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미 부통령과 선수단에 야유 쏟아진 이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그의 부인 우샤 밴스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회식 도중 성조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미국 선수단을 맞고 있다. 밀라노 AFP 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7일(한국시간) 새벽 진행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회식 도중 귀빈석에 앉아 있던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얼굴이 전광판에 비치자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카메라가 입장하는 미국 선수단을 비추자 또 짧게 야유 소리가 들렸다.
미국 일간 USA 투데이에 따르면 이스라엘 선수단도 이날 입장하며 야유 소리를 들어야 했다. 4년째 전란에 휩싸여 고통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받은 것과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정말로 밴스 부부가 야유를 받았는지 아닌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 내 독점 중계한 NBC 중계 방송 화면을 보면 확실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직후에 올라왔다가 나중에 저작권 문제 때문에 삭제된 동영상을 보며 야유가 있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고 블로거 포 더 윈 은 전했다.
USA 투데이 스포츠의 시드니 헨더슨은 밴스 부부가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이 경기장의 점보트론에 뜨자 관중들은 크게 야유했다 고 전했다. 캐나다 CNBC 중계 캐스터도 휘파람 소리와 야유, 약간의 박수소리가 들렸다 고 전했다.
AP 통신은 관중들은 미국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경기장 스크린에 밴스 부부가 관중석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이 나오자 야유와 휘파람이 들렸다 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밴스 모습이 전광판에 뜨자 산발적인 야유가 터져 나왔는데,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탈리아 내 분노를 보여주는 신호였다 고 지적했다.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보통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들을 날리곤 했는데 이날은 상징으로만 비둘기 그림이 등장했다. 올림픽은 그 이상과 달리 야유와 차별, 혐오를 부추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비둘기는 친환경적이지도 친생태적이지도 않다.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개막 이틀 전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 선수단이나 관람객들이 봉변을 당하지 않도록 개회식이 서로를 존중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그녀의 발언은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과 밀라노 시장이 ICE 요원들을 살인하는 민병대 라고 부른 상황을 고려할 때, 개회식에서 미국인들이 조롱을 받는 것이 표현의 자유 인지 이해할 만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고 나온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유럽 각국과 온갖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야욕까지 드러내고 있는 시국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밴스 부통령 부부를 경호한답시고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데려온 것이 이탈리아인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번 대회에 ICE 요원들을 파견해 이탈리아 안보 당국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탈리아인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 당국은 왜 굳이 ICE 요원들을 남의 나라에 데려와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했고, 미국은 부통령 경호를 위해서라고만 했다. 주권국인 이탈리아의 경호 역량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보이고, 심지어 대통령과 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 역량을 못 믿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마치 사병 부리듯 한다는 얘기가 억측이 아니게 만들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ICE 파견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밀라노에 ICE는 필요 없다’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밀라노 로이터 연합뉴스
가뜩이나 ICE 요원들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을 감시하거나 반대하는 민간인 두 명에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전과가 있다. 해서 미국 선수단이 이날 개회식은 물론 대회 내내 야유와 조롱을 받게 될까봐 코벤트리 위원장이 그토록 우려했던 것이다.
미국 선수단은 밀라노의 선수 지원 시설로 한 호텔을 매입했는데 그 이름을 아이스 하우스 로 했다. 동계올림픽 선수단 지원 시설임을 감안해 얼음집 으로 명명했던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민세관단속국의 영어 줄임말 ICE와 같아 난감해졌다. 해서 어쩔 수 없이 당국은 이름을 윈터(겨울) 하우스 로 바꾼 것도 웃픈 현실이다.
앞서 밀라노 거리에서는 밀라노에 ICE는 안 돼 (NO ICE IN MILANO)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인들, 아니 어쩌면 유럽인 다수가 ICE와 트럼프 정부, 대통령의 뜻을 앞장서 섬기는 밴스 부통령에 대한 반대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을 차별과 혐오로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 같다.
과거 올림픽 사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4년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의 한국 내 혐중 분위기였다. 개회식 때 조선족 여성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한 것이 계기가 됐는데 정말로 불을 붙인 것은 쇼트트랙 판정 시비였다.
