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잃은 것들 기록한 흐르지 않는 강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흐르지 않는 강: 김원의 4대강 기록, 전시 포스터
4대강 사업을 끈질기게 사진으로 추적한 사람이 있다. 강을 연구하는 과학자이자, 강을 기록하는 사진가, 그리고 그 변화의 의미를 사회에 전달하는 작가 김원이다. 강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동시에 강이 죽어가는 과정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야만 했던 그다.
사업이 진행되는 기간, 일주일이 멀다하고 공사 현장을 찾았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10만 컷이 넘는다. 그 중 일부를 책으로 묶어 2014년에 『흐르지 않는 강: 증언, 4대강 개발사업』(눈빛출판사)을 출간했다. 당시에 여러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쓰지 못하고 김산 이란 필명으로 책을 냈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러 이제야 자신의 이름을 달고 서울 종로구 경희궁 근처 공·간·풀숲 에서 사진전 ⟪흐르지 않는 강: 김원의 4대강 기록⟫을 열게 됐다. 4대강이 어떤 강인지, 4대강 사업이 무엇인지 세상사람들의 관심이나 기억이 흐릿해진 이즈음에 이 전시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경기도 여주, 2010년 5월 29일
⟪흐르지 않는 강: 김원의 4대강 기록⟫ 전시는 흐르지 않는 강 이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 곁에 오래 공존해 온 강의 생태학적 존재 의미 와 함께 어느새 잊힌 4대강 사업이 남긴 쟁점을 환기하고 있다.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강변 풍경부터 공사로 인해 강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과정, 공사를 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모습, 금빛 모래가 특별히 아름다웠던 내성천 인근 마을이 4대강 사업의 여파로 텅 비어가는 모습 등을 낱낱이 보여준다.
어린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강변을 뛰놀았던 김원 작가에게 강이 살아 있음 을 보여주는 것은 책무였다. 한강 최상류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산골 작은 개울에서 드넓은 평야까지 쉼 없이 사진을 찍은 것 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금모래빛 강변에 대한 소중한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트럭과 포클레인에 의해 파헤쳐지는 강의 처참한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사진들은 ‘강을 지켜 주지 못한 자의 증언 이 되었다. 증언을 더욱 설득력 있게 개진하고, 4대강 사업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부분은 기고문 16편에 담았다.
경상북도 구미, 2010년 7월 7일
김원의 작업은 과학, 기록,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개발과 정책이 자연에 남긴 흔적을 드러내고, 강을 다시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오랜 시간의 실천이다. 작가는 강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동시에 강이 죽어가는 과정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고 말한다.
강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는 강과 함께 호흡하는 듯 사진을 찍었고, 강이 파헤쳐지는 실상은 공중에서 감시카메라의 시각으로 촬영해 4대강 사업의 전모를 드러냈다. 또한 강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사연을 사진으로 옮겼다. 진득하게 공을 들여 촬영한 사진들은 강과 삶의 현장이 함께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경상북도 의성, 2009년 10월 26일
강은 흐르는 자연이다. 강은 물이 가는 길일뿐만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이다. 수많은 생명체가 그대로 담겨 있는 삶의 공간이고, 또한 우리가 먹을 물을 긷는 공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강을 아스팔트 도로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마치 도로처럼, 강을 인공적으로 더 편리하게 바꾸고,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강은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인공 구조물이 아니라, 흐름과 순환 속에 스스로 균형을 이루는 생태계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강을 개발의 대상으로 다뤄왔고, 그 결과 강은 흐름을 잃고 단절된 채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강을 이용의 대상이 아닌 회복되어야 할 생명체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그리고 개발의 시대를 넘어 복원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임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드러낸다.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리_2013년 4월 7일
4대강 사업은 내성천도 삼켰다. 영주댐을 건설하기 위해 모래 강을 막았다. 2009년 12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2016년 12월 준공했다. 1조 원이 넘는 돈을 들였다. 내성천의 맑은 물을 이용하여 낙동강 하류의 수질을 개선할 목적이었지만, 정작 댐에 가둔 물은 녹조 덩어리가 되었다. 멸종위기 1급인 흰수마자는 사라졌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조용한 강변 마을에 살던 이들은 고향을 잃었다. 작은 초등학교와 면사무소, 술도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던 언덕 앞에 너른 논밭이 있었다. 그 너머 모래 강이 흘렀고, 사람들은 강과 모래와 더불어 살았다. 작은 고개 너머에 기차역에는 하루 한두 번 기차가 다녔다. 하나둘 빈집이 늘더니 마지막 기차가 떠난 뒤 그 무거운 철길도 사라졌다.
오래 된 사진첩, 백년 넘은 한지 유물마저 챙기지 못한 채 떠난 집 벽에 걸린 괘종시계 혼자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살던 집에서 눈감는 것이 소원 이라던 팔순 할머니는 동네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이들 둘셋 모여 공을 차던 초등학교 운동장은 한없이 넓기만 했는데 아이들은 어느새 빈집 늘어나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댐이 완공되어 물이 차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잊지 않기 위해 사진으로 남겨둔 외갓집 위치는 아무리 봐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마을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내 기억마저도 사라진 것이다. 다행이다. 사진은 남아서.
4대강 사업으로 수몰된 마을, 평은리 이야기
4대강 사업으로 수몰된 마을, 평은리 이야기
4대강 사업으로 수몰된 마을, 평은리 이야기
4대강 사업으로 수몰된 마을, 평은리 이야기
4대강 사업으로 수몰된 마을, 평은리 이야기
2009년부터 추진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한국 현대 환경정책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하천 개발사업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내세웠지만, 사업 과정과 결과를 둘러싸고 환경적, 사회적 논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반대로 포기했던 대운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만들어 낸 거짓말로 판명됐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많은 강이 인공 구조물로 채워져 흐르지 않는 공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전시는 정책 평가나 정치적 논쟁을 넘어, 4대강 사업이 환경에 남긴 흔적과 사회적 기억을 환기한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보 개방 , 하천 복원 , 자연기반해법 (NBS)으로 강을 다시 흐르게 할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전라남도 나주, 2009년 9월 5일
전시 연계 행사로 를 오는 25일(토) 오후 3시에 공·간·풀숲 에서 진행한다. 최승호 감독 겸 전 PD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초래한 환경 파괴와 민주주의 원칙 훼손을 17년 동안 끈질기게 취재해 다큐 추적 에 담았다. 이 영화에 김원 작가는 4대강 사업의 숨겨진 실체를 세상에 알린 핵심 내부제보자이자 전문가로 등장한다.
김원 작가
김원(金源) 작가는
과학적 분석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강을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며, 그 변화의 과정을 사진과 글로 증언해 왔다. 사진집 『흐르지 않는 강』(눈빛, 2014), 『피안의 사계: 동광원 사람들』(눈빛, 2018)을 출판하고, 개인전 (갤러리 꽃피다, 2019)을 개최했다. 『한겨레』,『경향신문』 등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4대강의 문제점 및 복원, 홍수 관련 대책 방안 등에 대해 꾸준히 기고를 해왔으며 국내외 단체들과 함께 강 복원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한강 1968』(혜화1117)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