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제치고 지속가능성 아태1위 된 비결… 고양컨벤선뷰로 이상열 사무국장 인터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GDS-I'라고 불리는 글로벌 목적지 지속가능성 평가가 있다.
이 평가는 매년 글로벌 마이스(MICE) 산업 전문가들이 목적지의 지속가능성 정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환경, 사회, 공급망, 도시마케팅 전담조직 등 4개 분야에 대해 평가하는데, 글로벌 목적지 지속가능성 협의체(Global Destination Sustainability Movement, 이하 GDSM)**에서 매년 순위를 발표한다.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지역 31개국, 100여 개 도시가 평가에 참여했다.
2023년 GDS-인덱스에서 아시아 태평양 1위, 전 세계 14위에 오른 곳은 경기 고양시였다. 싱가포르, 호주 멜버른 등 막강한 경쟁자들을 넘어선 쾌거다. 2017년 국내 최초로 GDSM에 가입해, '대한민국 지속가능한 마이스(MICE)* 수도'라는 브랜드를 위해 7년 동안 뚝심있게 ESG 전략을 추진한 결과다.
이 성과의 중심에는 고양시 마이스 전담조직 고양컨벤션뷰로 이상열 사무국장이 있다. 이상열 사무국장은 지난해 10월 ‘관광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한 마이스 산업 전문가다. 오는 3월 29일(금) 개최되는 ‘그린 마이스 매니지먼트 포럼’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그를 만나 마이스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 마이스 산업은 대규모 회의장이나 전시장 등 전문시설을 갖추고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관광(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 등을 유치해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 산업을 말한다. 숙박, 교통, 관광, 무역, 유통 등 여러 산업 부문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GDSM는 국제회의 컨벤션 협회(ICCA, International Congress and Convention Association), 글로벌 인센티브 여행 기업 아이멕스 그룹(IMEX Group), 목적지 도시연합(CityDNA, City Destinations Alliance) 등의 협력 파트너십이다. GDSM이 주관하는 GDS-Index는 매년 글로벌 마이스 목적지들의 지속가능성 달성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2023년에는 전 세계 31개국에서 약 100여개 도시들이 참여했다.
고양컨벤션뷰로 이상열 사무국장
Q. 2023년 고양시는 GDS-I 평가에서 아시아 태평양 1위, 글로벌 14위에 올랐다. 비결이 무엇인가?
먼저 GDS-I 평가는 굉장히 까다롭다. 4개 부문에 걸쳐 60여개의 세부요소로 구성돼 있다. 평가에 참여하려면 각 요소에 대한 증빙자료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이후 글로벌 단위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3~4개월에 걸쳐 도시들을 평가한다. 위원회의 요청이 있으면 추가적인 소명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10개 도시가 평가에 참여했다. 1위는 고양시, 2위는 싱가포르, 3위는 태국의 송크라, 4위와 5위는 호주의 멜버른과 시드니다.
고양시는 2017년 처음 GDS-I에 참여했다. 당시 지표 달성율은 30%에 불과했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23년에는 83%까지 끌어올려 2년 연속 아시아 태평양 지역 1위에 올랐다. 이는 지속가능성 최고 지역인 북유럽과도 대등한 수준이다.
비결은 ‘지속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 개발도 필요하겠지만, 관건은 우리 도시가 가지고 있는 지속가능성 실천 정도들을 꾸준히 발굴해서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Q. 친환경 산업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면도 있다. 지속가능한 마이스, 왜 필요한가?
마이스 산업이 포함된 세계 관광산업은 글로벌 GDP의 10%인 9조2000억달러(약 1경2325조원) 규모다. 글로벌 탄소 배출량 또한 10% 정도가 관광산업에서 나온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UN이나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렇다 할 지속가능 관광 매뉴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세한 관광업계 특성상 지속가능성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개최되는 MICE관련 박람회나 컨퍼런스 의제 중 30% 이상은 지속가능성 관련 행사다. 이를 위한 IT 솔루션도 쏟아지고 있다. 영세하다는 핑계로 지속가능성을 계속 외면하면 경쟁력이 없다. 고객이 지속가능성을 원하기 때문이다. 고객 없이는 마이스 산업도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시장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공공기관이 먼저 돈을 써줘야 한다. 향후 고객이 늘어나고 산업이 커지면 가격은 자연히 내려가게 돼 있다. 기업 또한 지속가능한 행사를 원한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등의 사용량 감소는 자연히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반드시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 ‘긍정적인 경험’이다. 친환경 행사가 불편한 경험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한 것으로 얼마나 많은 가치에 기여했는지 확실하게 측정해서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평가지표가 필요하다. 고양시는 2022년 마이스 ESG 성과지표를 개발해 3건의 행사에 적용, 측정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고양컨벤션뷰로의 지속가능성 관련 실천 노력과 결과들을 종합해 백서로 발간하기도 했다.
Q. 지속가능성은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도 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한 항목이 있을 거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예산의 재분배’다. 예를 들어 요즘은 종이로 된 발표자료집을 따로 제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로 대체한다. 이렇게 아낀 인쇄 비용을 지속가능한 다른 사업에 투입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산업 내 수익 구조 개선이 가능하다.
Q. 기업이 친환경 마이스 산업에서 모색할 수 있는 사업적 기회는 무엇인가?
일단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산업이 상당한 수준의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 마이스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기술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 이미 가상 전시회나 온라인 세미나가 활발히 개최되고 있다. 오프라인 행사장에서도 인공지능(AI) 도우미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불필요한 안내 책자 없이도 원활한 행사 진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재활용 업계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 행사 후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이전에는 고물상들이 일괄로 수거해갔다. 그런데 분리수거 AI 로봇이 있다면, 폐기물에서 고가의 금속류 등만 따로 분리해 전문업체에 넘겨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친환경 행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전문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컨설팅업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Q. 오는 3월 29일 금요일 ‘그린 MICE 매니지먼트 포럼'에서 기조 발제를 맡았다.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설명해달라.
마이스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성과 내는 방법에 대해 다룰 계획이다. 지속가능성은 단발성 과제가 아니다. 지금 고양시의 성과도 1~2년만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7~8년 동안 하나의 의제를 놓고 달려온 결과물이다. 고양시가 왜 지속가능성에 주목했는지, 지금까지 어떠한 여정을 걸어왔는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 그린 MICE 매니지먼트 포럼 행사 안내 및 참여는 아래 링크에서 가능하다.
https://event-us.kr/mk/event/78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