2022년 바로 오늘,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황대헌과 이준서가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각각 1조 1위와 2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에 희생되자 분노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기자도 덩달아 흥분, 그냥 개최국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 는 말을 무려 10번 반복하는 파격적인 기사 말머리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대회 내내 중국이 홈 어드밴티지를 업고 장난을 친다는 시비가 적지 않았고, 마침 대회를 앞두고 빅토르 안이 귀화하는 등 중국을 향해 침 뱉을 일이 잔뜩이었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2022년 4월 짱깨주의의 탄생 을 쓰며 기자의 실수 사례를 하나의 예로 지적했다. 나중에 김 교수와 인터뷰하며 과오를 인정하고, 짱깨주의 를 이겨낼 방법을 함께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여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중국과 중국인을 마뜩치 않아 하고, 심지어 싫어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었고, 그 뒤 혐중 정서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 불법 비상계엄과 내란 국면에 중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구역에 몰려가 짱깨 물러가라 고 외치는 시대가 됐다.
성 정체성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폭력
2024 파리하계올림픽에서는 여자복싱 경기에 나선 남자 같은 두 복서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는 혐오 발언이 넘쳐났다. XY염색체 복서 란 차별적인 용어가 신문 지면에 버젓이 등장했다. 올림픽이 누군가에게 안전하지 않은 공간 으로 여겨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정을 가장한 발언이지만 속내는 괴롭힘이었다.
파리에서 처음 올림픽이 개최된 것은 1900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종 혐오와 오리엔탈리즘이 당연시됐다. 해서 에펠탑 근처 공터에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가두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와서 보라고 전시하던 그늘진 역사도 갖고 있다. 이 대회에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선수로 뛰었지만, 그녀들 활약에 주최 측마저 냉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2024 파리올림픽 슬로건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 였는데도 그 정도였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 육상 200m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시상대에서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로 흑인 저항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조금 더 시계를 돌려 보면, 올림픽 무대를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시위 장소로 활용한 선수들도 있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스프린터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남자 육상 200m 1위와 3위를 차지한 뒤 시상대 위에서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들의 ‘검은 주먹’은 미국 흑인의 차별받는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되레 몰지각한 니그로의 추태” 스포츠 정신을 더럽혔다” 등 온갖 지청구가 쏟아졌다. 은메달을 딴 호주의 백인 선수 피터 노먼도 이들에게 동조했다는 이유로 그 뒤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는 등 세 선수 모두 타격을 입었지만 반 세기가 지난 지금도 올림픽 역사에 가장 용기있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악성 댓글 대응 24시간 감시망 갖춰
일본은 한층 적극적으로 밀라노·코르티나 대회에 발맞춰 온라인 악성 댓글 및 인신공격 대응을 위한 24시간 감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온라인 혐오 표현의 확산이 선수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 속에 일본 올림픽위원회는 선수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일본과 밀라노 양쪽에서 실시간 감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4 파리 올림픽에서의 사례와 2020년 프로레슬러 하나 기무라의 극단 선택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온라인 표현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2022년에는 형법을 개정해 모욕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고, 2024년에는 악성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대응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법안이 통과됐다.
이번 대회 감시팀은 모두 22명으로 구성되며, 도쿄와 밀라노 양쪽에 법률 전문가가 각각 배치된다. 시차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교차 감시를 진행해 24시간 실시간 대응케 한다. 특히, 과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문화적 차이까지 고려한 감시 방식을 적용한다.
해당 태스크포스는 단지 모니터링에 그치지 않고, IOC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주요 플랫폼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거나, 필요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경기 중 악성 댓글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앞으로 모든 국제 스포츠 대회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대중과 선수의 소통이 활발한 소셜미디어 시대에 이런 보호 장치는 반드시 필요해서다. 대한체육회에서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14일(한국시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자 조별리그 C조 2차전 미국과 덴마크의 격돌 때 이런 드잡이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올 수도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경기 도중 맞붙은 미국과 캐나다 선수들.
덴마크 작정하고 미국 선수 혼내겠다고 달려들 여지
연초에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병합하고 싶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덴마크와 외교적 긴장을 상당히 고조시켰는데 두 나라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4일 맞붙게 돼 긴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C조 2차전인데 밀라노의 산타줄리아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격돌한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올림픽 출전이 금지됐던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12년 만에 올림픽 링크 위에 선다. 해서 미국과 덴마크의 객관적인 전력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덴마크는 미국에 0-5로 완패했다.
그러나 아이스하키 특성상 덴마크 선수들이 혹시 작정하고 미국 선수를 혼내주겠다고 달려들 여지가 없지 않다. 주먹 싸움이 간간이 벌어지고, 팬들도 여느 종목보다 과격한 편이어서 링크 안팎에서 심한 드잡이가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