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월 생산자·소비자 물가 동반 폭등 [뉴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된 가운데 5월 미국의 생산자 물가가 3년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심지어 재화가격 상승률은 2009년 이추 최대라는 충격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생산자물가 뿐 아니라 소비자물가도 폭주 중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202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동반폭등하는 가운데 시장에선 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알고 적응 중이다.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이 치솟은 미국의 생산자물가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5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6.5% 상승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7.4%) 이후 3년 6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4월(수정치 기준)과 같은 1.1%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7%)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거래 가격을 제외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5.1% 올랐다.
거래 가격을 포함하고 에너지와 식품 가격만을 제외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9% 각각 상승했다.
도매물가로도 불리는 생산자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진다.
미 생산자물가지수 전월 대비 상승률 추이, 자료 :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
중동전쟁이 야기한 유가 폭등이 밀어올린 최종 수요 재화 가격
충격적인 건 최종 수요 재화 가격이다. 미 노동부는 최종 수요 재화 가격이 전월 대비 2.8% 올라 2009년 12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최종 수요 재화 가격 상승의 80%는 전월 대비 10.7% 오른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23.4% 급등하면서 전체 최종 수요 재화 가격 상승의 절반 이상에 기여했다.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도매업자와 소매업자가 받는 마진 변화를 측정하는 거래(trade) 서비스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1.1% 하락한 게 운송·창고 가격 상승(2.6%)을 상쇄했다.
특히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 가격이 전월 대비 4.8% 오른 게 전체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 상승에 40% 이상 기여했다고 노동부는 분석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로 5월 생산자 물가가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대표지수의 상승 폭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큰 폭으로 웃도는 모습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한 주유소를 지나는 트럭,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비자물가지수도 폭주기관차처럼 질주 중
생산자물가 뿐 아니라 소비자물가도 고공행진을 거듭 중이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2023년 4월(4.9%) 이후 3년 1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0.5% 올랐다.
전쟁 이전인 지난 2월 2.4%에 머물렀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3.3%), 4월(3.8%)에 이어 5월 들어서도 오름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비롯된 고유가 상황이 미국의 소비자물가에 지속해서 강한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대목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3.9% 올라 월간 지수 상승의 60%에 기여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7.0%나 됐다.
다만,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각각 전년 대비 2.9%, 전월 대비 0.2% 올라 대표지수보다는 상승 속도가 덜했다.
근원지수는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상대적으로 더 잘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추이, 자료 :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시스템(FRED)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미·이란 전쟁이 4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길어지면서 고유가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케빈 워시 의장을 새 수장으로 맞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연내 동결 또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약 30%, 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상할 확률을 약 69%로 반영했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내정자. 로이터=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