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딜버트 작가 인종차별 논란 스콧 애덤스 사망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딜버트 작업 중인 스콧 애덤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나는 놀라운 삶을 살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내 일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것을 후대에 나눠달라. 유용한 사람이 돼달라. 그리고 내가 끝까지 여러분 모두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아달라.
사무직 노동자의 일상을 신랄하게 풍자한 만화 딜버트 (Dilbert)와 많은 경영학 저술로 명성과 존경을 누렸지만 말년에 문제적 발언들로 그 명성을 허문 스콧 애덤스가 죽음을 예견하고 새해 첫날 미리 써둔 유언이다. 향년 68.
전처 셸리 마일스는 13일(현지시간) 남편의 팟캐스트 리얼 커피 위드 스콧 애덤스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하며 눈물과 함께 그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다 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애덤스의 유언 메시지를 낭독했다.
AP 통신과 CNN 등 미국 언론은 물론, 영국 BBC까지 지난해 5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고인의 암이 뼈로 전이돼 최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자택에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아 왔다고 전했다.
애덤스는 직장인의 고달픔과 애환을 다룬 딜버트 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1980년대 전화 및 통신회사 퍼시픽 벨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사무실의 비효율과 관료적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딜버트 의 여러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입이 없고 둥근 안경을 쓴 주인공 딜버트와 뾰족머리 상사, 무기력한 직장 동료들은 현대 기업 조직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딜버트 는 1989년 첫 연재를 시작해 전성기에는 70여 개국, 25개 언어로 약 2000 개 신문에 실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시대 초기에 이메일과 게시판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책,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광고 등으로도 제작됐다. 딜버트 퓨처 와 일의 기쁨 은 이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들 중 하나다.
애덤스는 1997년 미국만화가협회가 수여하는 루벤 상을 받았고, 같은 해 딜버트 는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인 명단에 오른 최초의 가상 캐릭터가 됐다.
그러나 애덤스의 말년은 논란으로 얼룩졌다. 차츰 보수적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더니 2023년 흑인들을 증오 집단 으로 지칭하며 보수 단체의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백인 미국인들에게 흑인에게서 당장 떨어져라 고 주문했다. 여론조사는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백인인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데 동조했다.나중에 그는 과장된 표현을 쓴 것일 뿐이었으며, 인종차별주의자임을 부인했다. 또 언론 보도가 자신의 발언 맥락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그 여파로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를 비롯한 수백 곳의 신문사가 딜버트 연재를 중단했고, 배급사 역시 계약을 해지했다.
연재 중단 이후 애덤스는 보수 성향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 럼블(Rumble)을 통해 딜버트 리본 (Dilbert Reborn)이란 이름으로 만화를 재개했고,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팟캐스트 리얼 커피 도 진행했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에서 그는 의견에는 대가가 따른다 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 소셜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애덤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위대한 인플루언서가 세상을 떠났다 며 그는 유행이 아니던 시절에도 날 존중하고 지지했던 환상적인 사람이었다 고 추모했다.
1957년 6월 8일 뉴욕주 윈드햄에서 태어난 그의 세부적인 인생사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적다. 국내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는데 그는 경영학이나 자기계발서 저자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일에서 실패하는 법 과 여전히 크게 이기고, 크게 이기고, 루저씽킹 , 뇌를 재구성하라 등의 책을 내놓았다.
국내 번역본 열정은 쓰레기다 ( 더 시스템, 2000)를 보면, 17년 동안 은행에서 일했으며, 한때 10가지 사업을 벌이기도 했을 정도로 실행력이 대단했다고 했다. 책 제목은 열정 하나만은 최고란 사람이 찾아와 대출해달라고 해서 상사에게 말했더니 상사가 대출해주지 말라고 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열정은 과도한 확신과 긍정을 불러일으켜 위험을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손과 목소리 이상으로 만화가란 직업을 잃을 뻔했지만 특유의 긍정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우리의 뇌가 그에 관한 정보를 찾아 뇌를 다시 프로그래밍시켜 건강을 되찾았다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한 보도에 따르면 말년에 최면술사로도 일했다고 하는데 어떤 계기로, 어느 정도 활동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