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시진핑 대리전 두 중국계 미국인 선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에일린 구(왼쪽)와 알리사 리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두 중국계 미국인 선수를 두고 온라인 세상에서 뜨거운 입씨름이 펼쳐지고 있다고 영국 BBC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전했다. 과거 올림픽에도 부모의 조국을 택한 선수가 태어난 나라 선수들과 메달을 놓고 겨루는 상황을 두고 거친 화살이 날아간 적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대회는 미국에서 태어난 두 중국계 선수가 중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바람에 두 나라의 거친 패권 경쟁과 맞물려 더욱 격렬한 공방이 인터넷에서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다 특유의 성정 탓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참전해 미국의 극우 평론가 터커 칼슨까지 가세해 공방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에일린 구(중국 이름 구아이링)와 피겨 스케이팅 선수 알리사 리우가 두 주인공이다. 둘 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계 선수들이다. 각자 분야에서 명실상부 챔피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한 쪽은 선구자로 칭송받고, 다른 한 쪽은 배신자란 지탄을 듣고 있다. 적어도 미국 내 일부 사람들 눈에 그런데,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아예 딴판이다.
가슴에 단 국기가 달라서다. 치명적인 탄압을 받고 중국을 탈출한 정치 운동가의 딸인 리우는 성조기를 달고 스키를 신는다. 어머니가 고등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구는 어린 시절 여름마다 베이징을 자주 찾곤 했다. 밀라노에서 오성홍기를 달고 스케이트화를 신는다.
일부 미국인들은 구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해 한다. 엑스(X)에 올라온 한 게시물은 에일린 구는 중국을 대표해 경쟁하며 수백만 달러를 받는다. 알리사 리우는 톈안먼 광장 시위에 참여한 중국 이민자의 딸이다. 에일린 구의 세상에서 알리사 리우가 되라 고 적었다.
미국 누리꾼들이 에일린 구에 대해 가장 못마땅한 부분이 중국 대표를 선택한 결과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다. 알라미
물론 이런 반발의 상당 부분은 대중이나 스포츠계보다 정치 평론가들과 적지만 목소리 큰 이들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두 경제대국은 무역부터 기술까지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놓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 세상의 좁지만 격렬한 한 구석은 두 여성을 서로 대립시키고, 그들의 충성심과 정체성을 의심하며, 이민자 경험에다 스포츠 선수로서 정체성 위기를 겪는 두 사람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눈 공주 와 애국자
중국에서는 눈의 공주 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에일린 구는 중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녀 어머니 얀구(Yan Gu)는 베이징 대학과 스탠퍼드에서 학위를 받은 성공적인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구는 두 세계에 단단히 발을 들여놓으며 자랐고, 여름에는 베이징에서, 나머지 학기는 샌프란시스코의 사립학교에서 보냈다.
그녀는 세 살 때 레이크 타호 지역에서 프리스키를 시작했고, 여덟 살 때 노스스타 캘리포니아 리조트 프리스키 팀에 합류했다. 그녀는 1년 만에 첫 전국 챔피언십을 차지했다. 처음에는 미국 대표로 스키를 타다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2019년 중국 대표팀으로 전향했다. 구는 어머니가 태어난 베이징에서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 고 말했다. 이 결정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그녀는 4년 전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그 뒤 구는 중국에서 진정한 스포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 명이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팔로우하며 게시물 아래에 하트 모양 이모티콘을 남긴다. 중국 국영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그녀를 전 세계의 우상 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리는 여성 운동선수 중 한 명으로, 연간 약 2300만 달러(약 332억원)를 벌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녀가 중국 대표팀에 합류하기로 한 결정은 처음에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과의 경쟁 말고도 사람들이 지적한 것은 권위주의적 공산당 집권자들, 인권 문제에 대한 열악한 기록, 그리고 표현의 자유 부족이었다.
하지만 분노는 대부분 가라앉았다가 밀라노 대회 들어 다시 터져나오고 있다. 올림피언 헌터 헤스가 지난달 미네소타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둘이나 희생한 것과 관련해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됐다. 그는 미국의 양극화된 상황을 고려해 미국을 대표하는 것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질문을 받고 복잡한 감정 을 가지고 있다 며 내가 국기를 달고 있다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헤스를 진짜 패배자 라며 대표팀 일원이 되지 않았어야 했다 는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많은 선수들이 헤스를 옹호했는데 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는 과거에 교차 사격에 휘말린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안타깝다 고 말했다.
그녀의 발언은 그렇잖아도 그녀를 좋지 않게 바라보던 이들을 격분하게 했다. 그들은 구가 트럼프를 비판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중국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에네스 칸터 프리덤도 그 중 하나로, 구를 배신자 라고 불렀으며,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자랐으며, 미국에서 살고 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자인 중국을 두고 자국과 경쟁하기로 선택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엑스(X)에 올린 긴 글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홍보 자산으로 행동하면서 미국 시민권의 자유를 누릴 수는 없다 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공화당 내 소통자라고 부르는 맷 휘틀록도 X에 에일린은 시진핑의 집단학살, 노예제, 반대파 체포에 대해 비판할 점이 있느냐 라고 되물었다. 그는 서방 정부, 인권 단체, 유엔은 중국 당국이 신장과 티베트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고, 전국적으로 시위와 반대 의견을 재빨리 탄압한 점을 반복적으로 비난해왔다. 중국 정부는 혐의를 부인하며 이는 내부 문제라고 밝혔다 고 소개했다.
