국내로 강제 송환됐지만, 구속된 지 6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선사 청해진해운 의 실질적 지배주주로 유병언 일가를 지목하고 경영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해왔다. 유 씨는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아버지의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짜고 사진값과 상표권 사용료 등 명목으로 모두 254억 9300만 원을 받아 개인 계좌나 해외 법인으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유 씨의 구속기한 만료일이 다가오자 보석을 허가하는 대신 유 씨의 거주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보석 조건으로 부과했다.
제21대 총선 경기 부천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가 지난 2020년 4월 10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일대에서 유세차량을 타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4.10. 연합뉴스 자료사진
간병 살인 60대 어머니 선처
우수법관에 선정되기도…
한편 류 부장판사는 2023년 1월 뇌병변 1급 장애를 앓던 딸을 38년간 돌보다가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60대 친모에게 실형이 아닌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선처해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류 부장판사는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한 권리는 없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 하면서도, 중증장애를 앓아오던 중 대장암 3기 판정까지 받아 고통을 받고 있던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감안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또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면서, 약자에 대한 국가 시스템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도 1심 선고 전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 항소를 포기했다.
류 부장판사는 1998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사법연수원 31기로 수료한 뒤, 같은 해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12월 법관으로 임용됐으며, 2010년 2월 전주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의정부 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판사 겸임) 등을 거쳤다.
이후 2019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부장판사, 2021년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뒤, 2024년부터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