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해고했나 …중국·미국, 기업 감시 나선다 [뉴스]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이 커지면서 각국 정부가 규제와 공시 논의에 나서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생성형 AI 확산으로 노동시장 충격이 커지면서 각국 정부가 대응에 나서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AI 도입을 이유로 한 해고 자제를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AI발 대량해고 대응 입법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AI가 실제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규제와 공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 노조·법원·정부, 동시에 움직였다
중국 최대 노동단체인 중화전국총공회(中華全國總工會) 기관지 워커스데일리는 지난 10일 사설에서 AI 알고리즘에 대한 감독 강화와 노동기준 보완을 촉구했다. 기술 발전의 혜택이 사회 전체에 돌아가야 하며, 노동권을 침해하는 방식의 AI 활용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영 노동매체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우려가 깔려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미 기술기업들을 중심으로 AI 도입을 이유로 한 해고를 자제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베이징과 항저우 법원도 최근 AI 도입만으로 해고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놓았다.
정책 대응도 예고됐다. 중국 인사사회보장부는 올해 안에 AI의 고용 영향에 대응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중국이 서둘러 대응에 나선 이유는 노동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시티그룹은 AI 확산이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7000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도 중국의 첨단기술·친환경 산업 전환이 수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기술 격차로 인해 상당수 노동자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해고도 관리 대상…캘리포니아, WARN법 개정 검토
중국이 행정·사법 체계를 통해 대응에 나섰다면,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지난달 21일 행정명령(N-6-26)에 서명하고 AI와 신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노동력개발청(LWDA)에는 대량해고 발생 시 사전 통지를 의무화한 캘리포니아 WARN법을 AI발 고용 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권고하라고 주문했다.
주지사실은 해당 행정명령을 AI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설명했다. 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수용하되, 일자리 감소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은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블룸버그 아시아 테크 담당 기자 캐서린 토르베케는 기고문에서 중국이 AI발 실업 문제를 정책 의제로 다루기 시작한 것과 달리 미국은 별다른 준비가 없다 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을 AI 도입 효과로 포장할 수 있다며, AI가 얼마나 많은 업무와 일자리를 대체했는지 공개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 충격을 둘러싼 논의가 단순한 기술 정책을 넘어 고용 정책과 기업 책임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AI로 몇 명 줄였나 …공시 논의도 확산
노동시장 충격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은 기업 공시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ESG의 사회(S) 영역은 산업재해와 공급망 인권, 다양성 문제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생성형 AI 확산으로 노동력 대체와 재교육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업이 AI 활용의 사회적 영향을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투자자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2월 AI 도입에 따른 인력 감축과 재교육 현황을 공시 항목에 포함하도록 권고하는 안을 가결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투자자들이 AI의 고용 영향을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개발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인적자본 공시 기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SG 평가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는 올해 2월 보고서에서 AI의 사회적 영향이 2026년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ESG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