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들 세력권 분할지배 에 세계가 공동대응해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기습 점거해 부정선거 무효 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1월 28일
트럼프 정권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외교안보정책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NSS)에서도 시사했듯이, 세계를 몇 개의 세력권으로 분할할 수 있다고 믿고 있든 듯하다. 실제로 어찌 될지는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미국이 ‘서반구’, 중국이 아시아, 러시아가 유라시아대륙 일부에서 세력권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세계는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다. 세력권은 확대되고 모두 그 경계선에서 이해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공동대응 못하면 인접 대국에 복종할 수밖에
캐나다 출신 역사학자(국제관계사) 마거릿 맥밀런(83)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28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들 대국의 세계 분할지배에 다른 나라들이 제휴하면서 공동대응 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각기 인접한 대국에 복종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거릿 맥밀런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역사, 국제관계사) 위키피디아
지난해 12월 5일 백악관이 발표한 NSS(‘2025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도 그랬지만, 1월 23일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2026 국방전략’(NDS)에서도 미국은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말라카]해협)을 따라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NDS는 제1도련선 방어가 상대가 공격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여기게 만들어 애초에 공격의지를 꺾는 ‘거부형 방어’라고 했지만, 그것은 바람일 뿐, 현실에서는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충돌(전쟁)하거나 후퇴(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세력분할 구도의 경계선 제1도련선상의 한국
대국들이 각기 세력권을 만들어 세계를 분할지배할 때 그 경계선에서 이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제1도련선이야말로 그 전형적인 이해충돌 경계선이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는 제1도련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세계를 3분할 지배할 경우 그 3개의 세력권이 마주치는 곳이다. 맥밀런 교수의 지적대로 대국들이 세력권을 확장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부딪칠 가능성이 높은 곳들 중 하나고, 자체 힘이 없거나 타국들과 함께 방어적 연합세력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어느 세력권에 복종(복속)할 수밖에 없다.
보기에 따라 한국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복속돼 왔고, 트럼프식 세계 분할지배 구조 변동이야말로 한국(한반도)이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양자택일적 ‘복종’이 아닌 독자적 제3세력(연합·연대세력) 구축을 통한 새로운 국가전략을 수립할 기회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맥밀런 교수는 동시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의 대변혁기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세계의 행방은 몇 가지 요인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우리는 이제 2025년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순 없다”고 했다. 2025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전해 대선에서 재선돼 트럼프 2기 정권이 시작된 해다. 맥밀런 교수는 지금의 대변혁을 야기한 최대 요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종결 뒤 미국이 수행해 온 역할의 변질”을 꼽았다. (대국으로) 대두하는 중국과 (‘푸틴체제’하에서) 국력을 회복한 러시아가 냉전 뒤의 미국 패권체제를 공격하는 가운데, 2025년 1월 출범한 트럼프 정권은 2차 대전 뒤에 구축된 국제질서와 관습, 룰(규칙), 질서 담당자 역할에서 몸을 빼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도련선(섬들을 연결하는 선).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검은 점선이 제1도련선. 맨 오른쪽 검은 점선이 제2도련선. 중국은 그 선들을 돌파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 하고, 미국은 그것을 저지하려 한다. 나무위키
세계화 소외계층의 반발이 우익 포풀리즘 온상
‘아메리카 퍼스트’와 같은 오늘날의 자국 제일주의의 대두는 냉전 뒤 심화된 세계화(globalization)에 대한 반동이다. 당초에는 세계화가 진행되면 국민국가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들 했으나 실제로 지금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반이민감정 등으로 촉발된 국민국가의 강화다.” 트럼프 정권의 탄생이야말로 세계화의 은혜를 받은 도시부의 엘리트들로부터 소외당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표를 몰아준 결과 탄생한 정권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에 이용당해 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저렴한 수입품이나 기술 수출 등을 통해 미국이 받은 혜택도 많다.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은 지금의 공화당 정권이 사람들의 분노와 불만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점이다. 이민자들이 대거 밀려오면서 미국인들 일자리를 빼앗고 문화적 가치관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분노가 그들 속에 자리잡고 있다.” 유럽에서도 포퓰리즘 정당이 정책적인 우위가 아니라 세계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대중의 분노와 상실감에 불을 붙여 지지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의 대안(AfD), 프랑스의 국민연합, 영국 개혁당(Reform UK) 등 우익정당들이 유럽에서 득세하고 있다.
한국의 우익도 다르지 않다. 왜 기득권 정치세력에 의해 배제당하고 핍박받은 약자들, 예컨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젊은층이나 자생력이 없는 자영업자들, 갈 곳 없는 노년층이 오히려 기득권 정치세력을 지지하는지, 그 역설적인 현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8일 워싱턴 D.C.의 앤드류 W. 멜론 강당에서 열린 회계(Accounts) 프로그램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2026.1.28. AP 연합뉴스
대국 분할지배 막을 나라들의 연대와 공동대응
전쟁은 이런 상황에서 일어나기 쉽고,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전에도 무역의 확대와 통신의 발달, 사람들의 이동 등 세계는 글로벌화(세계화)가 매우 왕성하게 진행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소외당했다고 느끼면서 좌우의 급진적인 정치운동이 과열되게 됐다.”
나폴레옹 전쟁(18세기 말-19세기 초) 뒤의 유럽도 그랬다. 나폴레옹 전쟁 뒤 일정기간 질서가 유지되고 있었으나, 제1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이탈리아가 오스만제국을 침공하면서 리비아를 식민화하는 등 룰이나 규범 무시가 횡행하면서 국제시스템은 약체화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도 1930년대에 일본이 만주를 침공해 만주국을 세웠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에티오피아를 침공해 벙합했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라인란트를 점령하고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뒤 폴란드를 침공했다. 침략적 확장을 거듭한 히틀러를 당시의 국제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국제질서 붕괴를 조장했다.
기존 정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사람들은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이웃나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등 수정주의세력에 대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경우 룰과 규범에 기초한 국제시스템은 약체화한다고 맥밀런 교수는 지적했다.
오늘날의 세계에서도 기존 시스템이 기능부전에 빠졌다고 믿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경향은 위험한 징후다. 사람들은 우리가 국제제도나 규범이 필요한 이유를 망각해 가고 있다. 유엔을 창설한 사람들은 2개의 세계대전을 경험하고 전쟁이 우발적이거나 오산 등에 의해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맥밀런 교수는 기후변동에 대해서도, 지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조만간 ‘돌아갈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을 지나 대처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트럼프 정권이 온난화 가스 배출 규제와 관련된 66개 국제기구를 폐쇄하거나 탈퇴한 사실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등은 대국의 의향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나는 일본이나 인도, 브라질, 호주, 캐나다, 필리핀 등의 나라들이 룰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이야말로 그 주요 플레이어의 하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