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편들기 · 선행매매 의혹…기자들의 끝모를 사욕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최근 불거진 세 건의 언론 보도와 사건은, 한국 언론이 안고 있는 구조적·관행적·윤리적 문제를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부실 보도자료를 검증 없이 보도한 ‘부자들의 국외 탈출’ 기사, 일부 기자들의 미공개 정보 활용 의혹이 제기된 주식 거래 사건, 그리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둘러싼 언론 보도의 편향 논란이 그것입니다. 이 사안들은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별개 사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이 공익보다 사익에 기울어져 있는 구조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토건 자본의 포로가 된 언론의 구조적 모순
한국 언론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언론사의 소유 구조가 공익적 가치와 거리가 먼 자본, 특히 건설·금융 자본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0여 년 사이 , , 등 10여 개 언론사가 건설사나 금융투자 자본으로 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아파트 개발로 성장한 호반건설이 을, 중흥그룹이 를, 유진그룹이 의 대주주가 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YTN 대주주 유진그룹 건물
사익 추구를 본령으로 하는 자본이 언론을 소유하는 순간, 기사 생산 과정이 공익보다는 사주의 이해관계를 의식하게 될 위험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건설·부동산 자본이 대주주인 언론사들의 경우, 부동산 거래 활성화나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보도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주거 복지나 자산 불평등 문제는 지면에서 사라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꼭 건설사 소유의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부자인 개인 사주가 지배하는 언론사들은 부동산 문제만 나오면 교묘하게 부자들의 편에 서는 기사를 양산해 냅니다.
이는 한국 언론이 공익을 경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을 잘 보여줍니다. 아울러 사주의 영향에서 벗어나 보도할 수 있는 편집권 독립의 필요성을 환기해 줍니다.
검증 없는 ‘받아쓰기’와 관행적 공생의 늪
출입처 보도자료를 사실 확인 없이 기사화하는 관행 역시 한국 언론의 고질적 문제입니다. 권력과 자본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확성기로 전락했음을 보여준 사례가 바로 대한상공회의소의 부실 통계 보도자료 보도 사건입니다.
법정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신뢰성 논란이 제기된 외부 통계를 인용해 상속세 부담으로 부유층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 자료는 정부 당국으로부터 통계 해석과 근거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관점에서 볼 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를 충분한 검증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기사화한 보도 태도입니다.
만약 출입 기자들이 해당 자료의 출처와 통계적 타당성, 작성 의도를 최소한으로라도 점검했다면, 해당 보도자료가 그대로 기사화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를 비롯한 많은 매체는 별도의 검증 과정 없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다시피 기사화했습니다. 이는 출입처와 기자단 사이에 형성된 관행적 공생관계가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받아쓰기’ 보도 관행은 기자단과 출입처 사이의 공생관계에서 비롯되는 언론계의 고질적인 악습입니다. 출입처가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대가로, 언론사와 기자들은 여러 혜택과 편의를 제공받고 언론의 핵심 기능인 ‘비판과 감시’를 포기하는 구조가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이번 사태는 기자단의 해체와 기자실 개방이 한국 언론 개혁에서 왜 중요하고 긴급한지 경종을 울려 줍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대통령실]
직업윤리의 파산, 사익 추구의 수단이 된 기자직
세 사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사안은, 기자들의 주식 거래를 둘러싼 의혹 사건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접한 정보를 사적 투자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 자체가, 기자직이 공익적 직무가 아니라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심을 받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소속 간부와 기자들이 미공개 정보 이용한 주식 선행 매매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언론사는 공정한 정보 전달을 사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사과하고 사장이 사임 뜻을 밝혔습니다. 수사 결과를 떠나 의혹 자체만으로도 언론의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일입니다. 또한 그런 일이 이 신문사만의 일일까 하는 의구심을 낳는 건 당연합니다.
독자는 기자가 쓴 글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언론의 권위를 인정하고 신뢰합니다. 그러나 기자가 정보를 개인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심이 제기되기만 해도, 그가 생산하는 모든 기사는 신뢰의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언론 직업윤리 전반에 대한 의심을 초래하는 중대사입니다. 취재 현장의 치열함 대신 모니터 앞의 수익률을 계산하는 기자들에게 독자들이 어떻게 신뢰를 보낼 수 있겠습니까.
한국경제신문
더 이상 먹히지도 않는 부동산 ‘세금 폭탄’ 프레임
최근 언론의 이해관계와 틀짓기(프레임 설정) 문제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부동산 관련 보도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재확인하자, 다수의 언론은 일제히 ‘세금 폭탄’ ‘퇴로 차단’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대표적으로 는 10억 벌면 8억 토해내라”라는 제목으로 세 부담 증가를 강조했고, 는 사설에서 세입자 낀 다주택자가 어떻게 탈출하란 말이냐”라며 다주택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논조를 폈습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왜 이렇게까지 투기적 이해를 옹호하느냐”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중과세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된 정책임에도 언론이 ‘날벼락’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부동산 투기로 인한 집값·임대료 상승이 청년층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기 이익보다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언론은 매물 감소와 시장 경색을 우려했지만, 실제로 시장에서는 매물이 증가하는 등 언론 보도가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하거나 왜곡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 언론이 주도해 온 틀짓기 작업이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갖기 어려운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했음을 웅변합니다.
추락하는 한국 언론, 메아리 없는 성찰과 개혁의 목소리
한국 언론에 대한 시민의 불신은 이미 위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자본에 종속된 소유 구조, 출입처와 관행적 유착, 그리고 반복되는 윤리 논란은 언론 스스로 신뢰의 기반을 허물고 있습니다. 시중에서 ‘재래식 언론’이라는 표현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현실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바입니다.
언론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주의 이익이 아니라 시민과 독자의 이익을 기준으로 바로 서야 합니다. 기자단 운영 방식은 투명하게 재편돼야 하며, 기자 개인 역시 자신의 권한과 책임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자정과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진실 보도, 공정 보도를 외면한 언론에 남는 것은, 영향력의 지속적 축소와 시민의 냉담한 외면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