허이난 리하이 대학 교수는 많은 미국 태생 선수들이 별다른 나라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해 경쟁한다.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분위기가 판돈을 바꿨다 고 지적한다. 개인 정체성은 대중의 눈에 점점 더 국가적 충성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일탈 이나 이중 정체성에 대한 관용을 줄여가고 있다 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번 주 초 구는 여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스위스에 금메달을 내준 후 두 나라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고 털어놓았다. 일부 지지자들은 솔직한 고백으로 들었지만, 비판하는 이들은 분노가 더욱 커졌다. 일부는 그녀가 미국의 무게 가 지워졌다고 주장한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단 한 나라만 대표했고, 그 나라는 우리 나라가 아니었다.
알리사 리우가 이번 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뒤 성조기를 허리에 두르고 링크를 돌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밀라노 AP 연합뉴스
곧이어 온라인에서는 올해 복귀한 미국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알리사 리우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1989년 톈안먼 광장 시위에 참여한 후 중국을 탈출한 아서 리우의 딸이다. 학생 주도의 친민주 운동은 베이징에서 잔혹한 학살로 끝났다. 이 주제는 중국에서 금기시되며, 관련된 모든 언급은 신속히 검열된다.
그녀의 가족사가 중국 소셜미디어에 리우에 관한 게시물이 많지 않은 이유를 일부 설명해 줄 수 있다. 그녀를 칭찬하는 사람들은 보통 기사 아래에 왜 이 사람을 칭찬하는 거지? 그녀의 가족 전체가 반중(反中)인데 같은 댓글을 남긴다.
리우는 캘리포니아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부터 스키를 시작했다. 열셋의 나이에 미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연소 선수가 됐다.
2019년, 부친은 자신이 중국 정부가 명령했다고 주장하는 감시 작전의 표적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딸은 2022년 FBI 요원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이 중국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부친과 가족이 여전히 표적이 될 가능성은 분명히 동정과 존중을 낳았다. 이런 리우의 사정이 다시 구에 대한 비판에 불쏘시개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리우와 구의 차이는 단지 민족 문제일뿐아니라 계급과 공감 문제이기도 하다. 구는 사립학교와 스탠퍼드라는 고급 문화를 대표한다. 그녀가 중국을 위해 뛰기로 선택한 것은 종종 용병 사업 결정 으로 비춰진다 고 허 교수는 설명한다.
실제로 비영리 단체 아시아인스 포 리버티(Asians for Liberty)의 X에 올라온 글에 CCP(중국 공산당)는 부와 명성을 약속하며 미국 선수들을 유혹하지만, 진정한 미국인은 이를 거부한다. 앨리사 리우는 미국의 애국자 라는 대목이 있다.
리처드 킹 컬럼비아 칼리지 시카고 교수는 이 모든 것은 미디어와 대중이 리우와 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보여준다. 이들은 각각 좋은 이민자와 나쁜 이민자로 묘사돼 왔다 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콘텐츠로 알려진 중국계 호주 반체제 예술가 바디우카오는 최근 두 선수의 그림을 게시했다. 한 장은 리우가 톈안먼 전차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녀 아버지의 활동을 암시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 장은 구가 중국 국기를 들고 그 아래에 시신이 숨겨져 있는 모습이 담겨 있어 베이징에 대한 비난을 은근히 암시하는 것이었다.
정치 평론가 터커 칼슨이 설립한 극우 뉴스 및 의견 웹사이트 데일리 콜러는 동계 올림픽의 진정한 악당, 에일린 구를 만나다 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기사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스탠리 탕가라지 스톤힐 칼리지 교수는 이런 에피소드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헤쳐 나가야 하는 매우 불안정한 사회적·정치적 환경을 드러낸다 면서 그들은 제한적으로만 인정받으며, 어떤 정치적 행위도 즉각 미국에서 이탈시킨다 고 말했다.
저명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구를 옹호하려 했을 때, 마블 배우 시무 류도 빠지지 않았다. 그가 구를 정말 자랑스럽다 며 영감을 주고, 강인하며, 지적이고 두 언어에 능숙하다 고 칭했지만, 그 역시 중국으로 돌아가라 는 비난을 들었다..
대회가 계속되고 있지만, 스포츠 자체는 두 선수에 대한 논의에서 뒷전이 된 듯하다고 방송은 아프게 지적했다. 허 교수는 두 선수 모두 비슷한 인종적 배경과 1세대 이민자 경험을 공유하지만, 자신들이 쓰지 않은 서사 속에서 대립하는 두 전형으로 묘사되고 있다 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