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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그 곳 가시면 맛있는 김치 못 드셔서 어떡한대요

그 곳 가시면 맛있는 김치 못 드셔서 어떡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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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름과 달리 사분오열된 상태에서 대선을 치렀다. 역시나 사상 최대 표 차이로 패배했다. 멀쩡한 당을 해체시켰다는 허탈과 분노감에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기권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에야 다들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대선에서는 반드시 이겨 민주주의를 되찾자고 결의했다. 깃발을 든 이는 이해찬 총리님이었다. 총리님은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이 출범할 때까지 ‘혁신과통합’을 이끄셨다. 나는 그 때 ‘혁신과통합’ 실무자로 있었다. 이해찬 총리님을 가까이서 보좌하던 참모들 사이에서는 금요일 저녁 여의도 모 빌딩 지하 전주식당 모임이 유명했다. 솔직히 말하면, 즐거운 회식이 아니라 다들 힘들어 하는 자리였다. 한 시간이면 딱 좋을 텐데 늘 저녁 7시에 시작해 10시 무렵에야 끝났다. 총리님은 의자에 앉지 않고 꼭 책상다리 좌식자리를 선호하셨다. 무릎 연골이 아우성치고 다리는 저리고 허리는 뻣뻣해졌다. 우리는 몸이 배배 꼬일 수밖에 없었다. 총리님은 우리들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술잔을 기울이고 농담을 던지면서 혼자 즐거워 하셨다. 지금 기억애 남는 농담이 별로 없는 걸 보면 별로 기발한 유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총리님은 강단 있고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부드러운 성품이었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얘기할 수 있다. 총리님 입에서 사장님~ 여기 김치 좀 싸주시오”라는 말이 나오면 드디어 파장하는 것이다. 모두가 속으로 환호작약했다. 총리님은 비닐에 꽁꽁 싼 김치를 들고 서서 좌중을 쭉 둘러보며 연신 여기 김치 맛있어, 여기 김치 맛있어” 라고 하셨다. 진심이 우러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 김치가 너무 짜서 썩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파김치와 삼겹살은 훌륭했다. 돌판 위에 함께 올려 구어 먹으면 최고였다. 2004년 6월 30일 당시 신임 국무총리에 임명된 이해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식당 주인 부부는 굉장한 총리님 팬이었다. 남자 사장은 삼겹살을 자르며, 예전에 총리님 험담하던 손님 쫓아낸 무용담을 늘어놓기 일쑤였고, 여차하면 주방에 있던 여자 사장님도 덩달아 뛰어나와 어떻게 그 사람을 혼내서 쫓아냈는지 덧붙이곤 했다. 한 번은 그런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낮술을 마신 사람들이 민주당을 험담하다가 결국 총리님 이야기까지 갔다. 드디어 여사장님이 웜마 저 사람 보소” 하며 뛰어나오더니 즉각 나가부러, 필요 없으이. 나가부러.” 하며 쫓아내는 것이었다. 주인 부부의 무용담이 지어낸 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그 얼마 후 부산 출신 선배와 낮술을 마시는데, 총리님을 직접 욕한 건 아니었지만, 부산 특유의 센 표현으로 민주당과 총리님을 언급할 때마다 나는 뒷통수가 뜨끔뜨끔해 졌다. 대구 사람인 나는 겁이 나서 말했다. 형님 제발 좀 조용히 먹으이소. 고기 아직 남았는데 쫓겨납니다.” 총리님과 노무현 대통령님 간에 얽힌 추억도 소중히 간직한다. 2002년 12월 18일 밤 10시 정몽준의 단일화 철회로 당은 쑥대밭이 됐다, 복도에서 이해찬 의원은 노무현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바다, 훗날 기사에 따르면, 중진들이 노 후보에게 정몽준 집에 찾아가서 사과하고 관계를 복원하라고 했는데 노 후보가 싫다고 해서 소동이 벌어진 것. 결국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나는 그 장면이 대선 승리를 견인했다고 믿는다. 다음날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이 됐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제 이해찬은 끝났다”고 했다. 그리고 2004년 6월. 집권 1년 5개월차에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에서 복귀하고 바로 이해찬 의원을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그것도 실세 총리임을 분명히 했다. 온 세상이 깜짝 놀랐다. 정치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냥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정치를 떠나 멋있고 씩씩한 사나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행진곡의 가사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를 지킨 이들의 이야기다. 전주식당 갈 때 우연히 김상현 의원님을 마주칠 때도 있었는데 두 분은 말없이, 지긋하게 악수하곤 했다. 뜻이 통하는 정치인들의 악수는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해찬 총리님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님도 만나고 김상현 의원님도 만날 것이다. 또 김대중 대통령님도 만나시겠지. 하지만 그곳에서는 맛있는 전주식당 김치를 못 드실 것 같아 못내 애통하다. 총리님, 동시대에 함께 계셔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편안히 영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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