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해운규제 본격 시작...향후 4년 매년 2%씩 온실가스 줄여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럽연합(EU)의 청정해양 연료 규제가 2025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해운업의 물류 비용이 상승할 전망이라고 로이터가 6일(현지시각) 밝혔다.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된 '퓨얼EU 마리타임(Fuel Maritime)'는 해운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중요한 EU규제다. EU 항구에서 운항하는 5000톤 이상의 산업용 선박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매년 2%씩 줄여야 하며, 이후에는 5년마다 감축목표가 높아져 2050년에는 최종 80%를 감축해야 한다. 또한 이를 지키지 못할 시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해운업 종사자에 따르면, 해당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해운업계는 부담이 증가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전가될 거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규제가 재생에너지 시장의 기회로 이끌지, 아니면 비용과 부담만 증가시키는 골칫덩이로 끝날지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EU규제를 통해 해운업은 과연 대체에너지 시장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될 것인가 아니면 비용만 증가하는 부담이 될 것인가. / chatgpt 이미지 생성
'핏 포 55' 정책 패키지 중 해운업 특화된 규제
이번 청정해양 연료 규제는 2021년 유럽연합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중간목표인 '핏포 55(Fit for 55)'라는 법안 패키지의 내용 중 일부다. 이 패키지는 2030년까지 유럽연합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1990년대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야심한 온실가스 감축 중간목표를 가진 만큼, 전 산업에 걸친 정책 수단이 동원됐다. 탄소배출권 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 재생에너지 지침,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산업으로는 항공과 해운 등 수송·운송을 특별히 다루고 있으며, 그만큼 EU에서도 비중 있게 바라보고 있는 사안이다.
해운업이 이처럼 특별히 규제 대상이 된 이유는, 전 세계 교역의 약 80%가 해운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산업 부문에서 독일 한 개 국가의 2.5%보다도 많은 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해운업은 산업 특성상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기에 기존의 국가별 규제로는 제재가 어려웠기에 국제표준이 될 만한 규제 법안이 필요했다.
또한 현재까지 연구 및 상용화되고 있는 LNG, 수소, 바이오디젤 등의 대체에너지는 장거리 운행과 저장이 용이한 해운업에 적합한 에너지이므로, 일반 자동차산업보다는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퓨얼EU 마리타임 규제를 통해 대체에너지의 즉각적인 활용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대체에너지 시장의 확장을 엿볼 수 있을 거라는 심산이다.
"해운 탈탄소화, 인플레이션 유발할 것" 예상도
하지만 이 규제가 해운업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지점은 바로 규제 준수를 위한 대체에너지 전환 비용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나 중소 해운사들에게는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해운중개업 클락슨(Clarksons)의 그린전환 책임자 케네스 트베터(Kenneth Tveter)도 “해운 탈탄소화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며, 이는 화물 운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수소, 바이오디젤, LNG 등 대체에너지의 상용화 수준도 문제다. 수소는 잠재력은 크나 상용화 단계까지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며, 바이오디젤의 경우 항공업에서도 지속가능항공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 SAF)를 위한 수요가 있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LNG는 화석연료 기반이라 완전한 탈탄소화는 무리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결과적으로 규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대체에너지 전환은 비용이 많이 든다.
바이오연료 혼합 벙커연료, LNG 전환 많아질 듯
이번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연료가 혼합된 벙커연료 및 LNG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인기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게 해운중개업 클락슨(Clarksons)의 그린전환 책임자 케네스 트베터(Kenneth Tveter)의 예측이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오연료 공급이 제한돼있으며, 항공과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항공은 해운과 달리 '프리미엄 정제 제품'에 비용을 지불하는 데 익숙하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EU의 배출규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유조선 한 척당 총 화물비용의 3%를 벌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현재 로테르담에서 바이오디젤 혼합 초저유황 해양연료의 가격은 톤당 686유로(약 103만원)로, 기존 벙커연료(505유로, 약 76만원)보다 훨씬 비싸다.
한편 해양컨설팅 회사인 DNV에서는 풀링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는 '탄소 크레딧'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규제 요구치를 초과 달성해 남는 성과를 크레딧 형태로 다른 선박 업체와 공유 및 판매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했을 때, EU집행위원회에 따르면 LNG를 사용하는 단일 선박 하나가 동일 크기의 다른 선박 4척의 규제 준수를 유도할 수 있다.
규제 준수를 위한 유연한 해결책으로 대두됐지만 아직까지 이를 시행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